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따오기’ 노래의 첫 구절이다. 하교길 논두렁을 따라 걷다 심심하면 큰 소리로 불렀던 그 따오기는 삼십년 동안 보이지 않는다. 광릉의 크낙새도 삼십년이 넘게 보이지 않는다. 수십 년이 넘게 보이지 않는 새들이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도대체 그 날짐승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사진기자가 찍은 우리 생태계 24년
이 책의 저자는 일간지 사진기자다. 사건과 사고의 최일선을 누비는 사진기자이지만, 동시에 저자는 24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이 땅의 야생을 기록해 온 생태사진가이기도 하다. 그 24년이 지나는 동안 누구도 잡지 못한 특종을 수없이 하기도 했고, 몇 컷의 사진을 건지려다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이 책에 실린 사진과 글은 저자가 지난 24년 동안 이 땅 곳곳을 한발 한발 디디며 가슴으로 기록한 우리 생태계의 소중한 생명문화유산이다.
가슴으로 보면 생명이 보인다
이 책에는 우리 일상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새들의 사진이 가득하다. 게다가 어지간해선 전문 탐조가도 담기 힘든 희귀한 새들의 모습도 많다. 보라매라고 불리는 참매, 참수리, 개리, 저어새, 황새 등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가치 있는 새들이 생생히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진정 가치 있는 것은 이 말 못하는 날짐승을 바라보는 저자의 눈길에 있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다 큰 새끼를 외면하는 참매 어미의 모습에서(22~26쪽), 방조제 건설현장에서 죽어버린 새끼를 바라보며 비통해하는 검은머리물떼새에게서(34~36쪽), 포근히 새끼를 안은 수리부엉이의 눈에서(46~47쪽), 자신의 몸을 던져 새끼로부터 사람을 유인하고 죽은 척하는 쏙독새 어미에게서(176~178쪽), 뱁새의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는 뻐꾸기의 모습(206~209쪽)에서 저자가 담고자 노력한 것이 살아있는 것의 놀라움과 뿌듯함과 안타까움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생태학자도 생물학자도 아닌 저널리스트이다. 그래서인지 감동적인 사진을 떠받치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바람 들이치는 벌판에서 먼 하늘을 바라보는 자신을 상상할지도 모르겠다.
사라져가는 한국의 새를 위하여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전하는 저자의 메시지는 머리말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새들의 삶도 인간사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지구의 한 생명체로 세상에 나와 갖은 고난을 겪다가 삶을 마감한다. 가족을 사랑하면서 2세를 이어가고 변화하는 생태계 속에서 끝없는 생존경쟁을 하고 있다. 그나마 인간의 이기심으로 빚어진 환경파괴 시대에 수억 년 전부터 이어져 오던 이동이 단절되고 먹이사슬이 파괴돼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멸종의 길로 치닫고 있다(…….) 우리 선조들이 보고 느끼고 누렸던 자연을 우리 후손들도 향유할 권리가 있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딸들의 행복을 우리 세대가 미리 앞당겨 수탈하고 있지는 않은지,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는 새들을 기록하면서 반성해 본다.”
따오기, 크낙새는 더 이상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 저어새, 황새, 참매, 참수리는 우리에게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일반인으로서는 일생 한 번 보기도 힘들지 모른다. 그런데 뜸부기, 뻐꾸기, 딱새, 박새, 소쩍새, 부엉이, 올빼미, 말똥가리는 어떨까? 우리의 아이들이 장년이 되었을 때 우리가 ‘따오기’ 노래에서 그랬듯이 ‘뜸부기’ 노래에서 똑같은 경험을 하지는 않을지.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