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으로 나간 조선백자 (분원과 사기장의 마지막 이야기)

시장으로 나간 조선백자 (분원과 사기장의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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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장으로 나간 조선백자』는 경매시장에서 수천, 수억을 호가하는 조선백자를 만들었던 사람들과 그 백자를 만들었던 곳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조선백자는 문화유산으로 남아 예술성을 뽐내지만, 정작 만들었던 사기장의 삶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이 책은 분원 자기업에 종사했던 하재 지규식이라는 공인의 '하재일기'를 통해 들여다 본,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걸쳐 도자기를 만들었던 곳, 곧 분원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 도자기를 생산하고 판매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저자

박은숙

저자박은숙은전북대학교사학과를졸업하고,고려대학교대학원사학과에서석사ㆍ박사학위를받았다.서울시사편찬위원회연구원과고려대학교아세아문제연구소연구교수를지냈으며,2016년현재고려대학교강사로재직하고있다.
근대로이행하는시기에살았던사람들의신분과직업변화,갑신정변과역사의저편에묻혀버린혁명가(행동대원)들에대해연구하고있다.또한자본주의세계체제가작동하는가운데진행된전통적도시공간의변모와재편,도시민생활과가치관의변화에관심을기울이고있다.특히전통사회에서근현대사회로진행하는과정에서역사의뒤안길에있었던상놈(常漢)이시민사회의주역으로자리매김하는과정에주목하고있다.최근에는『하재일기』(1891~1911)를통해분원의변화와사기장이야기,격변의시대를살아간사람들의일상사와흥망성쇠,백성의눈에비친국가와시대의비극,개인의삶속으로들어온시대의폭력등을그려내는작업을하고있다.
저서로는『갑신정변연구』,『시장의역사』,『김옥균,역사의혁명가,시대의이단아』,『한국노동운동사』등이있고,번역서로『추안급국안중갑신정변관련자심문ㆍ진술기록』이있다.

목차

1부:분원의역사적변천과그여정

1장.조선시대분원:어기(御器)의제작과진상
1.이동하던광주분원에서고정된양근분원으로
2.분원의운영과자기진상

2장.분원자기공소(1883~1895):왕실납품과시장판매
1.정부의구조조정과분원의민영화
2.분원자기공소의운영과공인조직
3.분원자기공소의몰락을초래한공가미수와부채

3장.번자회사(1897~1910):설립과운영체제전환
1.공동출자,공동경영으로시작(1897~1899)
2.개별생산체제로전환(1900~1910)

4장.분원자기주식회사(1910~1916):분원의마지막자기업
1.민족기업,분원자기주식회사의탄생
2.분원자기주식회사의설립에서종말까지

⊙한국의자랑,조선백자를만든분원의여정

2부:분원자기를만드는재료와시설―백토ㆍ화목ㆍ청화ㆍ가마…

1장.분원백자를만드는우유빛백토
1.조선시대,분원에서사용한도토
2.분원자기공소시기에사용한도토
3.번자회사시기에사용한도토

2장.도자기를굽는연료,땔나무
1.조선시대:시장(柴場)의땔나무와구입땔나무
2.분원자기공소시기:강원ㆍ경기지역의땔나무
3.번자회사시기:목상과산판의땔나무

3장.분원자기제작에필요한시설과도구
1.조선시대:전통적시설과도구
2.근대(1883~1916):새롭게받아들이고실험하고

⊙도약을꿈꾸며새롭게시도한실험

3부:분원을움직인사람들―관리자와사기장이야기

1장.분원을좌우한권력자
1.조선시대:사옹원관료와아전
2.분원자기공소시기:사옹원제조와공인
3.민간회사시기(1897~1916):회사를경영한사람들

2장.조선의혼을담아백자를만든사기장
1.조선시대:천시받고대물림되는사기장
2.분원자기공소시기:세습과계약사이에선사기장
3.1895년이후:자유해방과계약노동자의길

