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의 변증법 : ‘손상’ 인문학으로 바라본 1960 ~70년대 한국의 지배와 저항 - 와이비 아카이브 1 (양장)

‘손상’의 변증법 : ‘손상’ 인문학으로 바라본 1960 ~70년대 한국의 지배와 저항 - 와이비 아카이브 1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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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손상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손상이 장애로, 나아가 소외가 되는 시대, 비정상과 정상의 재조명
‘손상’ 인문학은 일반 독자는 물론 연구자들에게도 낯선 개념이다. 장애학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을 인문학으로 적극 수용하여 새롭게 만들어낸 개념이기 때문이다. 장애학에 따르면 우연히 발생하거나 선행하는 육체적 정신적 ‘손상’은 근대 이후 특정한 사회적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장애’가 되었다. 이 같은 장애화 과정은 기본적으로 장애인 문제에 적용 가능하며, 나아가 근대적 소외현상으로 다루어진다.
장애학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은 ‘비정상’적 대상들을 주목하고 근대와 ‘정상성’의 관계를 끊임없이 질문해왔다. 여기서 ‘손상’ 인문학 개념이 도출되었다. ‘손상’ 인문학은 근대가 ‘손상’으로 구성한 것들이 특정한 사회적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장애화되는 과정을 ‘정상성’에 대한 비판 및 성찰을 통해 탐구하는 인문학적, 역사학적 방법이다.
냉전하 한국에서는 장기간 권위주의 통치가 이루어졌다. 권위주의 시대 권력의 지배는 물리적 폭력 및 강압과 더불어 헤게모니, 규율, 통치성, 문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관철되었다. ‘손상’의 장애화도 권력의 지배 방식 중 하나였다. 권력에 대한 직접적인 저항뿐만 아니라 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손상’, 즉 ‘비정상’으로 규정되었다. 그리고 권력이 제시한 ‘정상성’은 이데올로기적으로, 담론적으로 사회 곳곳에 뿌리내렸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위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손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방향적인 것이 아니었다. 지배의 관철 과정에서 무수한 균열과 모순이 발생했고, 그 균열과 모순을 따라 주체의 능동적인 저항이 일어났다. 이 책은 이 같은 지배와 저항의 관계를 ‘손상’ 인문학의 문제의식과 관점에서 변증법적으로 파악하고자 했다.
저자

오제연

저자:오제연
서울대학교에서한국현대사를전공하고박사학위를취득하였다.서울대학교국사학과강사,서울대학교규장각한국학연구원선임연구원등을역임하였으며,현재는성균관대학교사학과부교수겸동아시아역사연구소소장으로재직중이다.학술지『역사비평』의편집주간및『한국사연구』의편집위원장도맡고있다.1950~70년대한국의정치사,운동사,대학사연구를계속하고있으며,최근에는한국현대사속다양한행위주체들의‘(비)정상성’문제에관심을갖고있다.주요저서로『촛불의눈으로3·1운동을보다』(공저,2019),『4월혁명의주체들』(공저,2020),『한국현대사연구의쟁점』(공저,2022)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손상’된대학생
제1장주변화된여학생―여고생과여대생의4월혁명
여고생의조직적참여/조직적으로참여하지못한여대생
남학생중심의네트워크에서주변화된여대생
제2장군대에묶인남학생―1969~1971년대학교련과교련반대운동
교련의부활/교련강화와저항
교련의제도화/교련의폭력적관철

제2부‘손상’된지식인
제3장‘정치교수’라는낙인―대학교수들의한일협정반대운동
교수들의한일협정비준반대성명/박정희정권의교수비판과단속
‘정치교수’명단발표와학원추방
제4장만들어진‘배후’와연결고리―동백림사건의지식인
몇가지쟁점들/1960~70년대공안사건의맥락속에서본동백림사건

