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든 길도 길이다 (김여옥 시집)

잘못 든 길도 길이다 (김여옥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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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 삭힘 혹은 ‘그늘’에 이르는 길

김여옥의 시를 읽는 것은 시인의 아픈 정서에 동참하는 일이다. 이 아픔은 간혹 판단 정지를 불러올 만큼 정서의 과잉을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낭만주의자의 정서 과잉처럼 대책 없이 흘러넘치지는 않는다. 이것은 시인이 그 아픈 정서를 적절하게 맺고, 어르고, 풀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든 길도 길이다』에서 시인이 궁극적으로 이르려는 것 역시 삶의 과정에서 응어리진 마음을 어르고 달래서 그것을 신명 나게 풀어내려는 그늘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의 그늘은 삶의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들 중 특히 죽음에 대한 자의식을 통해 드러난다. 죽음은 인간이 맞닥뜨려야 하는 숙명 같은 것이지만 그것이 일정한 생의 보편적인 흐름 속에서 발생한 것이냐 아니면 우연히 돌발적인 상황 속에서 발생한 것이냐에 따라 응어리진 마음의 정도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시인의 그늘은 후자와의 만남을 통해 보다 강렬한 존재성을 드러낸다.
‘그 나무에는 그늘이 있어’라고 할 때의 그늘은 부정이나 긍정 어느 한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의미 지평을 드러낸다. 이런 점에서 그늘은 프로이트의 무의식화된 욕망이나 융의 그림자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흔히 자아의 어두운 면으로 명명되는 그림자의 경우에는 그 내부에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에너지 덩어리가 응축되어 있어서 그것이 의식의 차원으로 투사되는 경우 이성에 의해 구축된 상징계가 전복될 위험성이 있다. 이에 비해 그늘은 그림자의 상태로 존재하는 세계가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세계이다. 그늘의 세계는 그림자의 세계가 은폐하고 있는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덩어리를 일정한 삭힘의 과정을 통해 풀어낸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저자

김여옥

1963년땅끝해남에서태어나다.1991년월간《문예사조》에연작시「제자리되찾기」5편이당선되어문단에나오다.《自由文學》편집장과발행인을,《月刊文學》편집국장을역임하다.시집『제자리되찾기』(1994),『너에게사로잡히다』(2008)를펴내다.1996년마케도니아<제35차스트루가국제시축제>,1998년불가리아문화성초청<한ㆍ불가리아문학의밤>,2003년중국작가협회초청<북경ㆍ절강성ㆍ상해작가와의대담>에한국대표로참여하다.
인사동에서문화예술인들의사랑방<시인>을운영하다.2014년귀촌하여자급자족을근간으로무위자연하다.모든살아있는것들과교감하며웰다잉을꿈꾸다.

목차

시인의말

1부
해남동백꽃/신공무도하가/이달빛어쩌라고/인사동에서길을잃다/휘파람새/달의보시/늙는다는거와익는다는거/잘못든길도길이다/가장깊은곳으로/개똥쑥차를마시며/한슬픔이가면한기쁨이오는것/동안거를해제하다/이제부터해남은땅끝이아니라네

2부
지극히높은향기/오월의노래/젖지않고서야어찌/산의내력/갈아엎다/날개에대하여/내안의당신/실눈빛하나면족해요/등을토닥이듯/이가을명천에1/이가을명천에2/이가을명천에3/이가을명천에4/지,천명/자란,꽃눈을뜨다/엄마,안녕

3부
일제강점기친일경찰열석자사냥보고서/소통의부재/말세의징조/위하야/집토끼와산토끼/요샛것들이하는짓/한포이야기/술잔을돌리면뺨도돌리라/잣대/늦으믄어쪄,까짓거/어중간귀/흔들리는배위에서/통경론/사막을횡단하다/물은생명의즈믄불꽃/슬픔도진하게달이면

4부
사람은궁하면거짓말을한단다/적과에대하여/잘벼린칼한자루/다시바다로/청보리밭을거닐던바람이천수천안꽃종을보랏빛으로울리다/불온한생각/바보노무현,부엉이바위아래로힘껏날아오르다/지상에서의아름다운동행/꽃은또피는가/사슴에게/내내그대만을사랑했다/칠석날별자리/정선을보았다/눈멀고귀먼자들의나라/21세기캐치프레이즈/우리모두의통일은/저황홀한촛불의향연

해설_이재복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