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젓한 아버지에게

버젓한 아버지에게

$18.00
Description
「버젓한 아버지에게ひとかどの父へ」는 재일한국(조선)인과 관련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후카자와 우시오深沢潮의 소설이다. 후카자와 우시오의 대부분의 작품들처럼 「버젓한 아버지에게」 역시, 일본 내에 존재하고 있는 뿌리 깊은 차별 구조가 재일한국(조선)인의 삶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이들 재일한국(조선)인의 삶이 일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하는 문제를 형상화하고 있다. 자신을 순수한 일본인이라고 믿고 있던 ‘도모미朋美’라는 혼혈 여성이, 아버지가 재일한국(조선)인이며 스파이 혐의까지 받고 있다는 충격적 사실에 접하면서 겪게 되는 심리적 동요와 불안감이 작품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일본 사회의 차별적이고 억압적 구조에 눈을 뜨고 한국 전문가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요한 뼈대이다.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종적을 감춰버린 아버지에 대한 오해를 풀어나가는 과정 또한 이 소설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한편으로 도모미가 찾고 있는 아버지 역시 아주 중요한 소설적 인물로 기능하고 있다. 그가 사용하고 있던 이름들 즉 스기하라 ‘미츠오杉原光男’, ‘이광남李光男’이라는 가명과, ‘가네다金田’ 혹은 ‘김金’이라는 본명까지도 스스로를 숨기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그의 삶은 표면적으로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드러나지 않음으로서 존재하는 이러한 삶의 방식을 주요한 문학적 주제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재일한국(조선)인 문학의 새로운 영역을 사고할 수 있게 해 주고 있기도 하다.

[등장인물]
하마다 도모미浜田朋美 - 이 이야기의 주인공.
기요코清子 - 도모미의 어머니. 미용사에서 시작하여 경영자가 됨.
유메나夢奈 - 도모미의 딸.

구로사와 다카시黒沢崇 - 자유기고가.
손유리孫由梨 - 도모미의 친구. 방송 아나운서를 목표로 하는 재일한국인.

하마다 겐이치浜田健一 - 기요코의 오빠. 중국요리집 요리사.
사치코幸子 - 도모미의 외사촌. 겐이치의 딸.
고스케康介 - 사치코의 남동생. 겐이치의 아들.

가네다 하루미金田晴美 - 기요코의 미용학교 시절 동급생. 재일조선인 여성.
스기하라 미쓰오杉原光男 - 하루미 집의 식객.
저자

후카자와우시오

深沢潮
1966년도쿄출생.조치上智대학문학부를졸업하고,회사에근무하기도하고한국어강사생활을하기도했다.2012년「金江のおばさん가나에아줌마」로제11회‘女による女のためのR−18文学賞(여성에의한여성을위한R−18문학상)’을수상했다.저서에「縁を結うひと인연을맺는사람」,「ランチに行きましょう점심먹으러갑시다」,「伴侶の偏差値반려의편차치」,「ママたちの下剋上엄마들의하극상」,「緑と赤푸름과붉음」,「かけらのかたち조각의모양」,「海を抱いて月に眠る바다를안고달에잠들다」,「あいまい生活애매한생활」등이있다.
한국에는「가나에아줌마」(2019),「애매한사이」(2020,원제는「あいまい生活」),「바다를안고달에잠들다」(2021)등의작품이번역출판되어있다.

목차

프롤로그도모미2014년

제1장어머니의스캔들도모미1990년
제2장도모미의비밀사치코1977년
제3장고백도모미1990년
제4장미안해,그래도,사랑해.기요코1964년
제5장버젓한아버지도모미, 1992년

