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물어야할질문,어떻게질문할것인가
'위안소란무엇인가'VS'위안부란누구인가'
1945년해방이후부터오늘날에이르기까지여러형태로누적되어형성된일본군'위안부'담론의지층을살펴보는이책은본론에앞서중요한문제의식을던진다.바로어떻게질문할것인가이다.이는담론지형을고찰하기위한질문으로서,다음두가지로대별된다.
'위안소란무엇인가'VS'위안부란누구인가'
이질문은단순히이책의핵심개념어인'위안소'와'위안부'에대한용어규정을넘어어떻게질문하느냐에따라'제국범죄의추궁'VS'제국에대한면책'으로나뉠수있다는점이내포되어있다.
역사왜곡은다양한측면에서이루어지고있지만,역사수정주의자들이공통적으로역점을둔지점은'위안부=매춘부'라는표상만들기였다.이는'위안부란누구인가'에대한답이위안소를재규정하는언표기능을수행하기때문에역사수정주의자들의담론적거점으로삼는것이다.역사수정주의자들이'장교보다돈을많이번위안부'라는이미지를대중에게각인시키고자한까닭은'위안부'에대한언표가위안소의성격을표현하기때문이다.'위안부'를매춘부라고하면위안소는매춘시설로인식되고,'위안부'를전시성폭력의피해자라고하면위안소는성범죄시설로인식된다.저자는"어떻게묻느냐는'위안부'담론구조에서굉장히중요하게작동한다"라고말한다.
'위안부'에대한기억과침묵,그리고공개증언
일본군'위안부'서사를이루는지층
8월14일은일본군'위안부'피해자기림의날이다.1991년이날의공개증언은피해자의목소리를당당히공론장에드러냈다는점에서큰의의를갖는다.그런데이공식증언을'위안부'담론의시작점이라고간주할경우,자칫증언이전의시간은'침묵의시기'로이해될수있으며,'위안부'에대한공동체의기억도전혀없었던것처럼이해될수있다.
그러나1991년의이전에도'위안부'피해사실을밝힌이들이있었으며,'위안부'에관한다양한형태의텍스트가존재했다.해방직후일본군'위안부'에대한공동체의기억은전장터에서돌아온이들에의한소문과목격담이중심을이루었고,신문기사,전쟁회고록,참전병사의수기등에서'위안부'는전쟁과군국주의를향수하게하는소재로,혹은그시절을'위안'하는존재로재현되었다.남성중심의서사로전개되는가운데전쟁기록물의출판상황과맞물려전시성폭력은남성판타지를충족시켜주는서사로왜곡되어소비되었다.그뿐아니라피해자가일인칭시점으로쓴'위안부'수기라면서대중여성잡지에실린글은실상편집자가가필·삭제·윤색·편집한글이었다.1970~80년대에'위안부'피해자가공론장에나타나자신의경험을토로하기도했으나,공론장은그녀들의증언을기존의남성적·민족주의적서사에포획하여전형화하거나,선정적으로소비하여'위안부'피해를전시성범죄로다루지못했다.
한편임종국과재일학자김일면은공식증언자도문서도없던시절군인·군속들의회고에서발견되는'위안부'의모습을수집하여그존재를증명하고자했다.그들에의해재현된'위안부'는제국에의해훼손된민족과등가적의미를지닌다.이러한인식하에서'위안부'의참상,곧'훼손된육체'를강조하면강조할수록제국에대한적개심도비례하여커진다.그러나여기에는이미순결이데올로기가전제되어있고,따라서정작'위안부'피해자는'훼손된존재'로서사회에드러날수없게된다.이러한인식은근본적으로남성중심적인사고안에서가능한것이고,'민족-제국'의남성이공유하는기반위에서'위안부'는다시'위안하는존재'로타자화되었다.
1991년의공식증언이후1990년대본격적으로쏟아져나오기시작한'위안부'피해자들의증언은그간목격자(testis)들이구성한담론의지층을생존자(superstes)의목소리로전환했다는의의가있다.또한'위안부'문제가전쟁범죄이자여성인권의문제로인식되기시작했다는점에서전환기를맞는다.
증언문학의가능성
고착화된증언이아닌살아있는기억으로
저자는'위안부'담론의변화와그본질을살펴보기위해해방직후부터1970~80년대의'위안부'서사물을폭넓게분석할뿐만아니라피해자의등장이후생산된수기,증언,인터뷰기사및조갑상·김원일·임철우·김숨등의소설도적극적으로다룬다.
특히김숨의일련의증언소설중『한명』과그영역본인OneLeft를비판적으로검토하고,또다른소설인『숭고함은나를들여다보는거야』,『군인이천사가되기를바란적있는가』를살펴보면서증언문학의가능성을탐색한다.
저자는김숨이소설『한명』에각주를통해증언자하나하나를불러들여위안소생활을구체적으로형상화한문학적의의에대해동의하면서도,각주에근거하여소설의진실성을지나치게강조한데는비판한다.다양한실제증언이하나의서사로통합되면서증언은증언자가원래의도한맥락과다르게분절되고절취되며,소설화되는과정에서증언은변형될수밖에없는데굳이각주를붙임으로써증언을성화(聖化)하는결과를빚어낸다는것이다.증언을있는그대로보존하고자하는강박적인태도는증언에대한끊임없는재해석을가로막는증언의'물화(物化)'를낳는다고우려한다.'살아있는'피해자는자신의삶과경험에대한이해와해석을계속해서재구성하므로증언은매번달리진술될수있음을강조하면서증언이원본그대로반복되어야한다고생각하는태도는그의도와는별개로증언속에서증언자마저소외시킨다고역설한다.
반면김복동의목소리가담긴『숭고함은나를들여다보는거야』,길원옥의목소리가담긴『군인이천사가되기를바란적있는가』는'위안부'당사자의진술을담은것이자,다른국가폭력,전시성폭력피해자에관한이야기로서의미를획득한다고평가한다.저자는김숨의이두소설이증언자와서술자의대화를통해증언소설을시도하고있다고본다.특히대화를서사의구성원리로삼음으로써증언을'듣는사람'은곧증언을'말하는사람'이된다면서'포스트메모리시대'의증언소설로서의의를평가한다.
문서고속웅성이는기억
'포스트메모리'시대의증언청취
일본군'위안부'피해자증언은국민국가의공식언어로균질하게나타나지않는다.위안소라는전시성폭력시스템은'전선(frontline)'을따라확대되었는데,전선은기존의공권력이구획한것과는다른영역을만들어냈고,특히언어적차원에서는다민족·다국적주체에의한혼합적·혼종적어문역(語文域)을형성했다.진상규명이우선적과제였던증언연구초기에는피해자증언에내재한이질적이고혼종적언어가상당부분소거되었으나,2000년대이후피해자의구술언어를반영하려는시도에따라증언의혼종성이텍스트에기입되었다.저자는증언자가발화하는이질적인언어와증언자가스스로해석하는의미사이의간극이야말로폭력적인언어조건과그러한상황속에서도살아남은피해자들의행위성을드러내고있다고본다.특히『증언집』1권과4권의영역·일역본을대조하고비교하면서증언자의혼종적언어가새로운문법체계속에귀속되거나혹은그것으로부터이탈하는양상을날카롭게분석한다.
저자는일본군'위안부'운동이이제'포스트메모리'시대의전환기를맞고있다고본다.새로운증언이생산될수없다고해서증언의새로운의미마저발견될수없는것은아니라고역설하면서,'위안부'증언역시증언집의형태로다듬어지지않은피해자의생애구술기록그자체를대상으로하여증언을재청취하려는노력이필요하다고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