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1
조억수는초봉2천만원으로입사한지5년만에계장으로진급하고연봉이4천만원으로올랐다.그는취직하고부터월급을몽땅홀어머니에게드리고매달약20만원쯤용돈을타서썼다.
그가계장으로진급한것을기뻐하는어머니에게그는얼굴을붉히며말했다.
“엄마,저이제월급이올라매달세금떼고,4대보험떼고300만원쯤받아.그래서한달에100만원씩적금들고싶은데,그래도엄마께드리는돈은그전이나비슷할거야.”
“한달에100만원?”
“그럼한8년모으면1억이모아져.”
“1억이나?”
“그러면방한칸전세얻을수있을거니,장가가야지.”
“뭐,8년이나더있다장가간다고?그럼너무늦다.”
“그래도지금장가가면이15평아파트에엄마랑동생이랑색시랑살려면너무집이좁아.”
“그래도.”
“그때,30대후반되니요새만혼추세라그렇게늦는거아냐.”
조억수가조곤조곤말했다.
“알았다.그돈,노름한다는것도아니고술먹어없애는것도아닌데,그렇게해라.”
어머니가좋다고했다.
조억수는은행에가서매월100만원씩붓는적금을들며날아가는기분이었다.
‘8년지나면나도1억원현금이있는부자다!’
그는매달100만원씩저축하는자신이자랑스러워적금을처리하는창구여행원에게막자랑하고싶었다.그는떨리는마음을감추려고심호흡했다.
적금통장을받아들고그는어깨를좍펴고은행을나서고등학교동창,이성렬과점심을하러현대백화점지하1층으로갔다.
그는성렬에게매달100만원씩저축하는것을자랑하고싶은마음을참고순두부찌개를먹었다.
성렬이점심값을내서그는커피를사겠다고했다.
포도주파는가게앞을지나며성렬이멈춰서서무엇인가열심히쳐다봤다.유리상자안에노랗게보이는양주술병이전시되어있고,그술병이돋보이도록조명을비춘다.
“발렌타인50이네.”
성렬이상표를보며말했다.
“발렌타인30은들어봤지만50은처음들어보네.꽤비싸겠지.발렌타인30이한300불하니천불쯤하나?”
조억수가말했다.
“천불?어,공이8개네.”
성렬이전시된술병아래붙은가격표를보며놀라는반응이다.
“뭐공이8개?1억!”
조억수가가격표를확인하며비명을지른다.
두동창은가격표를다시한번확인하고백화점출구로향한다.
“어느놈이저비싼술을사서마실까?”
성렬이한탄조로말한다.
조억수는술한병값모으려고8년동안넣는적금을시작하며흥분했던자신을돌아보며부끄러운생각이들었다.
‘술한병값모으려고….’
그는상대적인빈곤을느끼며자신이초라하게느껴졌다.
“저거한병소주잔으로열잔쯤나올거같은데한잔에천만원이네.목구멍에넘어갈까?
성렬이영탄조로말했다.
조억수는천만원이면내두달치월급이넘네,하고계산하며힘이쭉빠졌다.
“얼마전영동에있는와인어리갔었는데설명하는사람이삼성이건희회장은한병에2백만원하는로마네콩티만마신다고하여상대적으로빈곤감느끼며기가죽었었는데,그건저술값에비하면껌값이네.”
성렬이공허한목소리로말했다.
“그비싼포도주만마신이건희는팔십도못살았잖아.말년몇년은식물인간으로살았고.”
조억수가이건희를깎아내리며상대적박탈감을달랬다.
“그런데저양주사다뭐하나?진열장에넣어놓고감상하나?”
“얼마전현대미술관갔을때운보김기창화백그림이억대라고하여놀랐는데양주한병에억원이라.”
“우리서민이야소주한잔하며허허하면되지.”
성렬이해탈한듯한목소리로말했다.
2
토요일,조억수는그의직속상관본부장김동수의아들결혼식에간다.
5성급호텔,파르테논그랜드볼룸에서12시에결혼식이열린다.
조억수는전무아들결혼축의금으로평소에그가하던대로5만원은할수가없어그의반달치용돈인10만원을봉투에넣어갔다.
