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객 (이경렬 시집)

산객 (이경렬 시집)

$12.01
Description
이 책은 이경렬 시인의 시집이다. 이경렬 시인의 주옥같고 감동적인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

이경렬

목차

시인의말

1부
또한번가을숲이저물어갑니다
산행마무리쯤운두령에서석양을만나다
비로봉에올라지나온첩첩준령을되돌아보다
백운동골짝에서피어오르는안개를보다
청량사굴뚝에서연기가오르는저물녘
한무리산객이떠나자숲은더욱고요하다
곰배령에이르러홀로가는산객을만나다
두타산산행길에솨르르떨어지는단풍의잎들
백운산(白雲山)정상에는구름뿐,아무것도보이지않았다
운무산에올라지나온산길을돌아보다가
백운산하늘길을걸으며숲으로스며들다
천불동(千佛洞)계곡의천불(千佛)은아무대답도하지않는다
원효봉과의상봉사이를지나백운대에올랐다
새벽북한산에서잔멸하는불빛을내려보다
지리산에들어숲의가슴에묻히다
산으로들고산에서나오는이야기
신선봉(神仙峰)에서천불동(千佛洞)의새벽고요를두드려보다
반야사에들렀더니또대성일갈(大聲一喝)하신다
도솔봉에이르러어둠에풀어지는노을을보다

2부
가을숲이비우는만큼청명해지는하늘
문수산에서한강이바다에이르는모습을보다
숲에는길이없어도길이있다
산행중에는길이아닌길을많이만난다
중봉산을오르다가길을잃고잠시쉬면서
산에서길을잃고헤매다길을만나다
가을에는견성암(見性庵)오솔길은걸어야한다
산행끝무렵죽비소리로들리던상원사종소리
무릎통증으로더욱까마득해지는하산길
관악산,아무렇게나놓여진바위하나
고된산행길에서가랑비에속절없이젖는다
입추무렵강물에실려온풀잎한장
비내리는산길에서나리꽃을만나다
서북주릉걷고걷다가슬퍼지는까닭은
오르는길밖에알지못합니다

3부
상봉에서서폭설로덮인미시령을보다
도락산(道樂山)바위위에앉은소나무가말하다
선자령설원에서소나무가바람에맞서다
썩어가는고사목의울음소리를듣다
노인봉의구름과바람에맞서다가문득
보배산이군자산에게대드는소리를듣다
가리왕산숲에서침묵의소리를듣다
당산팽나무가간밤에폭풍우를견뎌냈다
계곡으로굴러떨어진고사목에게묻다
잡초를뽑는데누군가죽비로내어깨를후려쳤다
백악산노송을30여년만에다시만나다
바람불자노송의삭정이가쏟아지는순간
굽은소나무사이로굽이진동강을내려다보다
파사성(婆娑城)에서서온달산성을지나온강물을내려다본다
홀로걷는산객의통화를엿듣다

4부
가을이맑은까닭은구절초하얀꽃때문이다
가을나무가가을숲에게노래한다
구슬봉이피고진자리에은방울꽃피고지고
산벚꽃후루루꽃비로흩어진다
길고긴산행에서풀꽃한송이만나는일
연인산,봄꽃지천으로피우는절절함
봄꽃핀숲에서낙엽은
쌍계사벚꽃길에낙화휘날리는날
경포대솔숲에서홀로야영을하다
화암사뜨락에서서秀岩을보다
공림사느티나무가표정으로말하다
푯대처럼솟은수암과마주앉아서
내장산단풍나무숲길을걷다보니
네눈동자안에서빛나던선자령별빛
설악산울산바위를오르며말했었지
조팝꽃이일제히꽃비로떨어진아침

5부
제빛깔제자리에있는대덕산에오른다
까치밥넉넉히남아있는날이다
쑥꽃은꽃같지않아서향이깊다
심원사입구에서낯선개가다가왔다
가을비내린아침에보이는겨울입구에서
가을비산길에무수히누워있는낙엽들
앞으로가야할길을가늠해보다가
고군산군도섬들은저마다홀로떠있다
궁평리낙조를보며건배하다
여름산울울하여숲길이모두덮이다
두륜산천년수(千年樹)와대화를하다
저녁무렵마량포해변은침묵하고있다
설악산으로들어가며또다시설렘을맛보다
절골에들어휘영청금낭화를만나다
여전히,운명처럼,허허웃으며
고로쇠나무수액을파는할머니의손
세심사(洗心寺)삼층석탑너머내유년의들판을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