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보자기

금빛 보자기

$12.00
저자

이준순

저자:이준순
1955년경기도화성군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국문학과졸업
2014년『솟대문학』시등단
2008년『솟대문학』수필등단
2007년하남여성기예경진대회우수상수상(수필)
한국문인협회회원
하남문인협회회원
‘시누리’동인
E-mail;junsoon5566@naver.com

목차


시인의말8
작품해설/운명을개척한삶의노래_이혜선·103

제1부물보다진한혈연

016복집
017긴골목집
018초등학교삼부자
019우리아버지
020흉집복집
022아버지의선택
023아버지생각
024아버지의희생으로
025어머니의맏딸로
026엄마의보행기
027어머니의뜨개질
028어머니생각
029느티나무
030우리아이들
031삼개월을기다리며
032기도
033첫손녀
034막내여동생
035나에게양양은
036세명의여동생
037큰시누님
038시누님표고춧가루
039목화꽃작은올케

제2부만학도의꿈

시인의끈042
시창작교실043
나의바다에게044
강물이흐른다045
학생증046
합격증서047
혜화동학습관048
능소화049
동아리050
행복빨랫줄051
8층804호실052
71번교육학과언니053
반딧불눈으로054
졸업사진없는졸업식055
미루나무처럼056
홀씨처럼가볍다057


제3부문학의길잡이가되어서

060봄꽃축제
061나무에게기대며
062윤동주시를
063백두산여행
064눈내리는설악산
065텅비었다
066목련꽃처럼
067작은식물원
068자연과대면하다
069새보호하기
070장애복지관
071새의공연장
072아동봉사·1
074아동봉사·2
075오래살다보니정든다
076무지개핀다
077창문을열면
078한글문해봉사
079주왕산
080한줄기빛
081은총

제4부이웃과함께

항아리향기084
발왕산여행085
터줏대감086
큰아들과여행087
꽃이핀다088
휴가를양양에서보내며089
기다려지는여동생집090
내일은너와함께092
이웃과나눔093
호박사랑094
대나무채반095
소소한기쁨·1096
초록바다097
이제살겠네098
스마트폰신세대099
편지덕분에100
도시락101
얼씨구좋다!102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복집>

광장동긴골목집
두아이가태어나자란집

내집에오는손님을왕으로모신시어머님
명절생신제사산해진미음식만들때
반찬처음만드는나는마음이조였다
두아이는장난감과도닥도닥잘놀았다

손님은인사성밝은아이들을쓰담쓰담
“애안키우는집처럼조용하네”
두아들은어린왕자같이의젓하였다

어른손님,아이손님에게
맛난음식대접하는시어머님
쉼터처럼놀다가는복집
집안은반들반들큰화분잎사귀도빛났다

<긴골목집>

담넘어옆집과오순도순
맛난음식나눠먹고
오다가다잠시들러웃음나누던그집

어쩌다대문잠겨있으면
웬일인가궁금해고개를빼고기웃기웃
언제나반겨주던그골목사람들

긴골목집은
우리집두아이가태어난고향
20여년을떠나있으면서
정신없이달리느라잊고살았네

마음이가랑잎처럼메말라가는오늘
정겹게지내던그골목이떠오르네

마음갈피속에꼭꼭숨어있는
보고싶은그얼굴들

<초등학교삼부자>

초등학교운동장에서아이들떠드는소리가들리는집
두아들은코앞초등학교에입학했다

하필두아이다니는학교에전근한남편
집주변학생과교사들사이에소문날까봐
내행동거지에신경세포가날이섰다
나는집안에만갇혀서아들에게희망을걸었다

도덕책같은애들아버지시계추처럼퇴근해
집이나야외에서연놀이하고아들과같이놀아주었다
운동장에서가끔아이가아버지만나면싱글벙글
나는아이들시험점수에위로받았다

외향성인삼부자나에게무지개꽃되었다
한번도안해본“공부해!”소리
지금생각하니성공의밑거름이다

<우리아버지>

눈이내리는밤
허수아비처럼쓰러지신아버지
어린비둘기들모여꺼이꺼이울었다

키큰가수처럼노래즐기고흥이많으신아버지
아들딸6남매에부모형제까지
가족위한일념으로
월남으로미국으로기술자로10여년
비행기비용아끼려단한번의귀국도참으시고
묵묵잠잠고독을밥먹듯삼키시며
말도안통하는외국에서기술을인정받았다

