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의 나이테를 그려주고 있다 : 색연필로 그리는 마당

우리는 서로의 나이테를 그려주고 있다 : 색연필로 그리는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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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색연필로 마당을 그리는 어느 시인의 집 이야기
우리의 지난한 삶을 위무하고 에너지로 환원하며 빛나는 서정의 한 면목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들어온 나혜경 시인의 첫 산문집 『우리는 서로의 나이테를 그려주고 있다』가 책만드는집에서 나왔다. 나혜경 시인은 1991년 사화집 『개망초꽃 등허리에 상처 난 기다림』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담쟁이덩굴의 독법』 『파리에서 비를 만나면』 등 네 권의 시집을 펴낸 바 있다. 시인은 인생 반환점이라고 생각하는 시기에 마당이 있는 집을 지었다. 아주 어릴 적 살았던 집도 마당이 있었기에, 본능적으로 어린 시절의 마당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듯하다. 서너 살 때 보았던 나무와 꽃을 어른이 되어 자신의 마당에 이식하며 자신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다 지나가고 잊어버린 것 같지만, 무의식 속에 그 시간이 각인되어 있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바슐라르가 『공간의 시학』에서 어린 시절 다락방에 대한 추억은 “작으면서도 크고, 더우면서도 시원하고, 언제나 기운을 되찾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듯 내게도 그런 곳으로 각인되어 있으며 지금까지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 (본문 중에서)

어린 시절의 마당 또한 면적과는 상관없이,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 기운을 다시 찾게 하는 공간일 것이다.
시인은 자신의 마당에 눈에 익은 나무와 꽃을 하나씩 심기 시작했고, 점차 푸르름으로 그곳을 채웠다. 그러던 어느 이른 봄날, 향 좋은 히아신스가 꽃을 피우는데 갑자기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에 오래된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꺼냈다. 그림을 배우지 않았으니 제멋대로 그린 첫 색연필 그림인 셈이다. 그 후부터 그리고 싶을 때 하나씩 그렸고 이것은 곧 시인만의 취미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그림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시인은 글보다는 그림이 먼저였다고 한다. 집과 마당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림과 함께 묶어 산문집을 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후 글을 쓰며, 많은 시간 집과 마당에서 놀이를 해왔음을 깨달았다. 수를 놓고, 재봉질을 하고, 커피를 볶고, 목공을 하고, 비 오는 날 장화를 신고ㆍㆍㆍㆍㆍㆍ 열심히 놀았음을 알았다.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로 정의했다. 곧 ‘유희하는 인간’을 말한다. 그러니까 인간은 생각을 하기도 전에 놀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림이나 목공, 꽃꽂이, 재봉, 자수, 커피 만들기는 내가 하는 놀이이다. 노동의 개념을 떠나 좋아서 하면 놀이가 된다. 열심히 놀다 보면 그림 한 장이 완성되고, 식탁이 완성되고, 커튼이 완성된다. 혼자 할 때도 있지만 여럿이 할 때도 있다. 혼자 놀기도 하고 둘이 놀기도 하고 여럿이 놀기도 한다. 놀면서 외로움과 불안과 슬픔, 스트레스를 날려 보낸다. 어른이 되어도 노는 일은 멈출 수 없다. (본문 중에서)

아이도 어른도 놀 때 즐겁다. 마당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공간이다. 그곳에서의 움직임은 놀이이고, 마당은 놀이터가 되어 사람을 건강하게 한다.
코로나19 때 마당은 더 빛을 발했다. 사람을 자유롭게 만날 수 없을 때, 또 가족의 격리로 함께 격리해야 할 때 대문 밖으로 나가지 못해도 마당은 바깥의 공간이 되었다.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산책이나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시인은 이제 바깥으로 나가기 전 완충의 공간이 되는 마당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림은 서툴지만, 전문가의 그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시인만의 감각이 돋보인다. 자연의 경이로움에서 시작된 그림 속엔 시인만의 느낌표와 쉼표가 오롯이 살아 있다. 마당 구석구석에, 꽃 한 송이에 보내는 감탄과 찬사가 묻어난다.
저자

나혜경

저자:나혜경

전북김제에서태어나1991년사화집『개망초꽃등허리에상처난기다림』으로작품활동을시작하였다.시집『담쟁이덩굴의독법』『미스김라일락』등과시사진집『파리에서비를만나면』을펴냈으며현재원광대에출강하고있다.

