이념과 현실 : 평화와 민주주의를 향한 한국근대사 다시 읽기
저자

정태헌

저자:정태헌

고려대학교경영대학졸업후동대학원에서문학석·박사학위를받았다.1999년부터고려대학교한국사학과교수로재임하는동안문과대학학장,역사문제연구소소장,한국사연구회회장,국제고려학회서울지회회장,남북역사학자협의회이사장을역임했고,현재역사문제연구소이사장으로있다.

저서로『일제의경제정책과조선사회』,『한국의식민지적근대성찰』,『문답으로읽는20세기한국경제사』,『한반도철도의정치경제학』,『평화를향한근대주의해체―3·1운동100주년에식민지‘경제성장’을다시묻다』,『혁명과배신의시대―격동의20세기,한·중·일의빛과그림자』등이있다.그외다수논문과공저를출간했다.

목차


프롤로그:침략과전쟁,위선과배신의세계근대사와한국의고투
1부전전(戰前)의근대세계와한국의국민국가수립운동21
1장제국주의침략과근대세계체제의형성25
1.식민지배방식의변화:약탈적교역에서산업지배로25
2.제국주의의침략은정당했다?서구시민혁명의한계33
2장19세기,대륙별로상반된식민지독립과식민지창출39
1.유럽과중남미:프랑스혁명의나비효과,식민지독립39
2.아프리카·중동·동아시아:유럽제국주의의식민지창출45
3장한·중·일근대의엇갈림과합종연횡의국제정치학51
1.속수무책의중국과영·미·일이해관계의합치51
2.영·미후원하에대외침략에나선일본57
3.냉철한국제정세인식을막은조선의쇄국정책62
4장식민지자본주의와독자적자본주의의갈림길에서70
1.개항후외국자본침투에따른유통및생산구조종속70
2.정부,급진개화파,동학농민군의근대화방략갈등과한계78
3.정치체제와경제정책에대한갈등85
4.근대국가수립실패와공화제를향한새여정105
2부제1차세계대전,식민지자본주의구축과민족운동의새장117
1장식민지민까지동원한전쟁과두개의민족자결주의120
1.열강의남의땅따먹기전쟁,제1차세계대전120
2.레닌의정략적민족자결주의와윌슨의선택적민족자결주의129
3.격동의동아시아,신해혁명과일본의중국침략146
2장식민지자본주의,산업연관성결여와재정·금융종속156
1.한반도지배와폭력적무단통치의주도자,일본육군156
2.재정·통화·관세정책의식민지성161
3.대외침략과식민정책을위한특수은행쌍두마차171
4.조선인자본통제와식민지지주제의정착180
3장3·1운동과임시정부의민주주의·세계평화지향195
1.세계평화와평등을지향한독립운동195
2.해외운동세력의고투와사회주의수용205
3.3·1운동과통합임시정부,국외무장투쟁216
4.‘신민(新民)’이이끈3·1운동의세계사적국내적의미231
3부잠재된전후갈등,‘문화’정치와민중적민족운동235
1장‘두세계’의대립과워싱턴체제238
1.국제연맹과코민테른의창립238
2.워싱턴체제,일본의중국침략일시숨고르기247
2장일제의민족분열책,문화정치와식민지자본주의‘개발’260
1.고도화된폭력,문화정치의대내외적배경260
2.친일세력육성책,지방제도개편과과세특혜268
3.일본식량문제해결과대륙침략준비를위한조선‘개발’279
3장민중적‘신민’의반제민족운동과좌·우협동전선294
1.운동주체로등장한‘3·1운동세대’294
2.민족주의계열:미·일균열기대와실력양성운동297
3.사회주의계열:조선공산당창당과대중운동304
4.‘따로또같이’대립속통합을지향한민족협동전선운동322
4부제2차세계대전,식민지자본주의파국과좌우노선수렴335
1장제국주의간합종연횡과연합국의조선‘독립’합의340
1.대공황이후국가별블록경제와파시즘광풍340
2.코민테른의‘계급대계급’전술과‘사회파시즘론’346
3.제국주의국가의합종연횡과국제주의파탄351
4.연합국의조선‘독립’합의이면360
2장식민지자본주의의파국과총동원체제374
1.조선공업화-병참기지화정책의실체374
2.식민지배의귀결,약탈적자금·물자동원과강제동원391
3장좌·우민족운동세력의경쟁과통합404
1.사회주의세력의‘좌편향’과당면문제해결투쟁404
2.민족주의세력의정세인식과분화416
3.국내외좌·우운동세력의연합전선시도424
4장좌·우민족운동세력이합의한평화지향적민주국가구상435
1.해방직전국내외민족운동세력의동향과연대모색435
2.좌·우이념을아우른독립국가경제체제구상과배경451
에필로그:평화의21세기를위한몇가지과제462

출판사 서평

‘자유’와‘평등’의근대이념은제국주의탐욕의가면이었다
─비유럽사회가만난‘근대’의민낯

전근대의신분제를대체한근대의이념인자유와평등‘선언’은세계사시대구분의기준이될만큼위대한진보였다.물론프랑스혁명이“천부인권과법앞의평등”을강조했을때,자유와평등의주체는재산을소유한납세자에한정되었다.에릭홉스봄은18세기말부터19세기까지를이중혁명(시민혁명과산업혁명)시대라칭했지만이는당연히유럽사에만국한된이야기였다.유럽인이비유럽사회에대한대학살의문을연‘대항해시대’이래,특히20세기세계사는두차례세계대전과홀로코스트등을거쳐이루셀수없는제노사이드로점철되었다.즉서구근대가선언한‘자유’와‘평등’은인류의보편적개념이결코아니었다.그와반대로특히비유럽사회에서는제국주의의쌍생아로기능했다.베스트팔렌조약이래‘국제법’은유럽열강사이에서만통용되었다.유럽열강은다른사람들이사는땅을자기들만의‘국제법’으로‘무주지(無主地)’라규정하면서‘자유롭고평등하게합의’해서나눠먹었다.또그식민지를빼앗기위해전쟁을서슴지않았다.비유럽세계는유럽열강의식민지가되어갔다.자유와평등의시대는침략과전쟁,위선(僞善)과배신의시대이기도했다.