그랜드볼룸으로가는호텔통로에축하화환이길게늘어섰다.축하객도줄을서서차례를기다려혼주와인사했다.
조억수는축하객줄에서서인사차례를기다리며화환이100개도넘겠네,하나에10만원씩치면천만원,내석달치월급과거의맞먹네,하며멍청히한걸음씩움직였다.
혼주와형식적인인사를하고식장에들어서니한테이블에열명씩앉는테이블이거의만석이다.그는겨우빈자리를하나찾아앉았다.같은테이블에앉은하객들은나이가들었다.대화내용을들으니혼주와친구인거같다.
사회자의안내에따라신랑신부가입장한다.
“밥은예식끝나야줄거고,우리포도주한잔씩하며건배할까?”
조억수옆자리에앉은안경을쓴신사가말한다.포도주를돌아가면서죽따른다.조억수잔에도따른다.
신랑신부가맞절할때조억수테이블의하객들이건배,하고잔을부딪친다.
“동수녀석돈좀벌어놓은모양이네.이런비싼호텔에서아들혼인시키고.”
건배하자고했던안경이떠벌린다.
“여기서결혼시키려면억은들텐데.”
안경옆자리에앉은신사가말한다.
“억더들걸.음식값만도1인당10만원더들텐데.”
“부주10만원은가져올것이니,지밥값은다가지고오는거지.”
“포도주한병더깔까?”
“비쌀텐데그만마시지.”
“이런데서혼인시키는부자돈좀쓰라고하자.”
본부장친구들은결혼식진행에는관심이없다.
조억수는예식장비용이1억은든다는말에가슴이벌렁거렸다.
그는문득그가8년목표로들고있는적금이딱양주한병값이고,혼인한번시킬돈이네,하며서글픈생각이들었다.
혼주친구들은세병째포도주를시켜먹고낮술에취하여해롱거렸다.
조억수는그들과어울릴수도없어차례로나오는양식을싹싹비우고커피까지마시고자리에서일어섰다.
3
청와대에꽈리를틀고있는VVIP다음으로우리나라모든정보를휘어잡고있는실세가실업가세사람과골프를쳤다.
전반아홉홀경기를마치고네사람은그늘집에서생맥주로갈증을달랬다.
실세가전반경기성적표를보며말했다.
실세는43타,실업가1은44타,실업가2와3은45타였다.
“스코어가비슷하네.그냥치니재미가덜한데,우리후반에는내기합시다.
실세가말했다.
“내기요?얼마?”
실업가1이말했다
“점당한장.”
실세가쉽게말했다.
“한장이면?”
실업가3이확인했다.
“공이여덟개.”
실세가말을받았다.
“공이여덟개면,1억?좋습니다.”
실업가2가말했다.
실업가세사람은얼마를잃어줘야하는지부지런히계산했다.실업가세사람은모두실세보다골프실력이훨씬앞서성적을조절할수가있다.드라이버를훨씬멀리칠수있으나세사람은실세보다1,2m덜나가도록사교골프를쳤다.
실세에게부탁할것이있는실업가1은석점을,실업가2는두점을잃어주기로정했다.실세에게특별히부탁할것이없이실세와골프를쳤다는사실을자랑으로여기는실업가3은실세돈을따먹을수는없고한점만잃어주기로했다.각본대로라운딩이끝났다.실업가3이4인분캐디피를지불하며1억원짜리수표한장을실세에게건넸다.실업가1은석장을실업가2는두장을건넸다.
주말에6억원을번실세는그중두장은젊고예쁘고싱싱한그의젊은애첩에게주기로마음을정했다.실세는그돈을받고좋아하며그에게애교를부릴애첩을떠올리며아랫도리가불끈섰다.
목욕을마친네사람은실세단골요정으로갔다.
요정마담이쪼르르달려와서그들을룸으로안내했다.
아가씨들이들어오기전에상석에앉은실세가뭐부탁할거없어요,하고거만한목소리로물었다.
실업가1이세무조사를나오려고하여걱정이라고말했고,실업가2는경찰에서비리를내사하여조심스럽다고말했다.
실세가수행비서를불러국세청장과경찰청장을전화로연결하라고했다.실세는국세청장에게실업가1을고향친구라며잘봐주라고하고,경찰청장에게는실업가2가친척이라며잘봐주라고했다.
