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꽂아둔 책갈피 - 책만드는집 시인선 244

시간에 꽂아둔 책갈피 - 책만드는집 시인선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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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편 전반에서 섬세하고 아름다운 시적 묘사가 뚜렷하게 읽힌다. 이미 사라져 버린 흑백의 시간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고, 사유의 공간을 확장한다. 가령 “꽃 시샘 이월이/ 명분 없이 서성대”(「이월과 삼월 사이」)며 삼월로 건너가는 동안의 여백이 그렇다. 여백을 하나씩 채우며 “비단을 잘 다려 펼쳐놓은 연둣빛”(「여름이 오고 있다」)이 초록으로 물드는 시간이 그렇다. 초록이 깊어져 무성한 녹음綠陰으로 치달은 계절은, 폭염과 폭우의 시간으로 지나간다. 여름날 열기로 들끓는 시간과 폭우에 잠겨 뭉개진 잎사귀처럼 풀 죽은 시간의 경계가 아슬하다. 아슬한 경계를 뛰어넘어 성장한 계절의 페이지엔 “단풍잎 한 장 얹어 배달된 발 빠른 가을”(「환절기 풍경을 읽다」)과 “풍만한 곡식 낟알”을 나르는 한 짐 가득한 만추의 수레가 있다. 만추의 수레는 팽팽해진 만월과 같다. 팽팽한 만월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제 몸이 깎이면서 쪼글쪼글해진다. “빈 몸의 허수아비가 잰걸음으로 달려오”는 일상은 허무하게 흔들린다. 무한정으로 흘러가는 세월의 파편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정지된 시간의 극점에서 희망과 절망이라는 긴장감은 우리의 삶의 속살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저자

이상희

저자:이상희
경북경주출생.2016년《해동문학》시,2020년《월간문학》신인상시조부문등단.한국문인협회,포항문인협회회원.포항더율시조동인.

목차

1부

이월과삼월사이/삼월,산에는/흑백,그뒤안길/도토리묵이야기/그언저리/호수위의가부장제/여름이오고있다/안전요원은바쁘다/지금은생명이야/그렇게오는가을/석류별곡/환절기풍경을읽다/패딩재킷/풍경,우리동네미장원


2부

지독한멋쟁이/고장난설렘/쌀독,글독/꽃바느질하다/역귀성/다시넣어주세요/불현듯,오늘/이별이왔다/홀로/서출지에머물다/품는다는것은/우주를품은딸/육손에대한회상/산위의섬



3부

살아있음에/공존/괜찮다/나이테의품격/당신이바로예수/드럼세탁기/착한불면/아직살아있다/말하고싶다/빈둥지증후군/우울의조건/새벽에하나님이도우시리/엿보다/불면에들다


4부

5분자동세차/공백을메꾸다/주소찾기/그런하루/야경의뒤편/조간신문/돼지국밥집그여자/맨발로/밤의발자국을잡다/새벽3시/소모품인걸요/숙제하는중/친절한졸음쉼터/오카리나의본성


5부

가불하고싶다/그후/화려한백수/낯선봄/따분하다/이제는/어긋난도시/말이아프다/환절기몸살/고장은예고도없다/열중쉬어/도리마을/어느날,갑자기/영상,2017년/해설_임성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