제3부‘손상’된민중
제5장혁명의기억에서사라진사람들―고학생과도시하층민의4월혁명
4월혁명의주인공은누구인가?/고학생의조직시위
도시하층민의밤시위/고학생과도시하층민은어떻게잊혀졌는가?
제6장‘기독청년’전태일―전태일의고뇌와결단
전태일의삶과기독교/전태일의죽음과기독교

제4부‘손상’된인식
제7장베트남이라는거울―‘파월장병대학생위문단’의열전공간베트남체험과인식
베트남전쟁파병을둘러싼논란과대학생의파병반대운동
박정희정권의‘파월장병대학생위문단’파견
대학생위문단의기록속에서발견되는‘순치’와‘균열’
제8장‘유언비어’의힘―1970년대유언비어의불온성
일상속의유언비어/언론통제와불신사조/유언비어에담긴공감대

출판사 서평

‘손상인문학’이란무엇인가
―손상이장애로,나아가소외가되는시대,비정상과정상의재조명
‘손상’인문학은일반독자는물론연구자들에게도낯선개념이다.장애학의문제의식과방법론을인문학으로적극수용하여새롭게만들어낸개념이기때문이다.장애학에따르면우연히발생하거나선행하는육체적정신적‘손상’은근대이후특정한사회적환경과조건속에서‘장애’가되었다.이같은장애화과정은기본적으로장애인문제에적용가능하며,나아가근대적소외현상으로다루어진다.
장애학의문제의식과방법론은‘비정상’적대상들을주목하고근대와‘정상성’의관계를끊임없이질문해왔다.여기서‘손상’인문학개념이도출되었다.‘손상’인문학은근대가‘손상’으로구성한것들이특정한사회적환경과조건속에서장애화되는과정을‘정상성’에대한비판및성찰을통해탐구하는인문학적,역사학적방법이다.
냉전하한국에서는장기간권위주의통치가이루어졌다.권위주의시대권력의지배는물리적폭력및강압과더불어헤게모니,규율,통치성,문화등다양한방식을통해관철되었다.‘손상’의장애화도권력의지배방식중하나였다.권력에대한직접적인저항뿐만아니라권력을위협할수있는모든것들이‘손상’,즉‘비정상’으로규정되었다.그리고권력이제시한‘정상성’은이데올로기적으로,담론적으로사회곳곳에뿌리내렸다.이과정에서사회적위계에따라다양한형태의‘손상’이발생했다.하지만그것은일방향적인것이아니었다.지배의관철과정에서무수한균열과모순이발생했고,그균열과모순을따라주체의능동적인저항이일어났다.이책은이같은지배와저항의관계를‘손상’인문학의문제의식과관점에서변증법적으로파악하고자했다.

손상된대학생
―1960~70년대저항의주역,남/녀대학생의손상과저항
1960~70년대한국에서권력에맞서가장선도적으로저항했던주체는대학생이었다.1960년4월혁명은대학생이저항의주체로우뚝서서이후약30년간이어지는‘학생운동의시대’를연획기적인사건이었다.하지만그순간부터‘손상’이발생했다.4월혁명에는남학생뿐만아니라여학생도참여했고많은희생을당했다.하지만,그들은특히여대생들은남학생중심의운동네트워크에서소외되면서철저하게주변화되었고,오히려사회전반에만연한여성혐오의분위기속에서사회적비난의대상이되었다.
여학생의‘손상’이사회전반의편견속에서이루어졌다면,남학생의‘손상’은권력에의해더직접적으로가해졌다.한반도안보위기를겪으며1969년에부활한학생군사훈련,즉교련은1971년대학에서크게강화되고제도화되면서남학생들을압박하였다.같은시기창설된향토예비군과함께군현역복무앞뒤에배치된교련은남학생의생애주기적인군대사이클을형성했다.이는그시대의‘정상’이되었고,반면이에대한저항은‘비정상’이되었다.비정상을정상화하는가장효과적인방법은강제징집혹은그위협으로대학생의몸을더욱옥죄는것이었다.