⊙분원을움직인사람들,관리자와노동자의관계변화

미주
부록

출판사 서평

경매시장에서수천,수억을호가하는조선백자!
그백자를만들었던사람들과그백자를만들었던곳에관한이야기


1996년뉴욕크리스티경매장에서도자기경매역사를새로쓰는일이벌어졌다.17세기초의철화용문항아리가765만달러(63억4,950만원)에낙찰되면서그때까지도자기경매역사상최고가기록을경신했던것이다.그러나크리스티경매장까지갈필요없이한방송사의고미술감정프로그램만시청해보면조선시대관요에서생산된도자기가얼마나대단한지를알수있다.굳이감정가를들먹이지않아도감정위원의설명을통해조선백자의아름다움과가치를충분히알게된다.
이렇게세계최고를자랑하는조선백자는문화유산으로남아그예술성을뽐내지만,정작그것을만들었던사기장의삶에대해서는알려진바가거의없다.조선백자를만들었던곳에대해서도알려진것이거의없다.지금까지한국의도자사와관련된서적은대부분조선시대에치우쳐있고그나마도도자기그자체에관심이집중되어있을뿐이다.도자기를만들고판매하고유통했던사람들에대한이야기를다룬책은찾아보기힘들다.
이책은분원자기업에종사했던하재지규식이라는공인의『하재일기』를통해들여다본,조선시대~일제강점기에걸쳐도자기를만들었던곳,곧분원에관한이야기이자,그도자기를생산하고판매했던사람들의이야기다.특히개항이후분원자기업이자본주의세계시장에맞닥뜨려어떤변화를거쳐쇠락해가는지를,또최고품질의도자기를생산해낸사기장들이어떤과정을거쳐임노동자화되는지를살펴본다.

개항이후격변기속에서분원의변천사
관영에서민영의주식회사까지


개항은조선사회전반에큰변화를일으켰다.유교적의리와명분을강조하던사회는약육강식의자본주의시장과마주하게되었다.개항무렵까지도관영체제를고수해오던도자기제조업의경우민간이양이실시되었다.이는임오군란을지나면서정부의재정위기타개책의하나로진행된일이었다.
수백여년동안왕실에서쓰이는최고품질의도자기만생산하던분원은1883년정부조직의대대적인개편에따라그운영권이민간인인공인에게로넘어가고‘분원자기공소’라는이름으로운영되었다.민간인에게분원의운영권이넘어가고,왕실이아닌일반시장에도분원자기를판매할수있다지만,이때만해도완전한민영화는아니었다.사기장의임금을여전히정부에서지급하고,판매관리자인공인들에게여러가지특권을부여해줌으로써이른바관독상판(官督商辦)의체제로운영되었던것이다.왕실납품과시장판매를통해이윤을추구했음에도불구하고분원자기공소체제는오래가지못했다.계속누적된정부의미지급공가때문이었다.결국갑오개혁과정에서공인제도가폐지되고분원자기공소체제도혁파되었다.
이후대한제국이세워진1897년에분원자기업의맥을잇기위해번자회사가설립되었다.관료와공인출신으로이루어진번자회사의운영진은본사는서울에,생산현장은분원에두고이원적으로운영했다.마침명성황후의장례를앞두고있던지라최고최대의고객인왕실과관청을상대로납품량이늘었고,그에따라수익률도좋은편이었다.그러나공동운영,공동분배의합명회사특징을띠던번자회사는3년이채지나지않아유동자금경색으로운영난에처하고,1900년부터개별운영체제로전환했다.회사는판매를통한이익보다는오히려분원사원들의시설세를받아챙겨운영하는기생적형태로명맥을유지했다.게다가조선땅에밀려드는값싸고화려한수입도자기와일본인들의요업진출은조선의도자업에치명적위기를안김으로써토착산업을이끄는회사로서의기능과역할은이미한계에다다랐다.
1910년일제강점으로국권을빼앗기면서조선의산업이침탈당하고분원의자기업도몰락할위기에처하였다.그러자애국계몽운동가들이중심이되어식산흥업의일환으로분원자기업을회생시키려는움직임이일어났다.이러한흐름을타고1910년분원자기주식회사가출범했다.주주를모아자본금을마련하고,실력양성운동의연장선상에서다양한사회세력이참여하여운영진을꾸렸으나,분원자기주식회사역시이렇다할성과를내지못한채1916년문을닫고말았다.
조선시대후반부터일제강점기까지분원은여러차례변신을거듭하며회생하려했지만,매번자금난과부채에시달리며결국쇠락했다.관영에서민영으로전환한분원자기업은치열한경쟁시장에발을들여놓았지만아무런준비없이뛰어든셈이었다.약탈적자본주의체제에노출된조선의토착산업이어떻게몰락했는지를분원자기업은여실히보여준다.

