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건너다 : 법정, 일터, 제국의 장벽에 맞선 서양 근대사 속 여성들

경계를 건너다 : 법정, 일터, 제국의 장벽에 맞선 서양 근대사 속 여성들

$18.00
저자

권윤경,문수현,박은재,이민용,이성재,이은정,최재인

저자:권윤경
서울대학교역사학부서양사전공부교수

저자:문수현
한양대학교사학과교수

저자:박은재
한림대학교인문학부사학전공부교수

저자:이민용
서울대학교역사학부부교수

저자:이성재
충북대학교역사교육과교수

저자:이은정
서강대유로메나연구소연구교수

저자:최재인
한국여성연구소부소장

목차


서문:경계를넘고,해체하고,확장해간역사속여성들의이야기/박은재

1부인간다움,존엄을위해싸우다
여성노예가법정에서싸우는법―19세기프랑스식민지노예제와비르지니재판/권윤경
황실궁녀에서페미니스트언론인으로―오스만여권운동가누리예울비예/이은정
생명대인간,독일낙태논쟁의궤적/문수현

2부일하는주체로바로서기위하여
20세기전환기미국사무직의여성화/최재인
영국가족수당탄생의주역,엘리너래스본의페미니즘/박은재

3부제국과식민의시대에맞서다
19세기마다가스카르메리나왕국과라나발로나1세/이성재
에슬란다롭슨―인류학자,여행자,국제주의자/이민용

출판사 서평

법과제도앞에서,경계를건너다
―인간다움,존엄을되찾기위한분투

프랑스에서1848년노예제폐지령이최종적으로선포되기전까지,노예가자유를획득하는방법의하나는소송이었다.노예제사회의특성때문에노예가족의형태는대부분모계중심적이었고,그결과자유재판의당사자는여성노예가대부분이었다.프랑스의지난역사서술에서자유재판의주인공은노예제에반대하며이들을변호했던본국의법관들이었고,정작소송을제기했던노예어머니들의모습은무대뒤로사라졌다.그러나해방과자유는영웅적인남성반노예제운동가들의선언과판결이가져다준갑작스러운‘선물’이아니라,노예제와가부장제의틈새에서가족을유지하고자유를얻어내기위해애썼던여성노예들의오랜투쟁의결과였다(권윤경,「여성노예가법정에서싸우는법―19세기프랑스식민지노예제와비르지니재판」).

집안이몰락한후과를짊어지고어린나이에궁녀가되어야했던누리예울비예는술탄의호의를얻어고급교육을받고인맥을쌓을수있었지만,할아버지뻘되는남자와결혼을해야했다.이후혁명으로서구식입헌체제가들어섰지만,여성들에게는남자와동등한기본적권리도주지않으려는남성혁명가들에게크게실망했다.누리예는20세무렵부터잡지『여성계』를창간해여성의교육,직업,사회참여의중요성을지속적으로설파했다.글쓰기는여성이주체성을갖고공적영역에서발언권을확보하기위한방편이었다.나아가그는결코서구의모방이아닌인간으로서의보편적권리를역설하며전세계여성과의자매애를모색했다(이은정,「황실궁녀에서페미니스트언론인으로―오스만여권운동가누리예울비예」).

젠더이슈에대해비교적보수적인독일은원칙적으로낙태는불법이지만임신3개월이내,특정한조건내에서의낙태는“금지하되처벌하지않는다”는간접적인방식으로허용했다.이러한‘독일식경로’는1970년대교회와여성단체,법률가와의사단체,주요정당등다양한행위자들이거리와의회,헌법재판소,언론을무대삼아치열한논의를펼친결과였다.여성운동가들은육체적자기결정권이여성해방의가장중요한전제조건이라고목소리를높이며격렬하게관련형법을철폐하라고요구하였다.“놀이터,유치원,학교의부족을인정하면서도엄격한낙태죄를유지하는사회는위선적”이라는당시서독여성들의주장은우리에게도울림을남긴다(문수현,「생명대(對)인간,독일낙태논쟁의궤적」).

