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줄넘기 (양장본 Hardcover)

거룩한 줄넘기 (양장본 Hardcover)

$20.15
Description
1만 2천행에 이르는 김정환의 거대한 시!
김정환 시집『거룩한 줄넘기』. 2007년 시집 〈드러남과 드러냄〉으로 제9회 백석문학상을 수상한 김정환 시인이 '시란 일상을 거룩하게 만드는 감각의 의미 체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거의 일 년을 매달려 쓴 독특한 구성의 시를 담았다. 상징계의 그물을 찢고 새로운 존재를 드러내는 날카로운 감각의 생성적 에너지에 기초하고 있다.

이 시집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총 17편의 시로 구성되었다. 내용을 나누기보다는 생명의 흐름을 교감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 열여섯 개의 로마숫자들이 소제목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시인은 언어, 그림, 건축, 신화, 역사, 종교, 성과 속, 죽음, 노래 등 시대와 장르를 가로지르며 1만 2천행이 넘는 거대한 생명체 같은 시를 탄생시켰다.

여기에는 문명적 진화로 이루어진 세계에 대한 반대명제, 혹은 대체물로서 존재하려는 욕망이 담겨 있다. 특히 세계 여러 고문자들의 느낌을 육감적으로 표현하면서, 문자의 발생에서 비롯된 감각의 소외현상을 성찰한다. 형식과 내용 면에서, 그리고 이 시대의 문학예술이 하기 싫어하는 총체성을 드러내며 우리 시문학의 영토를 넓힌 시집이다. [양장본]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Ⅰ〉 중에서

마르두크, 최고신이자 모든 신.
얼음의 음식과 고독의 경악. 흔들리는
침묵, 푸르른
전율과 생명의
내파. 그것도
거룩한 줄넘기는 아니다.
침묵과 육체 사이
육체와 침묵 사이
그 셋의 겹침을 닮은
죽음이 검은 내력도
사소할수록 깊은 구멍의
의미까지 거룩하게 웃는
감량일 뿐,
줄넘기는 아니다.
하여, 맨 처음의
마르두크, 거룩함은 스스로 소스라친다.
저자

김정환

1954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대영문과를졸업했다.1980년계간『창작과비평』에'마포,강변동네에서'외5편을발표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지울수없는노래』『하나의이인무와세개의일인무』『황색예수전』『회복기』『좋은꽃』『해방서시』『우리노동자』『기차에대하여』『사랑,피티』『희망의나이』『노래는푸른나무붉은잎』『텅빈극장』『순금의기억』『김정환시집1980~1999』『해가뜨다』『레닌의노래』『드러남과드러냄』,소설『파경과광경』『사랑의생애』,교양서『발언집』『삶의시,해방의문학』『클래식은내친구』『내영혼의음악』『20세기를만든사람들』『한국사오디세이』『김정환의할말안할말』등이있다.2007년시집『드러남과드러냄』으로백석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自序

프롤로그
I
II
III
IV
V
VI
VII
VIII
IX
X
XI
XII
XIII
XIV
XV
XVI
사랑노래-補遺
에필로그

해설|황광수거룩함이흐르는'노래속'

後記

출판사 서평

1만2000행의거대한생명체

“이화상을뭐라부를꼬?‘살아본나’와‘안살아본나’사이화해의기록이라고나할까.둘을합쳐그냥‘새길銘’자하나로족할까?”(後記)
제9회백석문학상을수상한김정환시인이새시집『거룩한줄넘기』를선보인다.“시란일상을거룩(하다는것은쓸모없음의최고단계라고나할까)하게만드는,의미의감각체계,아니감각의의미체계”(自序)가아닐까라는문득든생각이,연이어떠오른꽃과새,물고기,황혼,언어의내파,구약과신약,헌책방등등의감각요소들과연결되기시작했다는시인은,이렇게떠오르는것들로인해거의일년을“최소한주업으로”시에매달렸다고한다.당연히“시가돈이될리없으니정말쌀한말,한되가너무도소중한어감을풍기는생활의지경까지”왔다지만,그결과1만2000행이넘는,시사에유례가없을만큼독특한구성의시를탄생시켰다.
이시집은프롤로그와에필로그를제외하고총열일곱편의시로구성되어있다.시집의‘차례’에는소제목들대신열여섯개의로마숫자들(Ⅰ~ⅩⅥ)이커졌다작아졌다하며마치“물고기등뼈”처럼세로로줄을서있고,거기에마지막으로'사랑노래-補遺'라는독립된시한편이자리하고있다.문학평론가황광수는이열여섯개의로마숫자들이,여타의시집들이그러한것처럼“내용을구획하는울타리라기보다는생명의흐름을교감하는세포막의기능”을하고있다고본다.이러한구조로인해이시의중심주제들은순서나배열과무관하게,가까이또는멀리에서서로조응하고있다.뒤섞인채유동하는것이이거대한생명체의생리라는것이다.
시인자신도,떠오른내용과형식이“설마이정도규모”가될줄은몰랐다고고백하는이거대한생명체는,소설가이승우의표현대로“언어와그림과건축과신화와역사와종교와성과속과죽음과섹스와노래와춤등세상에존재하는모든것을재료로하여지어진,수없이많은방과복도의미로가있는한채의웅장한집”이다.

