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이야기 7 : 쬐꼬만 고양이라 부르지 마 (양장)

얀 이야기 7 : 쬐꼬만 고양이라 부르지 마 (양장)

$16.00
Description
“아, 이런 게 진짜 동화야!”란 감탄사를 연발케 하는 작품.
본서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연작동화 《얀 이야기》의 마지막 권으로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 이스탄불 혹은 중앙아시아 어느 나라 어느 낯선 마을에 사는 고양이 얀과 시궁쥐, 북방하늘다람쥐, 삽살개 등 동네 친구들과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때로는 ‘픽!’ 하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소소한 사연이지만 그러면서도 뭔가 형언할 수 없는 아련함과 뭉클한 감흥을 선사한다. 여느 동화처럼 억지스럽지 않고 너무도 자연스러워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절로 동화되어 누구나가 고양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본문 중간 중간에 저자가 직접 그린 원색 삽화가 이국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한층 북돋운다.
저자

마치다준

저자:마치다준
1951년도쿄출생.게이오대학경제학부졸업.1993년부터1996년까지도쿄시부야에,터키의국제도시이스탄불교외에있는역사적인‘카페피에르로티’의분위기와,흑해에면한제정러시아의남쪽관문인오데사의이미지를겹쳐놓은카페‘오데사이스탄불’을연다.러시아혁명의혼란기에는크리미아나오데사에서많은사람들이이스탄불을경유해파리나런던등지로망명했다.물론이스탄불에몸을숨긴이들도헤아릴수없이많다.망명이라는말은,무책임한방관자에게는감미로운여운을지닌언어이다.그것은누구나가그비밀스러운가슴속에이폐쇄적인상황속에서,지금여기에서,이자리에서정신적인망명을끊임없이지속적으로추구하고있다는증거이기도하다.그러한순간의망명처의하나가‘오데사이스탄불’이었던것은아닐까?(‘오데사이스탄불’은도시계획도로건설을위해현재폐점중)

역자:김은진
1969년에태어났어요.한양대학교일어일문학과를졸업하고책만드는일을했어요.현재는해외의좋은책을찾아소개하고번역하는일을하고있어요.옮긴책으로는《도토리의집》《수학의비밀》《스무살경제학》《교사를당황하게하는아이를만났을때》등이있어요.

역자:한인숙
東文選편집주간.

목차


쬐꼬만고양이라부르지마
나의생일
극장
죽음의침상에대한기록
쫑긋한귀
수난곡
세노인과세마리의고양이
나는삽살개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그렇게저렇게우리는싱거운수다를마냥즐기고있었다.그러다가아주잠깐우리의대화가끊겼을때,북방하늘다람쥐가“저기,큰고양이님,다시또들어볼까요?”하고내게물었다.
“그래,좋아.”
조용한서곡.조금불안한음계.그리고또그코러스.

주여,우리의통치자시여,
온땅에그명성이드높으신분이시여!

북방하늘다람쥐는가느다란바늘의떨림을물끄러미응시하고있었다.

당신의수난을통하여우리에게보여주소서!
진정한하나님의아들이신당신께서
그어느때에나…….

나의각설탕은겨우겨우녹아들어서마치침전물처럼찻잔바닥에가라앉아있었다.
빗방울의흐름을따라흙먼지가들러붙어있는창으로부드러운빛이비껴들어,그빛살이검은음반에까지이르러있었다.그리고그빛살너머로북방하늘다람쥐의모습이엷은베일을드리운양부옇게일렁였다.
살며시졸음이밀려들었다.
“……듣고싶다…….”
“……어?……아,그래…….”
“……큰……고양……님,차…….”
“……어?……아,그러네…….”

그무렵부터나는누군가를만날라치면,아니문득문득생각이떠오를때면북방하늘다람쥐가그토록듣고싶어하던수난곡의음반을혹여소장하고있지는않는지,아니아니애당초그것을소장하고있을리만무한이들이기에어딘가그음반이있을만한곳은없는지를묻고다녔다.
먼저가까이에사는시궁쥐는“누가재난을당했다고요?”하고서,도리어나에게되물어왔다.
“그야,모름지기예수그리스도이시지.”
“그럼그리스도가지은곡이겠군요.나야알리가없죠.”
도대체이치에맞지않는소리뿐이었다.
다음으로그하얗고작은심술꾸러기고양이에게도일단물어보기는했다.어차피별다른수확이없으리라는걸익히알면서도말이다.
잠자코내이야기를끝까지들어주는구나싶었는데,예의심술꾸러기고양이는“……바흐?……바아보?……바보?”하고내뱉고는골목께로사라져버렸다.

이런일을몇차례되풀이하듯겪고나서,음악에대한이해가깊지않은이들에게이러한물음은무의미하다는걸깨달은나는,이부근에서유일하게피아노를연주할줄안다는고양이를만나러갔다.
…………

마침내짧은여름이끝나버렸다.

(수난곡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