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펭귄 (박화남 시집 | 양장본 Hardcover)

황제펭귄 (박화남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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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5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박화남 시인의 첫 시집 『황제펭귄』. 첫 시집이 대체로 한 시인의 가족사라든가 개인적인 인생사의 아픔을 곱씹는 작품들이 많은 경향이 있지만, 시인은 첫 시집부터 자신만의 고유한 관심과 시의식 그리고 독특한 가락과 시적 보법을 통해서 개성적인 국면을 보여준다. 물론 시인의 관심은 삶의 여러 장면을 포괄하기에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도 보이고 자연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천착도 보이며 불가사의한 사랑의 미묘한 국면에 대한 놀라움과 탄식의 정동이 표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말(言語)에 대한 관심과 ‘아버지’라는 기표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함의로 수렴될 수 있을 듯하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조금은// 사물들에게 경이로운//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간략하게 서술했는데, 자신의 시조 작품이 사물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은 곧 사물들이 지니고 있는 꿈과 소망에 알맞은 언어를 부여해 주고 싶다는 열망과 통할 것이다. 시인의 이러한 열망은 「흰눈썹지빠귀에게」 「순댓국」 「길 위의 아포리즘」 「치매 병동 203호」 등의 작품에서 드러난다. 이들 작품에서 모든 사물은 자신의 언어를 지니고 있으며 그 언어를 통해서 존재 의의를 실현한다. 하지만 언어란 지극히 한정적인 수단으로서 흔히 왜곡되거나 억압되기도 하고 어떤 정서적 상황에 봉착해서는 불순물이거나 잉여물과 같은 처지로 전락하기도 한다. 그래서 시인은 오히려 표출된 언어의 세계보다는 잠재된 언어의 세계라고 할 수 있는 ‘묵언’에 주목한다.
묵언(默言)이란 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지 않는 상태, 곧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그것을 억누르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묵언 또한 하나의 언어의 세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어떤 정서적 소용돌이 상태에서 애써 언어의 분출을 억제하고 있는 상태라는 점에서 더욱 극적인 언어의 세계라고 할 수도 있다. 그리하여 박화남 시인의 시조 작품에서 묵언이란 하나의 응축된 에너지로서의 언어로, 발화보다 더욱 효과적인 역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것은 하나의 고통과 고독의 삶에 대응하는 형식으로서 언어를 초월하는 행위이기도 하고 자신의 의지를 외부를 향해 발산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것들을 안으로 수용하고 포용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자신을 내세워서 외부로 투사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것에 동화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묵언의 과정은 하나의 수행으로서 삶의 지극한 경지에 도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고통과 고독에 응전하는 삶의 형식이자 깨달음에 도달하는 수행의 과정으로서 묵언의 가치를 체현하고 있는 존재로 ‘아버지’가 자주 부각된다. 이번 시집에서 아버지의 이미지는 거의 대부분 묵언의 이미지와 관련되어 있으며 또한 달관과 수행의 이미지와 관련되어 있다.
말에 대한 관심은 시인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것이겠지만 박화남 시인의 말에 대한 관심은 이 땅의 현실과 사물에 접근하기 위한 중요한 통로이자, 구도의 과정에서 의지할 수 있는 수행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독특하고 의미심장하다. 특히 묵언의 언어에 대한 천착은 시인의 시적 세계가 한없이 깊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언어를 절제하고 압축하고 응축하는 것, 그것은 아마도 시조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박화남 시인이 구축하고 있는 묵언의 미학에 주목하는 것은 시인이 구축한 묵언의 심미적 효과가 그 자체로 매우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또한 앞으로 시인의 시적 행보에 의해서 시조의 어떤 본질적인 한 국면이 개척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저자

박화남

경북김천에서태어나
계명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
2015년중앙일보중앙신인문학상으로등단했으며
한국동서문학작품상을수상했다.
2020년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사업에선정되었다.
오늘의시조시인회의,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흩어진저수지물결걸음까지받아낸다
물새를읽다/달항아리/천칭/지붕위의자전거/빨래집게/붉은장마/해녀/1g의그늘/보내지않을편지/뭇,/장미전쟁/신화를쓰다/양파가양파에게/맨발의보법/開망초/살구나무시인/주부9단

2부익숙한감정은왜돌아보지않는걸까
초승달/체리와채플린/새들에게묻는다/춤추는풍선/몽당빗자루/벼락맞은자두나무/봄밤/가로수싱크홀/금계국/구제역/흰눈썹지빠귀에게/순댓국/불고기게이트/왜가리식사법/독/시작노트/어느열사의평전

3부여태껏본적도없는길활짝열린다
개소주/茶山을읽다/황제펭귄/삭제버튼/진달래의말/열쇠에관한보고/쾌활한젖소씨/동백꽃/놀람교향곡/아프리카아프리카/대관절/봄의혐의/내여자의여행/똥을울리다/먹감나무얼굴/돼지잡는날/폭설/햇살플라워

4부내가돌아설때생강꽃은피었어요

별일/길위의아포리즘/치매병동203호/함덕해변/모노드라마/전원아파트/백야/격렬비열도/후반전/꽃의구름/밥먹어주는그녀/겨울담쟁이/들라크루아방식으로/먼동/달나라보폭/백록/대구막창/해설_황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