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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나비 시인의 시조를 보면 시각이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당수의 현대시조가 자신의 내면세계를 탐색하여 독백조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김나비 시인의 작품은 문명사와 사회현상에 대한 진단과 처방전 쓰기에 힘쓰고 있어 톤이 굵다고 할까, 소재의 진폭도 아주 넓고 주제의 깊이도 남다르다. 타이탄 트럭을 몰던 젊은 청년이 사고가 나 죽은 현장을 스케치한 「안개의 잠언」이나 “택배 기사의 노크 소리만 현관을 들락거리”는 “퀴퀴한 시간이 굴러다니는 임대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의 각박한 삶을 다룬 「드라이플라워」는 갓 잡힌 고등어처럼 펄떡펄떡 뛰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즉, 김나비 시인의 시조는 고색창연한 시절가조가 아니다. 시조의 전통을 지키되 그 어떤 자유시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현실과 현대를, 문명사와 미래사회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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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슬립 - 책만드는집 시인선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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