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시집 『춘파』에서 분노의 스펙트럼은 크게는 ‘불타는 지구’에서 작게는 ‘돈밖에 모르는 이웃’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다. 그중에 「넷이서 마시는데」라는 짧은 시가 있는데 농촌의 민낯이 가차 없이 드러난다. “넷이서 마시는데 셋이/ 두 시간 동안/ 골프와 주식 이야기만 하다 헤어졌다”. 셋이 하는 대화에 끼어들지 못한 하나가 누구인지는 굳이 밝히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화자는 이제 시골에도 “공짜”가 다 사라지고 없다며 허탈해한다. 농촌의 붕괴, 농업인의 내면을 이렇게 짧은 시로 드러내다니. ‘하나로 열’을 말한 것이다.
이 시뿐이랴. 「나비효과」 같은 시에서 우리는 시의 상상력이 얼마나 크고 넓은지 살필 수 있다. 아프리카 대초원에서 죽어가는 코끼리 영상을 지켜보는 “이역만리 농사꾼”은 열대 초원에서 훌쩍 지구 반대편의 북극곰을 떠올린다. 사바나에서 목숨을 잃은 코끼리와 발 디딜 빙산이 없어 우는 북극곰이 “갈라진 논바닥 한가운데 서 있는/ 농사꾼”과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지구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는 이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시인은 행성 차원에서 일깨우는 것이다.
이 시뿐이랴. 「나비효과」 같은 시에서 우리는 시의 상상력이 얼마나 크고 넓은지 살필 수 있다. 아프리카 대초원에서 죽어가는 코끼리 영상을 지켜보는 “이역만리 농사꾼”은 열대 초원에서 훌쩍 지구 반대편의 북극곰을 떠올린다. 사바나에서 목숨을 잃은 코끼리와 발 디딜 빙산이 없어 우는 북극곰이 “갈라진 논바닥 한가운데 서 있는/ 농사꾼”과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지구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는 이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시인은 행성 차원에서 일깨우는 것이다.
춘파 春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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