흑인백인사이에홀로견딘거목이셨던아버지
떠나실때그양복입고개선하듯돌아오신아버지
아버지64세생일기억하는데
그짧은생마저도뒤로하신채
초겨울밤에안타깝게말없이쓰러져
다시올수없는길떠나셨다

첫눈내리는오늘밤
아버지더욱그립습니다

<흉집복집>

10여년살던첫집은살림늘어난복집
아들초등학교4학년때좀넓은집알아보다가
아차산아래중곡동막다른집장독대발견하고
시어머니는이삿짐을풀었다

장독대에간장된장고추장올망졸망항아리들
웬일일까?새간장에서푸르스름곰팡이꽃이피었다
곰팡이맛으로새간장모두쏟아버렸다
막다른집에서앓다하늘나라로떠나신시어머니

이비인후과의사는“귀에이상없다”하는데
나는귀에매미소리가났다
공무원이던남편은무릎통증으로명예퇴직하고
나는막다른집“이사잘못왔다”집탓만하였다

중곡동에서평지풍파겪는동안중학생아들은
대원외국어고등학교에합격했다
아들은부모의굴곡진삶을금빛보자기로덮어주었다
나는검정고시와태산같은대학을마치고시에매달렸다
흉집말이쏙들어가고복집이되었다

하남집에서20년지내면서아들독립하고
지난기억을차곡차곡시로써놓고
남편과아들과옛날이야기하며행복하게웃는다

<아버지의선택>

아버지는양복입고출근하셨다
적은공무원월급으로도우리가족살수는있었다

아버지어깨에는지적장애형님내외와어린조카가있었다
큰아버지때문에가슴에멍든할머니
장애형님가족은아버지의십자가였다
엄마는월급에구멍이나면목소리에가시가돋쳤다

아버지는완두콩같은자식들을떠나
해외에서일해야했다
용접기술이꼼꼼깔끔해서
영어는못해도일감이쌓여목돈을모아보내셨다

1960년대어려운선택으로고난을헤쳐나갔다
귀국할때에야작업복벗고양복을입으셨다
십여년만에아버지얼굴은빛났고
큰댁과아들딸모두에게환영을받으신우리아버지
품이넓으신우리아버지

<아버지생각>

엄마와우리6남매를두고
월남과미국에서십여년
무거운삶의무게에허리가휘어진아버지

언어의벽과외로움을다겪으시며
궁핍한삶의옷벗어버리려몸부림치셨다
아들과딸결혼식에도올수없던아버지
미국먼하늘쳐다보며
바람찬낯선외국땅에서우셨으리

힘들때면생각이더난다
오로지가족을위해떠나신아버지
어린형제들은아버지의빈자리로목이말랐다

아버지의편지는복음이었다
유머스러운아버지나와동생은친구처럼웃고
엄마는웃다가눈물방울맺혔다
언제나가족걱정에잠들지못하시던
내가슴에든든히뿌리내린소나무
아버지그리움으로오늘도나를흔든다

<아버지의희생으로>

십수년만에미국에서돌아오신아버지
십년이면강산도변한다는데
그세월그사이
6남매중넷이나결혼해며느리와사위도보았다

여덟식솔도살아가기힘겹던박봉으론
장애형님댁식솔과부모님까지돌보느라
베트남전쟁터로미국으로
외화벌이에나섰다

오로지가족위한일념
언어장벽낯선이국산전수전다겪으시고
달러버는대로아버지는다보내시고
어머니환전해서낙출없이모은덕에
6남매도결혼하고
우리집,큰집가난에서벗어났다

참말고맙습니다.
아낌없이주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의맏딸로>

머리가아파서약으로견디시는어머니
나는6남매맏딸로어머니의보조역을했다

남동생여동생들에게아옹다웅하며시끌시끌
나는엄마손을덜어주려고
막냇동생을업고동네한바퀴돌다와서
소꿉놀이공기놀이하는고만고만한동생들
말썽부리는일없기를바라며돌보았다
철부지동생은엄마아픈것도모르고주문이많았다

아버지퇴근하시면과자봉지로모두가신이났다
아버지앞에반달처럼앉은여섯명의아들딸
뒤에서있는엄마
아버지는어린딸네명을세워놓고
미스코리아심사위원이되어익살스럽게평을해주실때
여덟명의가족웃음이담장밖으로굴러가던
그런날들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