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함을 위하여 (끝에서 시작으로)

지극함을 위하여 (끝에서 시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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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지극함을 위하여: 끝에서 시작으로』는 예술가들의 내면과 윤리, 존재의 흔들림을 탐색하는 여섯 편의 연작소설이다. 각 작품은 춤·그림·음악이라는 서로 다른 예술적 감각을 매개로, 감정과 윤리, 기억과 관계, 존재의 균열을 세밀하게 비춰낸다. 인물들은 창작의 절정과 침묵, 몰입과 소진의 사이에서 흔들리고, 그 흔들림은 예술이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지, 또한 무엇을 불가능하게 만드는지를 끊임없이 묻는다.
연작 전체는 ‘끝에서 시작으로’라는 구조적 리듬을 따라 흐르며, 소멸과 탄생, 단절과 회복이 교차하는 지점을 응시한다. 폐허처럼 보이는 순간에서 새로운 감각이 움트고, 사라진다고 여겨진 것들이 다른 형식으로 귀환하며, 존재는 늘 경계 위에서 다시 태어난다. 이 과정은 예술을 향한 인간의 충동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그리고 그 충동이 삶과 윤리의 영역에 어떤 울림을 남기는가를 깊이 사유하게 한다.
소설은 예술가의 내면이 겪는 고독과 돌파의 순간, 기억이 만들어내는 정서적 풍경,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긴장들을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동시에 예술이 곧 존재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자, 세계와 자신을 다시 호명하는 언어임을 보여준다.
『지극함을 위하여: 끝에서 시작으로』는 문학적 형상화를 통해 예술과 인간 존재의 철학적 깊이를 탐색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예술의 의미와 삶의 방향을 새롭게 성찰하도록 초대한다.


「지극함을 위하여」는 무용가 후는 반복되는 움직임 속에서 예술이 아닌 생존을 기억한다. 그녀의 춤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통과하며 존재를 증명하는 행위다. 후를 둘러싼 화가 로와 시인 디는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과 감정을 탐색하지만, 후는 감정을 붙들기보다 흐름을 선택한다. 공항에서의 마지막 장면에 후는 기다림을 뒤로하고 무대로 돌아간다. 이 작품은 예술가의 몸을 통해 감정과 구조, 관계와 존재의 경계를 넘나들며,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표현이 아닌 존재를 택하는 후의 결단은, 예술이 감동을 넘어 책임이 되어야 함을 조용히 선언한다.
「사라지는 것들의 울림」은 화가로는 그림 속 이미지가 사라졌다는 감각에 시달리며, 감정을 지우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미술관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제이는 연주 속 소리를 잃었다고 말하며, 로와 같은 상실을 공유한다. 두 사람은 예술과 감정, 기억과 존재 사이에서 흔들리며 서로를 비춘다. 제도화된 예술 환경 속에서 로는 점차 자신이 무엇을 그려야 하는지보다, 어떻게 해석될지를 고민하게 되고, 제이는 감정을 억제하는 공연 시스템 속에서 침묵을 경험한다. 모차르트의 K.333과 ‘신코페이션’이라는 음악적 개념은 기억과 감정의 구조를 상징하며, 로는 결국 흔들림 속에서 존재를 증명하는 예술을 선택한다. 사라지는 것들이 가장 오래 남는다는 믿음으로, 그는 지우며 그린다—닿기 위해.
「벽을 넘어서」는 화가 로와 무용가 후는 디라는 인물의 부재를 중심으로, 기억과 감정, 예술의 본질을 탐색한다. 디의 잔향은 음악과 시, 그리고 관계 속에 남아 있으며, 후와 로는 그 흔적을 따라 서로의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로는 신화 속 태초의 순간을 그리려 하지만, 그 안에 ‘기억’이 빠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잊히지 않는 감정을 붙잡기 위한 창조로서의 예술을 추구한다. 후는 그림 앞에서 몸짓으로 응답하며,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기억으로 남았음을 받아들인다. 귤 하나를 손끝으로 어루만지는 마지막 장면은,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서 감정을 잊지 않겠다는 조용한 선언이자, 존재의 여운을 담은 결말이다. 「벽을 넘어서」는 기억을 통해 존재를 다시 창조하려는 예술가들의 이야기이며, 감정과 철학이 교차하는 섬세한 서사다.
「오차의 방향」은 인도와 몽골, 서로 다른 길을 여행한 두 친구 디와 로는 편지를 통해 존재와 감각, 신앙과 죽음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눈다. 바라나시에서 죽음을 목격한 디는 명상을 통해 ‘제행무상’을 체험하고, 로는 몽골의 사막과 초원에서 환영과 울림을 경험하며 자신을 되돌아본다. 철학적 논쟁과 감성적 교류 속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걷지만, 결국 다시 만나 서로의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오차의 방향」은 여행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는 두 인물의 내면적 성장과 관계의 깊이를 그린 작품이다.
「흔들림의 도면」은 담연리 들판과 사랑방을 배경으로, 디와 로는 흔적과 흐름, 공간과 결에 대해 사유한다. 디는 견고함을 내려놓고 흔들림을 받아들이며 삶의 도면을 다시 그려나가고, 로는 장터의 변화 속에서 존재의 방향을 묻는다. 말보다 먼저 움직이는 몸의 리듬을 통해, 그는 지금이라는 시간의 결을 깨닫는다. 흔적은 지나간 것이 아니라, 새롭게 짓는 흐름임을 이해하며, 선택은 그 흔들림 속에서 시작된다.
「끝에서 시작으로」는 존재와 기억, 시간과 흐름을 몸과 예술을 통해 되묻는 서사이다. 디가 사유했던 ‘흔적은 흐름 속에서 재구성된다’는 인식은, 후의 움직임을 통해 감각적 방식으로 구현된다. 미륵사지의 궁성을 춤으로 되살리고, 폐허의 공간 바렐시아를 존재의 흐름으로 다시 호흡시킨다. 그녀는 음악 없이도 공기와 바닥의 결을 읽고, 몸으로 기억을 새기며 존재를 증명한다. 관계의 흔적을 품되, 그 안에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완성해 가는 여정을 그린다.
저자

전미홍

부산에서태어났다.계명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학과석사졸업,2011년≪강원문학≫소설신인상을받으며창작활동을시작했다.흔들림과예술에관한글들을써오고있으며,소설책으로는연작소설『누구십니까』소설집『아내의폴더』2025년부산문화재단우수예술작품에선정된연작소설『지극함을위하여:끝에서시작으로』를출간했다.

목차

지극함을위하여
사라지는것들의울림
벽을넘어서
오차의방향
흔들림의도면
끝에서시작으로

작품별설명
작품해설
작가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