손상된지식인
―정치교수라는낙인,배후세력이라는누명
권력에의한‘손상’은비단대학생에게만가해지는것이아니었다.당대의비판적지식인역시다양한방식으로‘손상’을입었다.1965년박정희정권이많은반대속에서도한일협정을체결하자2백여명의대학교수들은이에반대하며국회비준거부를요구하는성명서를발표했다.이에정권은이들교수를‘정치교수’로낙인찍는방식으로가혹하게탄압했다.지식인의정치관여는‘비정상’으로간주되어배격되었다.또한지배권력이저항을탄압하는과정에서공안사건이지속적으로발생하였는데여기에도많은지식인이연루되었다.그들은특히학생운동의‘배후’로지목되는경우가많았고,이때어김없이‘북한’과연계되었다.1967년동백림사건을통해그전형이완성된‘북한→지식인→학생’으로이어지는배후와연결고리는,냉전과분단체제하에서권위주의정권이지식인에게‘손상’을가하여저항을탄압하는일반적인방식이었다.

손상된민중
―전태일의시대,빈곤과편견에갇힌이들의외침
이시절대학생과지식인보다더큰‘손상’을받은사람들은민중이었다.그들은권력에의한‘손상’뿐만아니라사회적편견,특히엘리트의편견에의해서도많은‘손상’을입었다.1960년4월혁명당시대학생못지않게적극적으로시위에나서고또많은희생을당한사람이바로고학생과도시하층민이었다.하지만그들의과격한행동은권력과엘리트가공유한사회질서유지,안정이라는‘정상성’에의해‘손상’으로간주되어비판받았다.그리고4월혁명의기억속에서배제되고사라져갔다.이후에도민중에게가해지는‘손상’은계속되었다.1970년전태일의분신은그대표적인사례다.애초권력과사회가요구한‘정상성’에맞춰성실한노동자가됨으로써성공을꿈꿨던전태일은,그러나곧열악한노동현실을직시하고고뇌하며각성하고결단하였다.그는자신과노동자들이당한‘손상’을분신을통해극적으로드러내며저항하였다.

손상된인식
―순치와통제의언어,유언비어로떠도는저항의언어
사람들의‘인식’속에서도‘손상’은끊임없이발생했다.1960년대중반박정희정권은베트남전쟁에한국군을파병했다.그리고이를사회통제의효과적인수단으로활용했다.베트남에대학생위문단을파견한것도그일환이었다.대학생위문단은박정희정권의조국근대화사업의정당성과성과를선전하는데주목적이있었다.이를통해박정희정권은그동안정권의존립자체를위협했던대학생을순치하고자했다.
또한1970년대유신체제하에서는긴급조치와같은항시적인억압속에서정부나언론을통해서는알수없는그럴듯한이야기들이사회전반에퍼져나갔다.박정희정권은이를‘유언비어’라하여사회적‘손상’으로간주하고끊임없이단속하였다.하지만유언비어는자유와정의를갈망하는사람들의‘공감대’속에서쉽게확산될수있었다.1970년대유언비어는잠재된여론이자저항의잠재력이었다.

역사비평의새로운학술서시리즈‘와이비아카이브’
―시대와지역의한계를두지않는지식의아카이빙
역사비평사의유서깊은총서시리즈“역비한국학연구총서”는2004년부터현재까지43권에이르는묵직한한국학저작들을펴냄으로써21세기한국학지식과담론을선도하는역할을자임하고있다.다만‘한국학’이라는범주를설정함으로써전통적인학제상‘한국사’로분류되는연구들외에분과학문을뛰어넘거나가로지르는기민한연구성과들을담아내는데는일정한한계가있었음을인정할수밖에없다.이에새롭게선보이는학술시리즈‘와이비아카이브’는시대적으로고대부터현대까지,지리적으로동서양을자유롭게넘나들며,학문분과의구분에서도자유롭게,동시대연구자들의다양한문제의식과그에기반한연구들을종횡무진모아내고자한다.‘출판시장의침체’와‘학문의위기’가회자되는오늘날,진지한학문적탐구의노작들을하나하나아카이빙하는과정에서위기를넘어서는희망을찾고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