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시대부터마르크스까지
유물론과관념론의투쟁으로보는철학의역사
고대그리스철학자플라톤은유물론과관념론의투쟁을“실재를둘러싼논쟁”이라고부르며“신들과거인의투쟁이라고할만한것”이라고썼다.19세기말엥겔스도여전히이것이“모든철학의근본문제”라며“무엇이근원적인가?정신인가아니면자연인가?이문제에어떻게답하느냐에따라철학자들은양대진영으로분열했다”고썼다.
이책은바로이문제,즉유물론과관념론의투쟁을중심으로원시사회부터고대사회,봉건사회,부르주아혁명시대를거쳐마르크스주의철학의형성에이르기까지철학의역사를살펴본다.지은이타카다모토무는일본의마르크스주의철학자이자노동운동의대부격인인물로오랫동안노동자들을교육했으며,노동운동이활발하던1970년대초에철학의역사를쉽게설명하려고이책을썼다.
이책은여느철학서와달리이해하기쉽고흥미진진한데,이는마치할아버지가아이들에게옛날이야기들려주듯쉽게설명하는지은이의뛰어난글솜씨때문만은아니다.지은이는왜특정시기에특정철학사조가등장해철학적논쟁이벌어졌는지를뜬구름잡듯이설명하지않고그사회의생산력과그것이규정한사회관계와연관지어설명한다.
이를위해여러철학자들뿐아니라단테,괴테,하이네,나쓰메소세키같은문학가들도인용하며독자의이해를돕는다.독자들은철학이결코철학자들만의전유물이아니었고그래서도안된다는것을알게될것이다.
책속에서
첫문장
이제우리는세계관을둘러싸고벌어진투쟁의역사를함께여행하며더듬어볼것입니다.
p23~24원시사회의세계관
어린아이가“유령은믿는”동시에외부의실재를믿어의심치않는소박하고무의식적인유물론자이듯이,원시종교의신도이자“원시관념론”의신봉자였던원시인은동시에외부의실재를의심조차할줄모르는소박한태생적유물론자이기도했습니다.
p55~56유물론과관념론의투쟁에대한플라톤의자각
플라톤의이데아론은유물론에맞선투쟁으로서의식적으로전개된것입니다.대화편《소피스테스》에서그는철학의근본문제를둘러싼유물론과관념론의투쟁을“실재를둘러싼논쟁”이라고부르며,“신들과거인의투쟁이라고나할만한것”이라고표현합니다.여기서“거인”은유물론자를가리킵니다.“그[유물론자]들은만물을하늘에서또는눈에보이지않는곳에서지상으로끌어내려…물질과실재를동일시한다”고플라톤은비난합니다.
p63아리스토텔레스의플라톤비판
“플라톤의‘이데아’에대한아리스토텔레스의비판은관념론일반에대한비판”성격이있었습니다.플라톤관념론의근거를공략한관념론자아리스토텔레스의비판에서승리한것은아리스토텔레스의유물론이었습니다.“어떤관념론자가다른관념론자의근거를비판할때그투쟁으로성과를올리는것은언제나유물론이다.아리스토텔레스대플라톤등등.”
p70~71원시그리스도교의계급성
그리스도교는먼저“천대받는자들의운동”으로등장해,“노예와해방노예,가난한자와권리없는자,로마에의해억압받고뿔뿔이흩어진사람들의종교로출현”했습니다.발생당시원시그리스도교의이런성격은한참나중에야작성된복음서에도그흔적을남기고있습니다.“고생하며무거운짐을진너희는모두나에게오너라”(마태오복음서11장28절)하고부르고,“행복하여라,가난한사람들!하느님의나라가너희것이다.행복하여라,지금굶주리는사람들!너희는배부르게될것이다.행복하여라,지금우는사람들!너희는웃게될것이다”하고말하며“그러나불행하여라,너희부유한사람들!너희는이미위로를받았다.불행하여라,너희지금배부른사람들!너희는굶주리게될것이다.불행하여라,지금웃는사람들!너희는슬퍼하며울게될것이다”(루가복음서6장20~25절)하고설교해그계급성을분명하게드러냅니다.
p72원시그리스도교의변질
그러나머지않아이운동속에미묘한변화가나타납니다.그것은앞서소개한“행복하여라,가난한사람들!하느님의나라가너희것이다”하는말,이른바‘산상설교’로예수가했다고전해지는말이다른복음서에는“행복하여라,마음이가난한사람들!하늘나라가그들의것이다”(마태오복음서5장3절)로바뀐데서볼수있는변화입니다.“마음이가난한사람”이란‘[신앞에서]겸손한사람’을뜻한다고일반적으로주석이달려있습니다.마찬가지로,“행복하여라,지금굶주리는사람들”도“행복하여라,의로움에주리고목마른사람들”(마태오복음서5장6절)로바뀌었고,이와짝을이루던부자들에대한저주는자취를감췄습니다.
