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오리까? : 조선시대 어전회의 현장을 들여다보다

어찌하오리까? : 조선시대 어전회의 현장을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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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조선의 어전회의에서는 왕과 대신들 사이에
어떠한 이야기가 오고 갔을까?
치열하고 집요했던 문답 속에서
조선 왕조의 흥망성쇠에 대한 답을 찾다!
조선시대를 이해할 가장 중요한 자료이자 관문인 《조선왕조실록》. 그중에서도 왕과 대신들이 만나 서로 묻고 답하며 치열하게 논쟁(論爭)했던 어전회의(御前會議) 현장을 마치 생중계하듯 흥미롭게 묘사하고 세세하게 풀어낸 역사 교양서가 출간되었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역사 이야기꾼 김진섭 작가의 《어찌하오리까?》가 바로 그것. 작가는 정치와 경제뿐 아니라 민생과 제도, 법률과 사회, 문화와 풍속 등 국정 전 분야를 망라한 실록 속 어전회의 기록을 통해 조선 왕조의 흥망을 통찰하고, 역사의 역할과 가치를 재조명한다.
저자

김진섭

저자:김진섭
춘천교육대학교겸임교수와동국대학교만해마을교육원교수를지냈고,춘천교육대학교·인천대학교·동국대학교에출강했다.현재우리역사와문화를주제로강의와교양서집필활동을하고있다.
저서로는《조선의책》,《이야기우리문화》,《신화는두껍다》,《왕비,궁궐담장을넘다》,《정도전의시대를읽다》,《일제강점기입학시험풍경》,《조선건국기재상열전》,《조선의아침을꿈꾸던사람들》,《나비야청산가자,김법린》등이있으며,논문으로〈리얼버라이어티쇼의확장성과전통연희에대한소고:2006무한도전등장이후를중심으로〉,〈리얼버라이어티쇼에내재된동시대인의일상연구〉등이있고,〈김치의혁명을몰고온고추〉,〈우산,근대와전근대가만나다〉등이고등학교교과서에실려있다.

목차


1부군군신신(君君臣臣)의나라를위하여:정치/외교/행정
나라를다스리는데임기응변은아니되옵니다
물소가조선에서도번성하겠는가?
후추종자를구하려고해도쉽게얻을수없을것입니다
한고을에수령이둘이나되어민폐가적지않습니다

2부천도(遷都)에서천릉(遷陵)까지,풍수지리에숨은뜻은?:지리/풍속
어찌술법따위로길흉을점치는사람의말만믿으시겠습니까?
도읍지로서명당은송악이첫째요,한양이다음입니다
파주교하현으로가야겠다!
숭례문밖으로운하를파서배가다니게하소서
능을어디로옮기는게좋겠는가?

3부금주령과과거합격에도사연이:민생/교육
백성들이작은기쁨을누리며즐기는것은보장되어야한다
금주령을어긴죄로목을베는것은지나친일입니다!
면신례의폐단이큰데,이것이무슨풍속입니까?
과거장의부정행위가극심하니감독관을문관으로하라
엉뚱한사람이과거에합격한일로물의가자자합니다

4부각종폭력사건은어떻게처리되었나?:법률/제도
구타당한수령에게더엄하게책임을묻는것이어떠한가?
의심은가나증거가없으니풀어주어야겠습니다
죄수들의탈옥을막으려면무엇이더필요하겠는가?
매에못이겨거짓으로자복하였다합니다

5부결혼과이혼에도나라가관여하다:사회/문화
부인을버리라는말인가?
부마가양반가의여인과재혼하였으니죄를물으소서
양민과천민의혼인으로나라의근간이흔들리고있습니다
역적의딸이왕족의부인이되려고합니다

조선시대주요관직

출판사 서평

조선을흔든집단의사결정시스템,
어전회의를들여다보다

왕비의침전이었던창덕궁대조전(大造殿)의동쪽에는1910년8월22일조선의마지막어전회의가열렸던흥복헌(興福軒)이라는작은전각이있다.당시어전회의에는국무대신외에황족(皇族)및문무원로의대표자들이참석해한일합병조약에대해논의했는데,여기서이완용을전권위원(全權委員)으로임명하고일본통감과협정하게한다는결정이이루어졌고,결국1926년4월25일이곳에서순종마저세상을떠나면서흥복헌은제국의종말을맞은장소가되었다.나라와백성을걱정하며왕과대신들이치열하게국정을논의하던조선의어전회의는그렇게제국의운명과함께역사속으로사라졌다.

그간우리역사와문화콘텐츠를꾸준히발굴하고소개해온김진섭작가는한나라의흥망성쇠를가를만큼절대적의사결정시스템으로작동했던조선의어전회의에주목했다.작가는조선을건국한태조때부터철종때까지25대472년간의역사적사실을연대순으로기록한《조선왕조실록》(〈고종실록〉과〈순종실록〉은일제강점기에일본인들이주관하여편찬하였기에일반적으로조선왕조실록에포함하지않는다)을꼼꼼히살펴,어전회의에나타난다양한의사결정순간과그안에담긴함의(含意)를논리적이면서도차분한필치로풀어냈다.

