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 잔해 위에서 나는 누구와 나의 삶을 이야기할 것인가 (Paperback)

공동체의 잔해 위에서 나는 누구와 나의 삶을 이야기할 것인가 (Paperback)

$20.00
Description
문학비평의 창으로 ‘공동체’를 탐구하다
이 책은 무너지는 공동체에 주목한 저자가 지난 15년간 문학의 시각에서 탐구한 작업을 모아 엮은 것이다. 저자는 한국전쟁 때 등장한 피란공동체부터 2000년대에 새롭게 등장한 이주민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붕괴되어 온 우리 공동체의 흐름을 조망한다. 그 지속적인 붕괴의 결과를 저자는 ‘공동체의 폐허’로 표현한다.

한국사회가 겪은 전쟁과 근대화는 한국사회의 근간을 뒤흔든, 물질적·정신적인 체제를 전환시킨 그야말로 강력한 폭풍이었다. 이 폭풍에는 발전과 성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폭풍의 강렬함은 모든 것을 뒤집어놓은 것에만 있지 않다. 이 폭풍이 기왕의 것들을 무력화시키고 폐허로 만들어버리면서도 잔해로 남은 것들의 고통과 슬픔을 결코 드러낼 수 없도록 만들었다.
폭풍이 할퀴고 간, 폐허가 되어버린 이곳의 깊은 슬픔이란 ‘나’의 존재, 정체성을 부여받았던 기왕의 권력적 가치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게 되었을 때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으로 타인을 증오할 수밖에 없게 된 현실이다. 근대화의 발전과 성장 신화는 구성원들이 문제를 공동화하고 이를 해소·해결할 수 있는 자치능력을 탈취, 자생력을 질식시킨 것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성장신화의 동력으로 폭주하는 기차를 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폭주하는 기관차의 브레이크를 잡지 못한다면 우리는 끝없는 혐오의 나락으로 추락할 것이다.

이 무너진 공동체의 폐허 위에서 저자는 묻는다.

“한국사회의 급격한 근대화가 야기한 문제는 정치, 경제 등 거시적 차원만이 아니라 가장 일상적인 변화였다. 그것은 나의 삶을 함께 이야기할 이웃과 동료를 적대화하는 과정이었고, 개인은 전환에 따른 모순을 ‘홀로’ 감당하도록 내팽개쳐진 것이었다. 나의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동의 장소를 박탈당하고 타인과의 관계가 무너져내린 잔해 위에서 우리는 누구와 나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저자

김옥선

부산에서나고자라경성대학교에서국문학을공부하였다.대학원에진학해서는문학에만머물지않고철학,역사,사회를넘나들며고민하고삶의기술들을배웠다.한국사회의큰변화를야기한근대성,자본주의가연구의출발점이었고한국근대자본주의에대응한김주영소설을분석하여석사학위를받았다.박사학위논문『1960~70년대한국소설에나타난지역식민화연구』는지역을식민화해온국가독점자본주의,한국의중심주의를비판적으로성찰한것이다.
현재는대학에서문학,글쓰기,지역·대중문화를강의하고있으며동료들과함께전지구적자본주의의대항전략으로서공동체,도시,지역,글로컬문화를연구하고있다.특히지역의작고다양한공동체에큰관심을가지고있다.공저로『부산의음식:생성과변화』(2010),『마이너리티,부산의또다른문화』(2013)가있다.

목차

책을펴내며5

프롤로그11

공동체부재의시대,파편화된개인의역사
1공동체부재의시대,‘나홀로선’사람들21
2지배와통치단위로서마을공동체25
3권위적국가의국민공동체생산33
4시민공동체의식형성,민주·자유·평등40
5신자유주의시대,시민의종언과파편화된개인47

생명에서문화로
1생(生)의마지막희망을찾아,부산으로64
2영웅의고난으로서죽음과절망재현68
3‘아버지’회복을위한불안과환멸재현74
4비루한판자촌에서꿈꾸는생명79
5생명에서문화로:옛피란수도부산의개방성과수용성84

빈곤통치에대한생존전략으로서로컬공동체
1사실로서의빈곤과정동으로서빈곤93
2통치의대상으로서빈곤과국가이데올로기95
3빈곤의재현양상:분노와적대,공포와수치심98
4게토로서의빈민촌에서저항과연대의로컬공동체로108
5로컬공동체회복을통한빈곤의새로운상상117

노동문학을넘어일상적노동의회복으로
1다시‘노동문학’에거는기대129
280년대노동계급에대한이상과현실132
3노동문학다시읽기137
4근대적삶을반추하는접경지대,우묵배미143
5일상문화의회복149

타자와의만남,공동체를꿈꾸다
1타자의출현,외국인노동자와대면157
2한국인과이주민의불가능한공존160
3단일민족주의의‘의사(疑似)중심주의’163
4나(우리)와타자의의식의스며듦169
5타자와의공존을위한로컬리티175

‘반(反)성장’의문학생산력:근대를성찰?전복하는김주영소설의이중전략
1축적체제전환에따른소설양상의변화185
2자본의‘성장’에대응하는풍자와민중의식195
3‘반(反)성장’소설의자정능력222
4남성적질서를전복하는‘사팔뜨기’의시선244
5김주영소설의이중전략250
에필로그261

참고문헌268

찾아보기277

출판사 서평

책의구성과내용

1장은오랫동안사람들이일상속에서유지해온공동체가국가적폭력에의해절멸되는과정을고찰한것이다.일제강점,전쟁,산업화등급격히변화하는현실에대응하는방식은다양한구성원과형태의공동체였다.국가권력은공동체를통해국가의명령을효율적으로전달하고개인의일상에개입해왔다.오늘날‘홀로선개인’은공동체를국가화하는일련의과정을거쳐개인의생존을이웃과함께공론화하여문제를해결할수있는장을국가가모두탈취한이후,남은우리의모습이다.그러나‘홀로선개인들’은과거절체절명의순간에도자신과이웃의삶이파탄에이르지않도록현명하게대처해왔던것처럼촛불혁명이라는새로운변화를이끌어내었다.오늘우리가공동체를상상할수있다면이들을통해서가능할것이다.

