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그렇게저렇게우리는싱거운수다를마냥즐기고있었다.그러다가아주잠깐우리의대화가끊겼을때,북방하늘다람쥐가“저기,큰고양이님,다시또들어볼까요?”하고내게물었다.
“그래,좋아.”
조용한서곡.조금불안한음계.그리고또그코러스.
주여,우리의통치자시여,
온땅에그명성이드높으신분이시여!
북방하늘다람쥐는가느다란바늘의떨림을물끄러미응시하고있었다.
당신의수난을통하여우리에게보여주소서!
진정한하나님의아들이신당신께서
그어느때에나…….
나의각설탕은겨우겨우녹아들어서마치침전물처럼찻잔바닥에가라앉아있었다.
빗방울의흐름을따라흙먼지가들러붙어있는창으로부드러운빛이비껴들어,그빛살이검은음반에까지이르러있었다.그리고그빛살너머로북방하늘다람쥐의모습이엷은베일을드리운양부옇게일렁였다.
살며시졸음이밀려들었다.
“……듣고싶다…….”
“……어?……아,그래…….”
“……큰……고양……님,차…….”
“……어?……아,그러네…….”
그무렵부터나는누군가를만날라치면,아니문득문득생각이떠오를때면북방하늘다람쥐가그토록듣고싶어하던수난곡의음반을혹여소장하고있지는않는지,아니아니애당초그것을소장하고있을리만무한이들이기에어딘가그음반이있을만한곳은없는지를묻고다녔다.
먼저가까이에사는시궁쥐는“누가재난을당했다고요?”하고서,도리어나에게되물어왔다.
“그야,모름지기예수그리스도이시지.”
“그럼그리스도가지은곡이겠군요.나야알리가없죠.”
도대체이치에맞지않는소리뿐이었다.
다음으로그하얗고작은심술꾸러기고양이에게도일단물어보기는했다.어차피별다른수확이없으리라는걸익히알면서도말이다.
잠자코내이야기를끝까지들어주는구나싶었는데,예의심술꾸러기고양이는“……바흐?……바아보?……바보?”하고내뱉고는골목께로사라져버렸다.
이런일을몇차례되풀이하듯겪고나서,음악에대한이해가깊지않은이들에게이러한물음은무의미하다는걸깨달은나는,이부근에서유일하게피아노를연주할줄안다는고양이를만나러갔다.
…………
마침내짧은여름이끝나버렸다.
(수난곡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