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다시 피는데 (장영교 수필집 | 양장본 Hardcover)

꽃은 다시 피는데 (장영교 수필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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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꽃은 다시 피는데


춘삼월이라고는 하지만 공원 산책길은 아직 쌀쌀하다. 겉옷 하나를 더 걸치고 장갑까지 잊지 않고 챙기는데, 다행히 오늘은 날씨가 많이 풀렸다. 계절의 변화라기보다 봄이 짙어가는 것은 꽃이 피는 순서를 보는 것 같다.

노란 개나리가 걷는 길 양옆 울타리에 제일 먼저 피어 주었을 때, 그 산뜻하고 귀여운 모습은 반갑기도 했고 겨울을 이겨내고 나타난 모습이 더 예쁘고 고와 보였다. 가녀린 몸으로 제일 먼저 추위를 헤치고 나와 더 깜찍하기도 했다.

꽃들 가운데 가장 먼저 피는 예쁜 꽃은 개나리 같은데, 진달래를 찬양한 소월 시인은 이 아름다운 노란 개나리를 놓쳤던 것일까. 그다음 차례는 목련인가. 하얀 백목련과 이미 고목이 된 자색 목련이 올해는 같이 피는데, 항상 백목련이 먼저 피고 이삼일 있어야 피던 자목련이 웬일로 지금은 같이 피고 있었다. 한 해도 빼놓지 않은 관찰인데, 서운할 것은 없지만 금년부터 바뀐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공원에서 잠시만이라도 관심을 갖고 살펴보니 조금씩 다른 점이 보일 때도 있었다. 그 모든 자연 현상이 귀하게도 조용하고 따뜻한 봄볕을 맞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해마다 일찍 피던 산수유마저도 나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벌써 피어 있었다. 앞에 나와 얼굴을 내미는 것도 아니고 말 없는 저 겸손한 자세, 자기 자랑을 즐기는 인간들보다 훨씬 아름다운 자태인 것 같다.

나는 몇 해째 이곳에서 봄맞이를 하고 있지만, 벚꽃은 올해도 아직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저 남쪽 진해는 벚꽃 축제가 한창이라는 소식도 들리지만 말이다. 우리 공원도 어제까지는 조용했는데, 오늘 상점에 가는 길에 벚꽃이 활짝 핀 공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금 시간은 오후 다섯 시, 종일 따뜻했던 햇볕이 꽃을 피게 한 것 같다. 그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름의 재회를 하듯 틀림없는 그 모습들로 다시 와 주었으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닌가.

아무리 빨리 지고 말 벚꽃이라지만, 그들이 내년을 기약하고 떠나는 것은 약속 때문일까, 그리움 때문일까. 우리 인간은 벚꽃만도 못하단 말인가. 우리 그이도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다시 만날 수 있는 길은 정녕 없는 것인지.
저자

장영교

경북 안동 출생

월간 『수필문학』 천료 등단

안동사범학교 졸업, 37년간 교사 역임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추천작가회 이사, 여울문학회 회원

수필집 : 『저 들녘의 꽃들은 어디로 가나』

『하얀 꽃들의 사연』 외 다수

목차

1. 하늘나라 수요일에

꽃은 다시 피는데 … 16

연휴 마지막 날 … 19

안개 낀 진영 … 22

온천 … 27

엄마 힘내세요, 우이가 있잖아요 … 31

하늘나라 수요일에 … 36

손자는 제 아범을 닮고 … 41

정겨운 사람들 … 44

고향 만감 … 47



2. 잔인한 계절

한 가지 부탁 … 52

그리운 언니 보고 싶어요 … 57

네잎클로버의 약속 … 61

사랑은 눈물을 감추고 … 66

그리운 동갑내기 … 70

강도 맑고 이웃도 정답고 … 74

꽃다지는 다시 피었는데 … 78

세월은 허무하기만 할까 … 81

옛날이야기 … 86



3. 공원 백서

함박꽃의 진실 … 92

백세 시대 … 96

공원 백서 … 100

삶과 죽음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 105

잔인한 계절 … 108

고마운 친구들 … 113

행복한 날 … 117

나이 차이가 문젤까 … 120

한 번뿐인 인생 … 124

바뀐 세상 … 128



4. 느려 터진 우체국

봄날의 소묘(素描) … 134

느려 터진 우편 … 137

설 풍경 … 142

그리운 아버지 … 146

고향 생각 … 149

다시 3월은 왔건만 … 152

첫눈 … 155

애기똥풀꽃 … 158

그 누나에 그 동생 … 162

장영교의 수필세계 / 오경자

출판사 서평

사랑과 그리움을 말갛게 그려내는 작가

그의 주제는 온통 사랑과 그리움이다. 이런 주제는 모든 문학 작품의 근본 주제일 경우가 많다 할 정도의 것이겠으나 장영교에게는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고 그리움 아닌 추억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이번 수필집 『꽃은 다시 피는데』는 특히 오랜 세월 투병 중이던 사랑하는 남편이 곁을 떠난 후 그 아픔을 진솔한 표현으로 담담하게 토해내고 있다.

수필가 장영교는 심성이 온유하고 교사로 일생을 살면서 한없는 사랑을 교육을 통해 전달한 자애로운 스승이다. 가족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추억 모두가 그리움으로 수 놓은 아름다운 심성의 소유자다. 자기 자신을 쓴다고 할 수 있는 수필이라는 작품을 통해 그는 아낌없이 그 사랑과 그리움을 독자와 나누는 데 성공했다.

오경자 (평론가 · 국제PEN한국본부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