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향연

시조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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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단시조가 지닌 미학과 의미, 방향성을 감성적 분석과 이성적 논리로 풀어주는 150편의 단시조 읽기
자유시의 도입과 함께 태동한 현대시조, 그 100년의 가장 큰 변화는 시조를 창사唱詞라는 음악적 범주에서 본격 문학의 장르로 정착시킨 성과라 할 것이다. 양적으로도 연간 고시조 전체의 창작 성과를 넘어서고 질적으로도 다양한 결을 보여주고 있으니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가히 시조의 르네상스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러한 외형 성장에 비하여 시조가 현대문학이 요구하는 독자적인 가수요를 확보하고 있는가 하는 반성적 물음 앞에서는 확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 같은 물음의 중심에는 단연 시조만의 질서, 즉 정형성이 갖는 정체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 데는 시조의 원형에 대한 장르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이 우선 조건이 되겠는데 그 단초가 단시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아닐 수 없다.
김일연 시인의 『시조의 향연』은 계간 《시조21》 기획으로 25(2013년 여름호)부터 시작하여 60
호(2022년 봄)에 이르기까지 10년 동안 「내가 읽은 단시조」란 이름 아래 연재한 글 모음으로, 오늘의 작품을 통해 단시조가 지닌 미학과 의미,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감성적 분석과 이성적 논리로 풀어주고 있다. 여기에는 단시조가 품어야 할 호흡과 정제미를 중심으로 시대 미의식이 조명되어 현대시조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창조적 계승의 가늠자가 다각도로 제시되어 있다.
저자

김일연

저자:김일연
경북대학교사범대학국어교육과를졸업하고중등학교교사가되었다가대구매일신문사에서기자로일했다.1980년《시조문학》지천료.
시조집으로『빈들의집』『서역가는길』『저혼자꽃필때에』『달집태우기』『명창』『엎드려별을보다』『꽃벼랑』『아프지않다외롭지않다』『너와보낸봄날』『세상의모든딸들ALLTHEDAUGHTERSOFTHEEARTH』『깨끗한절정』『먼사랑』이있고,동화집으로『하늘발자국』이있다.
한국시조작품상,이영도시조문학상,유심작품상,오늘의시조문학상,고산문학대상,한국단시조작품상을수상했다.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회운영위원,국제시조협회이사,《시조튜브》대표.

목차

1부가슴파고드는저것이여시같아라
가슴파고드는저것이여시같아라/어부의구릿빛이마위를바퀴벌레처럼기어다닌다/하얗게명절날문턱에새끼고양이들이운다/피었다순간에진들어찌찰나이랴/하얀선제트기흔적이바람으로뭉개질때/괜찮다,울지말거라녹는몸으로달랜다/시장기슬몃도는밤특별하다이배맛!/이물없이내려앉아똬리튼산그늘같이/못본척지나치는나도이렇게될줄은몰랐다

2부허공에울음터뜨리며천잎파지날린다
누구의보랏빛인가허리가가느다란/내안의스키드마크,언제쯤지워질까/피라미한마리나와그걸물고사라진다/내몸을친친감는며칠지독한봄날이다/못내턴그청춘들이사뤄오르는저향로!/생각은환한유등속에서한껏부풀다,흐른다/준절한채찍으로만겨우몸을가눈다/없는듯은빛나룻배한척푸른해협건너가네/아직도남은목숨이한천에도식지않네

3부일흔을넘기고난지금꽃질까두려워
일흔을넘기고난지금꽃질까두려워/물소리뱉으며운다흘천변꽃댕강피듯/또다른허기가운다편의점문에매달려/해지면업었던산이다시업혀그려진다/수십년난전에내놓은값을잃은골동이다/얄팍한내바자울을짓부수고가버렸다/둥글게지구를굴리네착감기는그의병법/이곳서종신서원한그고독이슬프다/지상의모든나무가로켓처럼쏘아올려진다

4부쉽사리허물어지지않는엇각을지니고있다
쉽사리허물어지지않는엇각을지니고있다/햇살이드는날오면미친듯이뛰고싶다/꼬끼오수탉울음이꽃속에서들렸다/나날이밀고일어서는나는벽을가졌다/터질듯팽팽한종아리채찍치는햇살들/그전설그냥그대로자주감자살더라/휘청거리던발목이부드럽게활강한다/문을다열어놓고허공처럼앉았구나/한줄시고독을품던새는지금은날아가고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