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긴 여기서 멀다 (정혜숙 시조집)

거긴 여기서 멀다 (정혜숙 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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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혜숙 시에서 “문장”은 생의 행로와 같으며, “행간”은 존재의 균열이 발생하는 틈이며, “미간”이나 “안색”은 고독한 일상의 형편을 표상하고, “인중”에 새겨진 시간은 운명적인 힘이다.
홑겹으로 맑고 투명하게 널어놓은 이미지들 속에서 백지처럼 얇아진 배후의 세계가 얼비치며 내색한다. 이때 유한자로서 겪는 상실감과 좌절들은 사적 영역을 넘어서 관계적 질서를 불러오는데, 이를 통해 슬픔은 심미적으로 보편화된다. 부음으로 전달되는 배후의 세계를 고통이나 두려움이 없이 심미화하는 것은, ‘여기’와 ‘거기’를 통합하여 관념할 수 있는 전일全一한 세계관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또한 상실이나 좌절이 분노나 원한의 감정으로 이행하지 않고 심미화되는 것은 그가 가진 특유의 세계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현존을 영원의 포대기에 감싸인 배아처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

정혜숙

1957년전남화순출생
한국방송대학교국어국문학과졸업
2003년중앙일보중앙신인문학상으로등단
시조시학젊은시인상,무등시조문학상,
오늘의시조시인상,중앙시조대상신인상수상
2012년과2021년서울문화재단문학창작지원금받음
시조집『앵남리삽화』『흰그늘아래』,
현대시조100인선『그말을추려읽다』가있음

목차

1부

나비의문장을읽어요/시선을먼데둔다/어둠이발목을적실때/산자락북향집/늘그렇듯담담한얼굴로/어디에도없는다정/슬픔을운구하듯이/봄,별후/여전히바람이잦다/다른건다그만두고/거긴여기서멀다/조금울었다/묵은그늘흩어진다/혼잣말이붉었다/걷고또걷습니다

2부

초록이묽어진다/시간을시침질하듯/거기도새가우나요/목백일홍붉어요/신월리/허공에실금을긋듯/눈물로관이라도짜듯/사위문득고요하다/추수/꽃들이신음도없이/해지는쪽을향해걸었던적이있다/부음을듣다/개밥바라기,젖은눈/낡아서애틋한/흰뼈만남은말들이

3부

이쯤에서접을게요/너는오지않았다/먼데서온묵독이다/청명/그날/가까이앉아요/추신처럼새가운다/사나흘은자처럼/다시,접경이다/배후는없었다/달의남쪽을걸었다/나무들이말했다/이제그만가시라했다/산책/왕릉의가을

4부

가벼운농담을하듯/우회로를택했다/저녁의굽은등너머/그숲에두고왔다/주렴을내린다/길위의악사/한로부근/환절기/흰피톨의햇살이/편지/당신,조금웃었다/몇방울헐한눈물/인중짧은꽃들이/드문드문쉼표처럼,/언제나그러하듯이/해설_염창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