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scription
숨은그림찾기보다 열 배 흥미로운 게 ‘숨은 길 찾기’일 겁니다. 김순국 시인으로부터 건네받은 50편의 시조와 시작노트 그리고 관련 그림들로 엮은 시화집에서 “나이 먹는 것이 산과 바다를 품는 거야”라는 작품 중 이 한 줄이 사람의 눈길을 멈춰 세웁니다.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그 ‘나이’라는 낱말에서 새삼 멈칫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절제와 단순함이 좋은 삶을 사는 태도임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세월은 성숙과 노련함을 개인에게 요구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시조 쓰는 과정에서 이미 몸에 배어버린 ‘삼 장 육 구 열두 음보’에서 ‘알맞음’이라는 삶의 가치를 터득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결국 글쓰기란 ‘내 삶의 길 찾기’로 끝나지 않고, 자연이 나에게 건네는 ‘길’ 또는 ‘언어’ 찾기라는 점을 이 시화집을 통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녹내장 말기라는 시력 장애의 벽을 두들기면서 얻어낸 결과물이어서 감동이 컸습니다.

자작나무 숲길에서 (양장)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