분원을움직인사람들
사옹원관료와아전,공인,출자사원을비롯한회사경영진,사기장…


관영으로운영되던분원이대내외적상황에따라민영의분원자기공소(1883~1895)→번자회사(1897~1910)→분원자기주식회사(1910~1916)로변신했던만큼,그운영주체도각단계마다달랐다.조선시대정부의관할아래있을때는사옹원관료와아전들이,그리고민영의분원자기공소시기에는공인들이,번자회사시기에는큰돈을출자한사원들이,그리고분원자기주식회사시기에는도자업과관련이없는외부의애국계몽운동계열실업가들이분원자기업을이끌었다.그러나경영주체가계속바뀌는과정에서도한가지공통점은있었다.바로정부의권력과연관된이들이분원경영에참여했다는점이다.한편,경영주체가바뀌는흐름은분원이자본주의경제체제속으로편입되는과정과궤를같이한다.즉,분원자기업을주도하는경영층이자기업자가아닌자본가중심으로편성되었고,이에따라분원경영자와사기장은사용자와노동자의관계로전환되었다.
분원을움직이는사람에는관리감독하는경영층외에도하부조직에서일하는사람들도포함된다.이들은‘분원백자’를매개로피라미드구조를이루고있었다.제일상층부에는절대권력자인왕과왕실,그아래에는분원을감독하는사옹원관료,또그아래에는실무를담당하는아전과공인,다시아래에는그릇을제작하는사기장과일꾼,가장아래밑바닥에는수세대상이자부역에동원되는일반백성이자리했다.이피라미드구조속에서상층은하층을수탈하며착취하는권력자로서군림하며,이른바‘갑’과‘을’의관계가정립되었다.
분원의주인공은누가뭐래도사기장이다.아름다운그릇을빚고구워낸그들은분원의경영주체가계속갈마드는와중에도장인으로서의역할에복무했다.그러나그들이받는급료는하잘것없었기에처자식부양은고사하고생계자체를이을수없어아사지경에이르기까지했다.분원이민영화된뒤1883년사기장이받는한달급료는1냥이채되지않았는데,이금액은쌀1~2되정도의가격이다.물론분원이민영화되면서개별업주에게고용되어임금을받는임노동자가된뒤로는가옥까지제공받으며좀더나은형편에서그릇을빚었지만,그것도어디까지나능력이출중한사기장에한해서이고,실력이고만고만한나머지사기장들은도태될수밖에없었다.하루에천개의그릇을빚어신의손을가진사기장이라일컬어졌던장성화는분원외에지방에서도탐을내어여러곳을돌아다니며일을했다.또문경의유명한사기장인김비안은분원으로와서망동요를축조하고그릇을빚었다.분원이민영화됨에따라사기장들은신분의굴레에서벗어나분원에서지방으로,지방에서분원으로서로옮겨다니며일을했던것이다.
경영체제를바꾸고새로운기술을받아들이며실험하면서분원자기업의맥을잇고자했던노력은1916년분원자기주식회사가끝내문을닫게되면서수포로돌아갔다.사기장의계보도단절되고,전통자기를만들어온분원도점차소멸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