2장에서는‘피란수도’라는부산의특별했던과거를돌아보아공동체를위한공간의방향성을살폈다.한국전쟁당시많은문인들이부산으로피란해서각자의경험을토대로부산을그렸다.결코긍정적일수없는피란이기에작가들은대체로절망과불안,공포등부정적인감정으로재현했다.문제는그들이재현한결과를사실로,그리하여부산의실제로오인하는것이다.그러나부산은그모든부정적인감정을수용할수있었던유일한공간이었다.피란수도부산은한국가의중심이해야할기능,즉중심은사람과타지역을지배하고억압하는것이아니라모든이들에게개방적이고,특히약하고상처받은사람들을끌어안아그들이‘살아가도록’하는공간이었던것이다.이질적인것들에개방적이고그들을무한히수용했던피란수도부산의경험은우리시대에필요한공공성,공동성의공간적가치를재고하는데근간이될것이다.

전쟁이라는,삶의근간이뒤흔들린절망적상황에서도결코놓치지않았던공동성은국가주도의근대화ㆍ산업화과정에서여지없이무너져내렸다.3장에서는경제성을삶의총화로서만다루면서전국민을생존기계로전화한빈곤통치의양상을살폈다.빈곤에분노하고빈곤을적대,수치심으로전환한빈곤통치의가장큰폐해는가난한사람들의자치공동체를훼손·파괴하는일이다.그결과우리에게는그어떤공동체도남지않게되었지만문학은빈민이자신의자유를실현할수있는공동의장소가우리내부에존재해있음을,국가의지배력을비켜서는자치공동체의영역이있음을정직하게기록하고있다.1960~70년대국가의기획과목표에따라모든존재의근원이뿌리째흔들리는순간에도자신들을보호할관계들을포기하지않았던빈민의의의를살피는것은오늘날까지도여전히경제성만으로우리의삶을결정하려는시도로부터인간의존엄을지키고자유를확보하기위함이다.

1980년대는국가권력의폭력성에저항해작은사람들이연대함으로써현실을개혁하겠다는열정이폭발했던때이다.4장은노동소설을재독(再讀)하여노동자들을결집시키고함께싸우게했던힘을고찰해본것이다.노동소설에나타난현실개혁의지에는오늘날노동자가연대할수없는한계도동시에존재하고있었다.노동자가꿈꾸는‘더나은삶’에대한방향성부재,노동자문화를그들의현재적삶,일상과연결하지못한것이다.이제우리는과거노동자의기대와희망이었던‘더나은삶’이과연무엇인가라는질문을다시가져와“무엇이우선되어야하는가”라는질문으로전환해야한다.

5장은2000년대이후한국이당면한공동체의현안으로서다문화사회에관한것이다.특히외국인노동자와의공존과연대의노력이방대하게이루어지고있는현재에도그들에대한배타적인시선은좀처럼사라지지않고있다.대부분의연구는한국인의배타적시선의근원으로뿌리깊은단일민족주의를꼽는다.그런데외국인노동자의문제는지역민의중요현안이다.
외국인노동자는지역에서살아가는사람인것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외국인노동자와의관계에서지역민은전혀나타나지않는다.외국인노동자,타자에관한한그주체는언제나‘한국인-한민족-서울’이었기때문이다.외국인노동자와의관계를지역적현안으로전환하는일,즉그들과어떻게함께살아갈것인가를고민할때우리는타자와더불어자신이함께존재할수있는공동의기반을마련할수있다.

6장은김주영소설읽기를통해한국의근대성을비판적으로성찰한글이다.‘근대’‘근대성’은나의연구의시작점이었다.한국의근대화과정은마을·지역·생활공동체의의사결정력,자치역량을분쇄하고국가의명령체계가개인의일상에효율적으로침투할수있는조직으로전환하는과정이기때문이다.김주영의문학적실천의변모양상을살피는것은그의소설에서우리의삶이어떻게변화했는지를되돌아볼근거를제공받기위함이었다.
김주영은한국의1970~80년대자본주의적가치체계가확산되는과정에서발생하는모순과심각한계급적갈등에천착했다.그반성지점은모든가치가동일성으로획책되는가운데상대적자율성을갖고있었던변두리공간,도둑이나넝마주이,거지등외부로밀려난사람들에게서찾았다.
1990년대후반이후그의소설은크게변화하는데이지점이한국사회의축적체제의전환과맥을함께한다.사회적총체성구현을위한일련의작업들이새로운국면을맞이하게된것이다.김주영은중심을향한총체적인식과는무관해보이는산골마을을배경으로아버지가아닌어머니그리고아이의시선에의지한다.이러한서사는우리사회가일구어낸왜곡된근대성의부박함을전통적질서로반추함과동시에악성화된남성중심주의로부터벗어날심미적거리를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