노동의자리에서,경계를건너다
―일하는주체로바로서기위하여

근대이래서구에서는남성이정치와경제등사회전분야에서활약하는공적존재로표상된반면,여성은본질적으로출산과돌봄을통해가정을꾸리는존재로간주되었다.남녀의분리된영역이라는규범이지배적이었던시대에사적영역의경계밖으로나간여성들은불확실함과어려움에직면했으나,해방의가능성을맛보기도했다.20세기로접어들무렵미국의노동시장에는여성비서,타자수,속기사,경리등이대거출현하며사무직노동력의다수를차지해갔다.그런데이사무직의‘여성화’는사무직전반의저임금화와하급노동화를수반했으며,사무직노동에상사나동료남성직원의일상을보살피고챙기는것과같은돌봄역할을추가적으로요구했다.임노동세계에서도전통적성역할은사라지지않은것이다.그러나여성에게새로운취업의기회가생기면서직장생활을통해경제적자립과물질적여유,그리고그에기반한동반자적부부관계에대한희망을품을수있는새로운시대가열리기도했다(최재인,「20세기전환기미국사무직의여성화」).

20세기초영국의사회개혁가이자페미니스트인엘리너래스본은노동계급여성의경제적독립성을확보하기위해어머니에게국가가수당을지급할것을주장하며‘동일노동에대한동일임금’이라는당시의주류담론을넘어여성의일로간주되어온양육과가사를공적활동으로만들기위해전력했다.시급한것은먼저여성의모성과가사노동을지불받아야하는사회적노동으로인정하는것이고,그일이성취되었을때가족임금을명분으로임금에서남녀를차별하는일도사라질것이라주장했다.래스본의시도는그전까지계급적경계를따라논의되었던노동계급여성들의빈곤을성의경계를따라그원인과해결책까지가늠하려는것이었다(박은재,「영국가족수당탄생의주역,엘리너래스본의페미니즘」).

서구-남성-백인의시선을벗고,경계를건너다
―제국과식민의시대에맞서다

근대이래서구의백인중간계급남성들이스스로를주체로,그외는객체로상정했던만큼,오랫동안역사서술역시그들의시각을따라왔다.특히비서구여성들은백인남성이보호해주어야하는수동적대상이거나이국적인성적매력을지닌존재로표상되곤했다.그기준에맞지않았던19세기마다가스카르의여성군주라나발로나1세는서구화·근대화라는시류를거부하며기독교를탄압하고가혹한통치를펼친실패한군주로만그려졌다.물론그녀가권력유지를위해자행한강제노역이나시련재판등의실정은분명한사실이다.그러나목숨의위협속에서권력을잡은라나발로나1세가불평등조약요구를거부하고국권수호를위해노력한것역시그동안제대로부각되지않았던사실이다.서구화를곧진보로보는서구적시각을걷어냈을때,근대화와식민화사이의긴장속에서균형잡기를시도한여성군주의정치적고민과선택이드러나는것이다(이성재,「19세기마다가스카르메리나왕국과라나발로나1세」).

경계를넘어가는과정에서주체의정체성은변화하고또확장될수있다.정체성은고정된것이아니며다양한경험과계기를통해거듭난다.1930년대에슬란다롭슨의아프리카동남부여행은당시의범아프리카주의맥락속에서이루어졌다.당시에슬란다와같은범아프리카주의운동가들은국경을넘나들며상호작용했고그들간의연대의식은계급과국적의차이를근본적차이로여기지않았다.그러나실상에슬란다의여행은여전히미국에서태어나고등교육을받은중산층흑인여성의경험으로서한계를보여주며중심부지식인이주변부를여행할때무심코드러내는타자화·대상화를동반했다.그렇지만동시에현지여성들과의교류에서쌓은친밀감,그리고아프리카의현실과직접마주한후자신의특권적위치에대해각성한경험으로이후에슬란다의정체성과운동은더욱해방적으로나아갔다.여행후에슬란다는인류학자로서학계에진입하는대신반인종주의,반식민주의,반파시즘운동에적극적으로뛰어들어식민지배의유산에대항하는연대를구축하는데앞장섰다(이민용,「에슬란다롭슨―인류학자,여행자,국제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