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의 나이테를 그려주고 있다 : 색연필로 그리는 마당

우리는 서로의 나이테를 그려주고 있다 : 색연필로 그리는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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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나혜경

저자:나혜경

전북김제에서태어나1991년사화집『개망초꽃등허리에상처난기다림』으로작품활동을시작하였다.시집『담쟁이덩굴의독법』『미스김라일락』등과시사진집『파리에서비를만나면』을펴냈으며현재원광대에출강하고있다.

목차

01어린눈으로처음보았던
용동리/다락방의추억/ALC가뭔가요?/당신도편안하시기를/터닝포인트/온전한고요/
땅의힘/하룻밤머물다가는집/전쟁에서승리하라

02놀이하는인간
드르륵드르륵재봉질/네가족의목공이야기/콜드브루만들기/자연을재현하다/마당에색칠하기/수를놓다/홀로앉아마시면신비롭고/붕붕카파/나뭇가지를태우며

03꽃잎한장의귓속말
다시,사람과마음에주목하다/젖지않는감정처럼/슈가맨/상실의계절/내년봄이기다려지는이유/슬픈감정만울음을불러오는게아니잖아요/레트로,뉴트로/서재를떠나다/지난해의꽃은어디에있나

04붙잡고일어서기에도좋은곳
모과나무이야기/웃는개/코로나블루/한평이라도좋아/풀잎의마음/미영이는눈을네번깜박였다/생각대로들리는소리/진짜시골출신맞아?/길들여지면누구나헤어질때울게된다는데

나가며

출판사 서평

바슐라르가『공간의시학』에서어린시절다락방에대한추억은“작으면서도크고,더우면서도시원하고,언제나기운을되찾게하는것”이라고말했듯내게도그런곳으로각인되어있으며지금까지도살아움직이고있다.(본문중에서)

어린시절의마당또한면적과는상관없이,그곳에서있었던일을떠올리면기운을다시찾게하는공간일것이다.
시인은자신의마당에눈에익은나무와꽃을하나씩심기시작했고,점차푸르름으로그곳을채웠다.그러던어느이른봄날,향좋은히아신스가꽃을피우는데갑자기그려보고싶다는생각에오래된스케치북과색연필을꺼냈다.그림을배우지않았으니제멋대로그린첫색연필그림인셈이다.그후부터그리고싶을때하나씩그렸고이것은곧시인만의취미가되었다.
그렇게시작된그림이한권의책으로나왔다.시인은글보다는그림이먼저였다고한다.집과마당에서벌어지는에피소드를그림과함께묶어산문집을펴내면좋겠다는생각을한후글을쓰며,많은시간집과마당에서놀이를해왔음을깨달았다.수를놓고,재봉질을하고,커피를볶고,목공을하고,비오는날장화를신고열심히놀았음을알았다.

요한하위징아는인간을‘호모루덴스’로정의했다.곧‘유희하는인간’을말한다.그러니까인간은생각을하기도전에놀줄알았다는것이다.그림이나목공,꽃꽂이,재봉,자수,커피만들기는내가하는놀이이다.노동의개념을떠나좋아서하면놀이가된다.열심히놀다보면그림한장이완성되고,식탁이완성되고,커튼이완성된다.혼자할때도있지만여럿이할때도있다.혼자놀기도하고둘이놀기도하고여럿이놀기도한다.놀면서외로움과불안과슬픔,스트레스를날려보낸다.어른이되어도노는일은멈출수없다.(본문중에서)

아이도어른도놀때즐겁다.마당은사람을움직이게하는공간이다.그곳에서의움직임은놀이이고,마당은놀이터가되어사람을건강하게한다.
코로나19때마당은더빛을발했다.사람을자유롭게만날수없을때,또가족의격리로함께격리해야할때대문밖으로나가지못해도마당은바깥의공간이되었다.햇빛과바람을맞으며산책이나일을할수있는곳이되었다.시인은이제바깥으로나가기전완충의공간이되는마당없이는살수없을것같다고말한다.
그림은서툴지만,전문가의그림에서는느낄수없는시인만의감각이돋보인다.자연의경이로움에서시작된그림속엔시인만의느낌표와쉼표가오롯이살아있다.마당구석구석에,꽃한송이에보내는감탄과찬사가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