에필로그도모미2014년

옮긴이의말이재봉

출판사 서평

[프롤로그]
8월의서울은예상외로무더웠다.
도모미朋美와어머니기요코淸子,그리고외동딸유메나夢奈세사람은경복궁넓은부지여기저기를함께돌아다니다지쳐버려서시내관광을서둘러끝내고호텔로돌아왔다.
자기회사를운영하는어머니는활력이넘친다고생각했지만일흔을넘긴뒤에는컨디션이좋지않은때가잦았다.체력도몽땅소진된것같았고,조금전까지는방에서선잠을자다가그뒤스파에갔다.
호화로운것을좋아하는어머니에맞춰선택한웨스틴조선호텔의이그제큐티브플로어에묵고있다.여기는입지도좋고중학교3학년인유메나의물욕을만족시키는명동거리로부터도가깝다.
샤워를마치고목이말랐던도모미는이그제큐티브플로어숙박객전용라운지로왔다.
라운지는칵테일타임으로,비즈니스맨처럼보이는백인남성두사람이맥주잔을한손에들고이야기를나누고있고,중국인커플이커피와스위츠를앞에두고미소를짓고있다.
유리창너머내려다보이는서울시청앞광장에는곧야외콘서트가열리는지많은사람이모여있었다.월드컵때는이광장에설치된스크린앞에엄청난군중이모여압도당했던일이생각난다.
자기와한국과의벗어날수없는연결고리를생각하면서혼자서샴페인을마신다.
도모미는일때문에셀수없을정도로한국을오가고있다.작가로서처음취재하러왔던때가1992년이었다.그후한류붐이일었고한국과관련된기사를쓰는일이잦아졌다.드라마나영화,음악,음식이나거리소개등한국의사정에밝은작가로서일은계속이어졌지만그것도근년들어차츰줄어들다가재작년쯤부터는점점없어졌다.
“야,엄마다-.”
K-POP에푹빠져한국이무조건좋다는유메나가옆에앉았다.독학으로한국어를배우면서배우는즉시그말을쓰고싶어한다.
“텔레비전은다봤어?”
“응,나중에또볼거야.나도뭐마실래.”
그렇게말하고자리에서일어섰다.
다소의반항기는있지만걱정거리없이자라주었다고유메나의등을보면서가만히생각한다.
“나도마실까?”어머니가와서도모미맞은편자리에앉는다.
“사우나는어땠어요?”
나쁘지않았어.”
어머니는플로어의종업원에게샴페인을주문했다.
유메나가접시에과일을수북하게담아온다.
“저기,할머니,내일은어디가나요?서울재미있어요.와서좋았어요.아빠도함께왔다면좋았을텐데.”
들뜬듯이말하는유메나는첫번째한국방문을만끽하고있는것같았다.
“그래도할머니가한국에처음왔다고는생각못했어요.”
“유메나는정말로한국이좋은가보네.”어머니가웃음을띠며말한다.
“응,한국인남자친구가생겼으면좋겠어.EXO의찬열같은.”
“잘모르겠는데한국탤런트야?”
“아이돌이야.할머니몰라?”
유메나는EXO라는K-POP아이돌그룹이중국이나일본에서얼마나인기가있는지,자기가그아이돌그룹을얼마나좋아하는지열띠게말했다.어머니는몹시귀여운듯눈을가늘게뜨면서듣고있다.
“유메나처럼할머니도그랬어.”
어머니는거기서샴페인을한모금마셨다.
“젊었을때,정말좋아했던사람이한국인이었어.”
도모미가깜짝놀라어머니의얼굴을보자어머니는도모미를향해고개를끄덕이면서천천히눈을깜빡였다.
“그랬구나-.”
유메나가눈을빛낸다.
“할머니가좋아했던사람,어떤사람이었어?
“뜻이높고훌륭한사람이었어.”
“잘생겼었어?”
“응,장난아니었지.”
“지금도그사람좋아?”
“글쎄.”어머니는중얼거리며창밖으로눈길을보낸다.
하늘에상현달이떠있다.
“계속좋아했어.싫어하려고해도그럴수없었어.”
“그렇다면헤어지지않았으면좋았잖아.”
“여러가지사정이있었어.”
어머니는유메나를똑바로바라보았다.
“달을볼때마다그사람도이달을어딘가에서보고있겠거니생각하면가슴이괴로워져.”
“그렇구나,할머니의사랑은,열렬했구나.”
유메나는제법그럴듯하게말하면서황홀한표정을짓는다.
“좋아했던그사람은,돌아가신할아버지에게는비밀이었어?”
유메나에게는,할아버지가일찍돌아가셨다고설명하고있다.복잡한사정을말하기에는아직너무어린까닭이다.
“마음한구석에계속담아두고만있었는데,서울에오니까생각나고말았네.그리고할머니가아직젊었을때친했던일가도한국사람들이었고그들과많은추억이있어.”
“그사람들,뭐하고있어?한국에있어?만나러가면되잖아.”
“언젠가만나고싶어.”어머니가그늘진표정이된다.
“뭔가,할머니,한국과인연이있네.”
“이웃나라이니까인연이깊은거야,그래도지금한국인이라는것만으로싫어하거나험하게말하거나하는사람들이있지만유메나는절대로그런사람이되면안돼.그리고한국인이기때문에좋다는것도바람직하지는않아.어느나라사람인지가아니라어떤사람인지가중요해.”
“당연하죠,할머니.”
유메나는뾰로통한얼굴로휴대전화의시각표시를확인한다.설교풍의이야기라고느끼면곧바로찌무룩해하는것은사춘기이기때문에어쩔수없는지도모른다.
“M카가시작될시간이네,방으로갈거야.”자리에서일어나가버렸다.
M카란‘MCOUNTDOWN’의약칭이다.한국케이블텔레비전음악방송으로유메나는일본에서도매주빼먹지않고M카를보고있다.
두사람만남게되자어느쪽이랄것도없이잠자코있다.
이제서야이렇게마음편하게어머니와마주앉아있을수있게되었구나하는생각이가슴깊은곳에서스멀스멀올라온다.
한때는어머니와인연을끊고싶다고까지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