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습의 조선 유람기

김시습의 조선 유람기

$18.00
Description
조선 산하를 떠돌며 기록하다
1455년 계유정난으로 세상이 뒤집히던 순간, 삼각산 중흥사에서 공부하던 김시습은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옥새를 넘겼다는 소식을 듣고 읽던 책을 불사른다. “이 세상에서 도가 실현될 수 없음”을 깨달은 그는 과거와 관직의 길을 버리고 방랑을 택한다. 그의 발걸음은 철원 복계산에서 시작해 한양, 관서, 관동, 충청으로 이어지며, 그 여정은 수많은 시와 기록으로 남았다. 『김시습의 조선 유람기』는 이 흩어진 기록들을 따라가며, 조선의 산천과 사찰, 마을과 강을 배경으로 그의 심경과 사유를 복원한다.
스물네 살이 되던 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그는 관서 지방을 유람한다. ‘호탕한 유람’이라 이름 붙였지만, 그것은 고통과 번민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길이었다. 이어 1459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금강산으로 향한 여정에서는 포천–신철원–김화–창도–단발령–내금강에 이르는 상세한 동선이 펼쳐진다. 금강산을 둘러싼 조선 문인들의 동경과 유람 문화, 그리고 그 길 위에서 탄생한 시편들이 이 책에서 생동감을 얻는다.
서울·경기 일대의 기록도 빼놓을 수 없다. 수락산 정상의 ‘매월정’에서 내려다본 서울, 노원의 갈대벌판을 묘사한 「노원의 풀빛」, 삼각산의 안개, 도봉산의 봉우리 등은 한시와 함께 소개되며 당대의 풍광을 그대로 전한다. 감악산·회암사·마니산·백운산 등 여러 산과 사찰은 그가 정처 없음 속에서도 마음을 씻고 길을 찾으려 했던 자리로 등장한다. 충청 지역에서는 강경포구를 거쳐 은진 관촉사 대불을 알현한 기록이 이어지며, 웅대한 자연과 신앙적 감응이 담긴 시문들이 함께 실린다.
이 책은 김시습이 걸었던 실제 여정과, 그 길 위에서 써 내려간 시문을 함께 묶어 ‘조선의 기행문학’을 새롭게 읽게 한다. 자연의 세밀한 묘사, 사찰과 누정의 문화, 지역과 시대를 품은 이야기 속에서, 한 인간이 혼란의 시대를 견디기 위해 떠난 사유의 발걸음이 지금 다시 살아난다. 『김시습의 조선 유람기』는 방랑이라는 삶의 선택이 어떻게 한 시대의 정신과 문학을 만들어냈는지 조명하며, 오늘의 독자에게도 흔들리는 시대를 건너는 힘과 통찰을 건네는 책이다.
저자

권혁진

저자:권혁진
문학박사.강원한문고전연구소소장.
2018제2회한국지역출판대상천인독자상공로상수상.

권혁진박사는각지역을발로뛰며고전을바탕으로한다양한저작활동을하고있다.

목차

004/머리말

서울-스물아홉살의김시습,돌연서울에나타나다

013깊은궁궐에서연화경번역하다
015서거정시에답하다
019상서로운기운불상감싸네
023천리먼데서옛산생각하다
028여성성을지켜야
032김시습은사람중의만장봉이다
043어찌세상의영욕에연연하랴
047깊은산으로가는너를보내노라
050이세상에서부끄러움이없으리
053정업원에서불경을가르치다
056동봉사랑해언제나바라보네
069나는무엇하는사람인가
072성동쪽에밭을빌리다
076보리와열반먼데있지않나니
086시문으로이름나길삼십년
090충신은두임금을섬기지않는다
093황정경내외편을자세히보리라
097탐욕끊어몸에해가없네
102시와술에미친사람
105애끓는마음다할길없네
108술에취해숲속으로자취감췄네
112갈대벌판,노원의풀빛
116소매로가리고부끄러운듯
119도봉산의뾰족한산봉우리
123삼각산의상서로운안개
127수락산의저녁노을
131왕심의연기나는동네

경기북부-스물네살의김시습,관서지방을유람하기위해길을나서다

137물안개언제나나룻배배웅하네
140지는해는상기도남았구나
145지팡이하나로금강산향하니
150자연에는어디인들편안하지않겠는가
153무슨일로정처없이떠도는가
158경쇠소리바람에끊기고
161앞으로갈곳어디인가
164사람드물며송골매굶주려우는데
167감악산높이하늘로솟았네
171선왕이수레를머물게했던곳
175스님은구름과물처럼정처없네
179시원한물줄기봉우리서떨어지네
182한가닥길회암사로들어가네
188민족의성산마니산에오르다
191백운산을바라보며근심을씻다
195어느곳에서가슴을씻을것인가
199신선마을무릉도원
203갈림길에서면애가타누나
206탄식하노니세상일이여
210말없이꽃떨기향기를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