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장은수 시인은 푹 꺼진 소파를 청소하며 늙은 시간을 만나면서, 압록강 새 떼들의 자유로운 날갯짓을 보면서, 온갖 고통과 수난을 감내해 온 아버지의 빈 술잔을 채우면서 경험과 성찰이야말로 불립문자임을 알려주는 듯하다. 핸드폰의 깨진 액정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세상은 마냥 삐뚤어져 보일 것이다. 자신의 행불행의 조건은 같은 대상을 보아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장은수 시인은 군더더기 없는 말끔한 화법과 이미지를 구사하며 자연스럽게 우리를 고비사막으로, 빌딩 숲으로,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로 안내한다. 그리고 아파트 외벽을 오르는 사내와 조업을 마치고 뭍으로 돌아오는 배를 비롯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삶은 살아지고, 살아낸 자의 몫이 된다는 것을 우리로 하여금 몸소 깨우치게 한다. 장은수 시인의 언어가 친근하고 애잔하면서도 긴장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핸드폰 속에 거미가 산다 - 책만드는집 시인선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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