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시조라는 양식은 말을 아끼고 절제함으로써 ‘말이란 무엇인가’를 근원적으로 사유하는 예술 갈래이다. 그 점에서 시조는 함축과 절제를 원리로 하는 정형의 언어예술이다. 이러한 언어예술로서의 시조를 쓰면서 언어적 자의식으로 충만한 세계를 보여준 윤정란 시인은 사물 속에서 언어를 발견하려는 존재로 스스로를 이끌어가면서 언어의 도구적 기능을 한껏 넘어서려 한다. 말하자면 언어 자체에 대한 탐색에 공을 들이면서, ‘말해질 수 없는 말’을 통한 말하기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그녀의 텍스트가 보여주는 전언을 통해 사물의 이미지 뒤편에 꼭꼭 숨어 있는 언어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어둑한 실존을 지탱하고 견디는 주체와 그 주체의 경험에 긴장과 균형으로 존재하는 사물들, 그리고 그것들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풍경이 말하자면 윤정란의 이번 시조집 『너는 나와 달라서』인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근원적 사유와 감각을 통해 그녀의 언어는 폐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높고 깊은 성찰의 시선을 생명의 파동으로 선사해 주고 있다.
너는 나와 달라서 (윤정란 시조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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