목차

01어린눈으로처음보았던
용동리/다락방의추억/ALC가뭔가요?/당신도편안하시기를/터닝포인트/온전한고요/
땅의힘/하룻밤머물다가는집/전쟁에서승리하라

02놀이하는인간
드르륵드르륵재봉질/네가족의목공이야기/콜드브루만들기/자연을재현하다/마당에색칠하기/수를놓다/홀로앉아마시면신비롭고/붕붕카파/나뭇가지를태우며

03꽃잎한장의귓속말
다시,사람과마음에주목하다/젖지않는감정처럼/슈가맨/상실의계절/내년봄이기다려지는이유/슬픈감정만울음을불러오는게아니잖아요/레트로,뉴트로/서재를떠나다/지난해의꽃은어디에있나

04붙잡고일어서기에도좋은곳
모과나무이야기/웃는개/코로나블루/한평이라도좋아/풀잎의마음/미영이는눈을네번깜박였다/생각대로들리는소리/진짜시골출신맞아?/길들여지면누구나헤어질때울게된다는데

나가며

출판사 서평

바슐라르가『공간의시학』에서어린시절다락방에대한추억은“작으면서도크고,더우면서도시원하고,언제나기운을되찾게하는것”이라고말했듯내게도그런곳으로각인되어있으며지금까지도살아움직이고있다.(본문중에서)

어린시절의마당또한면적과는상관없이,그곳에서있었던일을떠올리면기운을다시찾게하는공간일것이다.
시인은자신의마당에눈에익은나무와꽃을하나씩심기시작했고,점차푸르름으로그곳을채웠다.그러던어느이른봄날,향좋은히아신스가꽃을피우는데갑자기그려보고싶다는생각에오래된스케치북과색연필을꺼냈다.그림을배우지않았으니제멋대로그린첫색연필그림인셈이다.그후부터그리고싶을때하나씩그렸고이것은곧시인만의취미가되었다.
그렇게시작된그림이한권의책으로나왔다.시인은글보다는그림이먼저였다고한다.집과마당에서벌어지는에피소드를그림과함께묶어산문집을펴내면좋겠다는생각을한후글을쓰며,많은시간집과마당에서놀이를해왔음을깨달았다.수를놓고,재봉질을하고,커피를볶고,목공을하고,비오는날장화를신고열심히놀았음을알았다.

요한하위징아는인간을‘호모루덴스’로정의했다.곧‘유희하는인간’을말한다.그러니까인간은생각을하기도전에놀줄알았다는것이다.그림이나목공,꽃꽂이,재봉,자수,커피만들기는내가하는놀이이다.노동의개념을떠나좋아서하면놀이가된다.열심히놀다보면그림한장이완성되고,식탁이완성되고,커튼이완성된다.혼자할때도있지만여럿이할때도있다.혼자놀기도하고둘이놀기도하고여럿이놀기도한다.놀면서외로움과불안과슬픔,스트레스를날려보낸다.어른이되어도노는일은멈출수없다.(본문중에서)

아이도어른도놀때즐겁다.마당은사람을움직이게하는공간이다.그곳에서의움직임은놀이이고,마당은놀이터가되어사람을건강하게한다.
코로나19때마당은더빛을발했다.사람을자유롭게만날수없을때,또가족의격리로함께격리해야할때대문밖으로나가지못해도마당은바깥의공간이되었다.햇빛과바람을맞으며산책이나일을할수있는곳이되었다.시인은이제바깥으로나가기전완충의공간이되는마당없이는살수없을것같다고말한다.
그림은서툴지만,전문가의그림에서는느낄수없는시인만의감각이돋보인다.자연의경이로움에서시작된그림속엔시인만의느낌표와쉼표가오롯이살아있다.마당구석구석에,꽃한송이에보내는감탄과찬사가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