p84중세그리스도교철학의‘정통’과‘이단’
신학의제패하에놓인중세에는유물론을공공연하게주장할수없었기때문에,유물론과관념론의투쟁은의식적이든무의식적이든신학의가면을쓰고신학내부의투쟁으로펼쳐지는굴절된형태를띨수밖에없었습니다.중세철학에서유물론경향은“신학자체가유물론을설교하게”만드는방식을취하며신학내부의이단설로나타나기일쑤였습니다.
p100~101자본주의경제의요구와르네상스의자연철학
“부르주아지의최초요소들”은마침내“중세의봉건조직내에서공인된지위를쟁취하고”독자적인무장력을갖춘자치도시공동체를구성하는데이르렀습니다.그러나“이런지위도이계급의확장력에견주면이미갑갑한것이됐고”,차츰“부르주아지의발전은봉건제의유지와양립할수없게됐”습니다.그래서“봉건제의거대한국제적중심”인로마가톨릭교회에공격의화살을겨누게된것입니다.독일에서이공격은시작되자마자좌절됐고,그결과독일사회는부진함의늪에빠져들었습니다.그러나십자군이래활발해진지중해무역의요충지를차지하며“자본주의적생산이가장일찍부터발달한이탈리아”에서는도시귀족인대상업자본가가아직은봉건영주와유착하면서도재빨리사회의실권을쥐고,다른나라에앞서15세기후반부터이른바‘르네상스’시대를출현시키고있었습니다.
p165~166프랑스혁명과계몽주의
근대유물론을최초로적극적으로표현했던영국의경험론은앞서살펴봤듯이본고장영국에서는관념론으로미끄러져버렸습니다.그러나영국경험론본연의유물론적전통은도버해협을건너프랑스로계승됐고그곳에서전투적으로발전하면서프랑스혁명의사상적기틀을마련하게됩니다.이것은프랑스부르주아지가영국부르주아지보다늦게,그러나영국부르주아지보다훨씬전투적으로봉건지배에맞서싸운사실과관련있습니다.
p193~194칸트,신을추방하는동시에청하다
영혼불멸은빈사상태로병상에누워마지막숨을내쉬려한다.그곁에는람페영감[칸트가일과였던산책때언제나양산을들고따랐다는하인]이양산을겨드랑이에끼고멈춰서서애처롭게식은땀과눈물을흘리고있다.이마누엘칸트는거기서측은함을느끼고는자신이위대한철학자일뿐아니라선량한인간임을보여주려한다.그래서곰곰이생각하다절반은친절하게절반은빈정대며중얼거리길,‘람페영감에겐아무래도신이필요해.안그러면불쌍한이사람은행복해질수없어.하지만인간은이세상에서행복해야만해.실천이성이그렇게말하고있어.사양할것없어.그럼,이실천이성이신의존재를보증하면되겠군.’
p211~212헤겔의역사적관점
헤겔은본질적으로는인간도역사적인존재라고봤습니다.불변의인간성따위는그에게는헛된말이었습니다.‘인간본성’이라고보통일컬어지는것을앞서본그림의P라하고,‘인간이도달해야할이상理想의경지’같은말로보통생각되는것을Q라고해봅시다.세키구치씨는다음과같이씁니다.“‘인간이란무엇인가?’하는물음에보통사람들은‘그것은P다’하고답한다.이상가는‘그것은Q다’하고답한다.…헤겔이전의철학자는신(=Q)과인간의본질(=P)사이에큰구별이있다고보고‘인간은P→Q다’하고답했다.거기에헤겔이등장해‘아니다.인간은P→1→2→3→4→5→…→Q다!즉,인간이란역사다!’하고답한것이다.”
p238~239천상에대한비판에서지상에대한비판으로
종교비판은포이어바흐에의해본질적으로는완결됐으나비판은거기서끝나서는안된다고마르크스는주장합니다:신은인간으로환원됐다.이제는그인간을구체적으로이해해야한다.“인간,그것은세계바깥에웅크리고있는추상적존재같은것이아니다.인간은바로인간의세계이고국가이며사회다.이국가,이사회가뒤집힌세계이므로뒤집힌세계의의식인종교를낳는다.”따라서종교비판은,종교를만들어내고지탱하는현실사회에대한비판으로나아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