정치에서민생까지
어전회의에서쏟아진말,말,말

조선의어전회의는주로왕에게문안을드리던조회(朝會)·조참(朝參)·상참(常參)등의정례회의와국정을논하던경연(經筵)·백관(百官)회의등을통해이루어졌다.이가운데어전회의의핵심이라할수있는경연은특별한이유가없는한매일두세차례씩실시했기때문에“조선시대의경연은국왕과신하간교류와소통의기회이기도했고,경연의성패가백성들삶에영향을미쳤다”라는평가를받는다.

회의에는정승·판서를비롯한중신(重臣)과대간(臺諫)·홍문관등의관원,기록을맡은사관(史官)등이참석했는데,작가는이책에서조선왕조500년의시공간을넘나들며세종같은성군(聖君)에서황희,맹사성등의명재상들을소환하여그들이어떻게합리적인의사결정을이루어내고협치에이르게되었는지를주제별로구체적인사례를포함해다루고있다.

작가는특히첨예하게의견이갈렸던사례들,즉개국초기에국정에부담을주는천도를강행하려던태조와이를말리던정도전이야기(1394년),왕의인사권을제한하는서경문제로끝까지직언을서슴지않았던은여림과태종이야기(1413년),양반인황효원이노비의딸을적처로삼은문제를두고성종과대신들이대립한이야기(1476년),금주령을위반하면사형에처했던영조와한마디말로영조의마음을돌렸다는구상이야기(1763년)등왕과대신들이며칠에서부터해를넘기면서까지논의를거듭하며소통한모습들을섬세하게펼쳐냈다.물론명나라풍수지리가를고집하며그에게지나치게의존했던선조이야기(1594년)등불통의사례도빼놓지않았다.

이외에왕에게사실을보고하는과정에서드러난당대의풍습이나일반백성의삶을파악할수있는내용도상당한데,과거에합격한자라면누구라도처음관직에나갈때거쳐야했던‘면신례’라는악질적인(?)신고식이야기,신분이다른남녀의결혼이조선의3대송사중하나인노비송사의주요원인이되었다는이야기,밤새도록술을파는날밤집과‘목로’라는나무탁자를두고서서간단히마시는선술집,안주인은얼굴을내보이지않고팔뚝만내밀어술과안주를내준다는팔뚝집등이등장할만큼주막(酒幕)문화가발달했다는이야기등이다.그렇다면어전회의에서쏟아져나온왕과대신,사관의말을직접들어보자.

“나라를다스리는데있어임기응변으로일을처리할수는없습니다.청컨대신등의말을따르시길바라나이다.”
_명나라사신에게거짓말을한이징옥의죄목을두고고민하는세종에게재상맹사성이한말

“풍수지리등은단순히이치가그렇다고설명하는것일뿐이를이용하여앞날을예측하는것은전혀믿을것이못되며,더구나묘를옮기는일은후손들의복을빌기위함인데왕이면되었지더무엇을바라겠습니까?”
_풍수지리에의존해아버지세종과어머니소헌왕후의능을옮기려던세조에게서거정이답한말

“…하찮은소민(小民)은겨우한번술에취했다고해서그것으로논박(論駁)당하고,호화롭고편안한생활을누리는사람들은술을마시지않는날이없는데도논박당하지않는다면이런법은시행하여도이익이없을것이다.”
_금주령을강화해야한다는김명중의말에세조가금주령시행에서형평성과공정성을지적하며한말

“…(김왕에게)죄준다고한들누가옳지않다고하겠는가?그런데대신이란자가,어떤아전이사사로이말했고어떤사람이간여했다는등의말로임금의귀를번거롭게하면서좀스럽다는비난을돌아보지않았다.아,저같은대신에게사리와체면을책임지울수있겠는가?”
_권력자에게잘보이려부정행위를저지른도사(都事)김왕과그를비난하는대신을사관이평가한말

어전회의가
우리에게남긴숙제는?

이책에서사건이나인물에대한사관들의주관적평가나해석,즉사평(史評)도눈여겨볼만한대목이라하겠다.사관은사실을있는그대로기록하였을뿐만아니라그잘잘못이나인물에대한비평그리고기밀사무등을직필(直筆)하였다.특히초고라할사초(史草)는기록의진실성과독립성을위해왕조차볼수없었는데,이는기록을통해왕을통제하는힘을발휘했고권력을끊임없이견제하며감시하는기능을했다.

이러한사관의역할은오늘날권력을감시하고비판하는언론의기능을떠올리게한다.이제조선왕조의어전회의는사라졌지만,오늘날은‘시민이기자’인민주세상인만큼개개인모두가사관처럼감시의눈을가질필요가있다.역사와문화콘텐츠에관심이있는독자라면이책을통해조선의어전회의속으로흥미진진한시간여행을떠나보길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