통화를마친실세는엄지와검지를맞붙여원을만들어흔들어보이며눈을찡긋하며잘됐다는신호를보냈다.
꽃같이예쁘고날씬한젊은여인들이룸으로들어왔다.
네사람은주지육림에허우적거렸다.
3류잡지에서그기사를읽은조억수는허탈하고황당하여한숨이나왔다.
4
조억수는티브이스포츠채널을열었다.
LPBA결승전이생중계되고있다.우승상금은1억원이다.
당구여제라고할수있는김가영과캄보디아출신스롱이맞붙었다.스코어는3:3,최종세트를막시작했다.스롱의선공이다.5점을쓸어담는다.기세에눌렸나,김가영은공타,다시스롱이2점을낸다.다시김가영이공타,스롱이다시2점.스코어는9:0,스롱의승리가보인다.
김가영이쿠션으로2점을만회한다.연거푸쿠션,다시2점,스코어9:4,다시스롱이두점을내서11:4,김가영이분발한다.5점을낸다.11:9,승부는지금부터다.
조억수는우리나라선수가따라붙자기분이환해진다.
우승에목마른스롱이분발한다.3점을쓸어담는다.14:9,한점만더나면스롱의우승이다.스롱이타임을부르며마지막한점을얻기위해정성을다한다.아슬하게공이비껴간다.김가영이신중하게큐를잡고3개의공을노려본다.3점을낸다.14:12.김가영의위기다.스롱이큐를잡고깊은숨을들이쉰다.당구대를돌며최선의샷을구상한다.주사위를떠난하얀공이빨간공을맞히고쿠션을돌아노란공으로향한다.관중들이숨을죽인다.1mm간격을두고비껴간다.탄성이나온다.
김가영이침착하게큐를잡는다.여러번챔피언을해봤던관록이나온다.침착하게공을다룬다.연거푸3점을얻는다.
김가영우승!
김가영이큐대를흔들며포효한다.스롱이김가영을안으며승리를축하해준다.이어서시상식이이어진다.100,000,000원상금이적힌팻말을전달한다.
조억수는1억상금이너무적다고느껴진다.명색이메이저대회라며상금이겨우1억이야,하고조억수는속으로투덜댄다.
조억수의당구실력은100내외이다.대학다닐때친구들과당구장에돈을좀바쳤다.당구에막재미를붙이고,누우면천장에당구공이굴러갈때사건이일어났다.
조억수는고수들이맛세를치는것이너무부러웠다.그는당구대구석에붙은공을큐를수직으로세워내려찍었다.공이튀어가고카펫이찢어졌다.같이치던친구가카펫값물어주려면돈이많이들거니도망치자고했다.
조억수는친구를따라당구장에서도망쳤다.그는도망친것이계속마음에걸렸다.그렇다고뒤늦게자수하기는쑥스러웠다.그는당구가싫어졌다.
프로선수가되기위해퍽많은돈을당구장에바쳤을거다.이번경기만해도128강부터시작한게임에서6연승을하고결승전에올라왔다.그런데명색이메이저대회라며상금이1억이다.겨우발렌타인50년한병값이다.노력에비해너무찌다.
조억수는환호하는김가영을바라보며겨우1억상금받고저렇게좋아하나,하고가여운생각이들었다.
5
조억수는군청소재지,읍에있는초등학교,중·고등학교를다니고,대학은도청청사가있는도시에있는국립대학을나왔다.
조억수의중·고등학교동창십여명이상경하여서울에자리를잡고살고있다.그들은한달에한번만나서울근교의산을오른다.관악산,북한산,도봉산,수락산,청계산을돌아가면서오른다.
오늘은청계산을오른다.
동창아홉명이신분당선청계산역에서10시에만났다.악수하며시끌벅적떠들었다.
정건이몇년만에나왔다.
녀석죽은줄알았는데살아있었네,하고모두반겼다.정건이명함을돌렸다.신흥금융전무라고쓰여있다.
“전무!출세했네.”
동창들이명함을보며큰소리로말했다.
“신흥금융이면제2금융권이냐?”
초등학교선생님을하는성규가물었다.
“뭐그렇게거창한것은아니고다모인거같은데출발하자.”
정건이앞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