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파 春播

춘파 春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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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집 『춘파』에서 분노의 스펙트럼은 크게는 ‘불타는 지구’에서 작게는 ‘돈밖에 모르는 이웃’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다. 그중에 「넷이서 마시는데」라는 짧은 시가 있는데 농촌의 민낯이 가차 없이 드러난다. “넷이서 마시는데 셋이/ 두 시간 동안/ 골프와 주식 이야기만 하다 헤어졌다”. 셋이 하는 대화에 끼어들지 못한 하나가 누구인지는 굳이 밝히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화자는 이제 시골에도 “공짜”가 다 사라지고 없다며 허탈해한다. 농촌의 붕괴, 농업인의 내면을 이렇게 짧은 시로 드러내다니. ‘하나로 열’을 말한 것이다.
이 시뿐이랴. 「나비효과」 같은 시에서 우리는 시의 상상력이 얼마나 크고 넓은지 살필 수 있다. 아프리카 대초원에서 죽어가는 코끼리 영상을 지켜보는 “이역만리 농사꾼”은 열대 초원에서 훌쩍 지구 반대편의 북극곰을 떠올린다. 사바나에서 목숨을 잃은 코끼리와 발 디딜 빙산이 없어 우는 북극곰이 “갈라진 논바닥 한가운데 서 있는/ 농사꾼”과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지구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는 이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시인은 행성 차원에서 일깨우는 것이다.
저자

선종구

저자:선종구
1967년전남벌교출생.
2016년시집『여자만소식』(책이있는마을)출간.
2022년시집『뿌리를위하여』(시산맥)출간.
현재고향마을에서25년째유기농쌀농사를짓고있음.

목차


시인의말

1부나락들
·칼
·눈
·살구나무
·나락들
·이제는남의땅
·억새꽃
·기차
·뒤꿈치가닳았다
·열무김치
·뿌리없는곡식
·옥수수밭
·무투입논에서
·함께가는아침
·쑥부쟁이
·물꼬
·설날
·질경이마도로스

2부이장님이장님
·새
·벚꽃장터
·예말이요
·이장님이장님
·초복
·당산나무의사철가
·비겁한결투
·질나쁜처녀애요
·순무찌개
·동주형
·욕의기원
·맹글맹의소몰아내라
·일하지않는자여먹지도말라
·밥과말
·똥구멍이찢어지게가난하다는
·가을산
·한의원에가서
·손발에게
·햇살도기울어

3부그보다멀리
·꽃보다이모님들께
·태풍속들논의버들
·나는본다
·나비효과
·피
·춘파
·그보다멀리
·추석의묵시록
·사람소리
·이럴수가
·국화앞에서
·징검다리2
·넋이서마시는데
·슬픈돼지
·2023년겨울
·추수끝난논둑에앉아

4부수선이가득피면
·우리들의봄
·방사통
·수선이가득피면
·가을들판
·그대여
·새마루
·다시가을
·숲2
·발자국
·쓸쓸함에대하여
·민들레꽃
·숲
·선달
·겨울산
·붉은눈을
·추석달
·다큐멘터리
·알배추

해설_이문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