제국주의국제정치학,노골적탐익의합종연횡
─1,2차세계대전과전간기를아우르는‘땅따먹기’와‘나눠먹기’게임

프랑스는1825년아이티독립을승인해주는대가로1억5천만금프랑을요구했다.아이티는20세기중반까지그‘빚’에허덕여야했다.영국은중국에‘자유로운’아편판매를강요하는침략을자행했다.영국에이어프랑스도동남아침략에나섰다.아프리카와중동에서도유럽제국주의는‘무주지’나눠먹기점령에나서면서새로운식민지를창출했다.베를린회담은유럽이아프리카를‘평등하게’나눠먹기위한정리였다.

제국주의시대끝물에막차를탄일본에의해조선이강제병합된것은영국과미국의후원,러시아와프랑스의방조라는제국주의열강의합종연횡에따른산물이었다.영국은러시아방어를명분으로일본의조선침략을‘인정’했다.미국은필리핀과조선을각각나눠갖기로일본과합의했다.하지만38년후미국이주도한카이로선언은그사이적국으로변한일본의지배로부터“조선인민의노예상태에유의하여적당한시기에조선을자주독립”시키겠다고약속했다.제국주의국제정치학은이토록노골적이면서도무상한것이었다.

‘국가’없는식민지에는착취만있을뿐
─식민지자본주의와제국주의열강의탐욕

유럽의산업혁명이나자본주의는자유시장경제나민주주의를기반으로번성했을까?전혀아니다.유럽의자본주의경제는국가권력이‘공인’한해적활동과약탈에서시작되었다.서구경제의급성장은‘대항해시대’에세계시장을폭력적으로독점한바탕에서근대국민국가가자행한식민지배의산물이었다.영국산업혁명은영국인들의기술혁신으로만이뤄진것이아니라식민지인도의면직물업을폭력적으로무너뜨리면서진행된것이다.자본주의경제가국가의보호와지원없이방임된채,자유시장경제하에서기업-자본의힘만으로운영된적은‘대항해시대’이후오늘까지한번도없었다.

서구근대를특징짓는개념으로흔히민주주의,근대주권국가,자본주의를든다.그러나국가를상실한식민지에서이세개념은성립되지않는다.자국기업가를뒷받침할국가가없는식민지에서는제국주의정부와자본이운영하는식민지자본주의경제체제가고착되었다.심지어영국등제2차세계대전전승국은전쟁후에도식민지배의단맛을계속즐겼다.프랑스는전후복구에집중해야할상황에서기어코옛식민지베트남으로돌아와결국긴‘베트남전쟁’을유발했다.인도네시아는돌아온네덜란드와4년동안독립전쟁을치르고서야독립할수있었다.영국은말레이시아독립때까지전후에18년을더지배했다.

허구적선언의‘자유와평등’을넘어,야만의‘근대’를넘어
─세계평화와민주주의를지향한한국의민족운동

‘자유’와‘평등’이비록개인과국가의위계에따라제한된허구적인‘선언’에그쳤지만,전인류에게보편적으로실현되어야할가치이자과제임은분명하다.한국의근대역시침략과전쟁,위선과배신의세계사격랑속에서민주주의확장을통해자유와평등의‘선언과실상의일치’를추구하는과정이었다.근대세계체제에편입된이후공화제민족국가수립노력은제국주의국제정치학에밀려실패했고강제병합을당했다.이후민족운동의본질은평화와민주주의를추구하는것이었다.독립을일국차원의문제를넘어세계평화로가는과정으로파악하면서침략자일본의국민들까지군국주의의희생자로포용하는성숙한인식이발전했다.이과정에서3·1운동을통해‘신민(新民)’이주체로등장하고,독립운동최고지도기관인임시정부의정체가공화정으로설정되었다.제1차세계대전이후서로다른두세계를지향한운동가들이끊임없는연대와협력을지속한이유도평화와민주주의실현이독립운동의최종목표라는데합의했기때문이었다.이는해방직전국내외민족운동세력이평화지향적민주국가구상에합의했다는데서도알수있다.

한국사연구자의시각으로본세계사의‘특이점’
─식민지,피억압민족의시선으로다시읽기

한국사연구자로서의문제의식을갖고세계사를정리했기때문에,새로운관점일수는없더라도외국사연구자들이고개를갸우뚱할부분도있을것이다.예를들면,19세기세계사를정리할때프랑스혁명의의도하지않은여파가유럽과중남미에서는식민지(속국)의독립을,중국등동남아와중동-아프리카에서는유럽제국주의의새로운식민지창출이라는대조적결과로이어진부분을강하게드러냈다.이런흐름이제국주의시대끝물에막차를탄일본에강제병합된한국을포함한20세기세계사에그대로이어졌기때문이다.

또한제2차세계대전을파시즘대민주주의개념으로보는일각의관성도부정했다.이는제국주의-식민지문제를완전히배제한개념이기때문이다.더불어전후에도계속식민지배의단맛을즐긴유럽전승국들이그들의식민지에서자행한학살과,패전국의전쟁범죄사이에근본적인차이가없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