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한한국사회의불편한자화상
얼마전“언제나평등하지않은세상을꿈꾸는당신에게바칩니다”라는아파트광고문구가논란이된적있다.분양가수백억원대의호화아파트에입주할수있는‘당신’은소수부유층뿐이다.평등을원치않는,불평등을누리고즐기는고객들의심리를공략하면서,평등이우리사회가추구해야할가치이자규범이라고여겨온사람들을당혹감과좌절감에빠뜨리는데도성공했다.수년전“당신이사는곳이당신을말해줍니다”라던아파트광고나“신분제를공고화해야한다.민중은개·돼지로취급하면된다”라던교육부간부의발언이불러온후폭풍도만만치않았다.우리는새로운신분제사회에살고있는것이확실하다.
성장일변도로질주해온한국사회는외환위기를거치며점점불평등사회로나아가고있다.소득격차는갈수록벌어지고,중산층은사라지는중이다.지니계수도,상대적빈곤율도OECD상위권이다.게다가출생률은꼴찌,산재사망률은1위,복지지출은최하위권이며무엇보다도자살률,세계1위다.정부는불평등을완화하기위해다양한정책을펴지만,‘가진것없고배운것없는이들’은패배자가되어계층이동을포기한다.흔히불평등의해결책으로교육이강조되나,오히려교육은부를대물림하고불평등구조를공고히하는역할을할뿐이다.
우리는과연평등해질수있을까?꿈을꾸는데도돈이드는세상에서과연평등을이루어갈수있을까?저자는아직은“좌절금지”라고말한다.물론‘행동’과‘참여’가수반된다는전제하에서다.근본적인평등,구조적인평등을이루는해법이궁극적으로참여민주주의에있다는저자의결론은,그래서,지당하다.‘함께잘사는사회’가더건강하게,더오랫동안지속될수있다는것은진리다.
책속에서
사회적불평등은사회구조에서나옵니다.희소가치,기회,제도가사회적불평등의원인입니다.우선불평등이라는비극은희소가치에서태어납니다.
-‘1장.평등이뭐예요?’중에서.25p.
우리나라에서대표적인희소가치는무엇일까요?명문대,돈,집을꼽을수있습니다.교육,소득,주택에서걱정이없는사람은거의없습니다.한국에서는이세가지가불평등유발자들입니다.
-‘2장.우리나라의불평등,어디가아픈가요?’중에서.35p.
소득불평등은오히려심해지고있습니다.일자리의질이나빠졌기때문입니다.무엇보다비정규직이많아졌습니다.일자리의질이나빠지게된결정적인계기는바로외환위기였습니다.
-‘3장.왜이렇게불평등해졌나요?’중에서.76~77p.
불평등을정당화하는이야기는여러가지가면을쓰고있습니다.멋진가면을쓰고한순간위로를주는것같아도결국불평등을정당화하는이야기에는공통점이있습니다.강자들의편에서있다는것입니다.
-‘4장.불평등이정당하다고요?’중에서.98~99p.
불평등은우리나라를승자독식사회,균열사회,동맥경화사회,쉼표없는사회,불신사회,배척사회,희망빈곤사회,불행한선진국으로만들고있습니다.불평등이지속되는나라에미래는없습니다.
-‘5장.불평등한사회는어떻게되나요?’중에서.175p.
국가는불평등을치우는일에진심일수도있지만그렇지않을수도있습니다.국가가평등한세상을만드는일에힘을쓰도록이끄는힘은국민에게서나옵니다.국가가모두가사람답게사는세상을만드는일에게으르다면국민이회초리를들어야합니다.
-‘6장.무엇을해야할까요?’중에서.200~201p.
작가의말
특권층의삐뚤어진행동은불평등한현실의일부에불과합니다.우리는그보다훨씬거대한불평등의숲에서살아가고있습니다.밑동이굵고키큰나무들이햇볕을독차지합니다.가녀린나무들은손톱만한틈새로떨어지는한줄기빛을찾아힘겹게가지를내밉니다.그래도열매를맺기어렵습니다.대한민국불평등의풍경화입니다.음지에서자라는나무한그루,풀한포기도그숲의주인입니다.온갖나무며들풀이모두어울려살아가는숲이건강합니다.강자들이햇볕을독점하는세상,특권층의반칙이평범한사람의꿈을빼앗는세상은건강하지않습니다.약자에게눈물을심는세상도옳지않습니다.
이책은우리나라의불평등을고발합니다.고발장은여러연필로쓸수있지만생태계의눈으로쓰려고합니다.불평등에도생태계가있습니다.햇볕을독차지하려는큰나무들을생태계교란죄로고발할수있습니다.하지만그나무한그루를베어내도숲은남아있습니다.나무한그루가아니라숲을바꾸어야합니다.숲의체질이바뀌지않으면여러나무가어울려살기어렵습니다.
불평등의생태계에눈길을두는이유는하나더있습니다.숨이턱까지차오를때까지내달려도좌절하는평범한서민들은죄가없습니다.‘헬조선’으로분노를뱉어내는청년도무죄입니다.정작유죄를선고받아야하는것은우리사회입니다.
햇볕이골고루쏟아지는숲을상상합니다.메마른땅에평등이라는광천수가콸콸솟구치는풍경을그려봅니다.청소년여러분이이책을읽고나서나름대로평등한세상을그려본다면이보다더뿌듯한일은없을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