거룩함이흐르는‘노래속’

『드러남과드러냄』(2007년)이감각의총체성(‘감각=총체’)에기초하고있다면,『거룩한줄넘기』는상징계의그물을찢고새로운존재를드러내는날카로운감각(작용)의생성적에너지에서비롯되고있다.첫부분'Ⅰ'은‘마르두크’(Marduk,고대바빌로니아의수호신)의최초의자의식을환기시킨후,열일곱페이지를할애하여꽃-물고기-새-나무를통해언어이전의광경들을눈부시게펼쳐보인다.이러한세계를드러내는감각작용은모든존재들에서태초의느낌을되살려낼만큼날카롭고섬세하며,돌파력이강하다.이시첫머리는‘맨처음’의느낌을떠올리면서‘거룩함’을하나의화두처럼던져놓고있다.
다채로운사물과현상들의생성과변화를형상화하고있는이낯선언어구성체는무엇보다거대하면서도복잡하다.게다가응축,비약,그리고아이러니보다는전복또는왜곡에가까운표현들이수시로출몰한다.무엇하나낯익은것이없다.화자의거처가있는영등포구당산동이나자주다니는합정동네거리조차처음보는낯선풍경들처럼다가온다.그것들은낯익은풍경들이낡음을벗는광경들이다.그런가하면단순한기표들,이를테면‘꽃’이나‘새’도어떤이미지나상징으로고정되지않은채빛,색,소리,동작들의연쇄로펼쳐진다.그래서독자들은의식을채우고비우는일을분주하게거듭할수밖에없다.이러한낯섦과격절(隔絶)의느낌들은우리의경험적요소들을황홀하게해체하며흘러간다.이러한효과는물론현대시의특수한일면이라고말할수있지만,지금까지보아온것들과분명히다른것은해체를방치하지않고‘노래’또는‘노래속’이라는매우특이하고도새로운차원속으로수습하며생명적흐름을이어간다는것이다.
이시집은문명적진화로이루어진세계에대한반대명제또는대체물로서존재하려는욕망을내재하고있다.그것은이세계안팎에그것과함께,그것처럼존재하고싶어한다.이시집에소제목들이없는것도이런현상과무관하지않을것이다.이그로테스크한언어구성체는몇가지주제들로분류되지않는다.그안에는인류의문명사에서끝없이잘게나뉘어온요소들이다채롭게뒤섞이며문자이전을연출하고있기에,그것들은어떠한이론으로도분석될수도없다.그것들은시인의의식-무의식의용광로를거쳐아주낯선사물처럼드러나고있다.최소한의심미-의미작용이이루어지고있는대목만떼어내보더라도그렇다.이를테면,“동물은역사가없으므로/시대착오도없다./죄의식이없으므로/대속이있을수없다./산양의노래/그리스비극은/그게더비극적이었는지모른다.”(381~82)세문장으로이루어진이대목에는동물들로반조되는인간의역사와종교와문학이뒤섞여있다.이러한생각의흐름은낮잠에서깨어난일상의한순간에이루어지고있기에,화자의시적사유는수시로일상적감각과뒤섞인다.아니,화자의일상적감각과의식자체가문명사전체와예술일반,그리고삶의현실을뒤섞고용해하며‘거룩함’을얼핏얼핏드러낸다.그래서이복합적언어구성체에서는뚜렷한진행방향이포착되지않는다.어떤방향성또는목표가있다면,그것은끝부분에있지않고전체속에스며들어있을것이다.그것의드러남은,나타나는순간이사라지는순간인용처럼,사라진다음에야어렴풋이감지되면서,우리가일상에서늘놓쳐버리는순간들의속성을환기시킨다.
이시집은형식과내용면에서,그리고이시대의문학예술이생각조차하기싫어하는‘총체성’을그자신의몸으로드러내며우리시문학의영토를한껏넓혀놓았다.마루밑의벌레한마리나비루한일상적요소들이남루를벗고거룩함으로떠오르는가없는도정은오디세우스의항해보다광대하다.화자는귀를막기는커녕사이렌의노래뿐아니라보이지않는세계에잠재해있는소리들까지온전하게‘노래속’으로수습해간다.이렇게,시인은상징계의질긴그물망을찢고절망적으로천박하고왜소해진우리의의식이거할새로운세계를건설했다.

■추천글

나에게김정환은언제나여러모로넘치는사람이지만,이한편의,500페이지가넘는시는더구나그러하다.그는시대와장르를가로지르며인류의거대한벽화를,그것도세밀화로그리려고한다.새삼놀랍고무섭다.
언어와그림과건축과신화와역사와종교와성과속과죽음과섹스와노래와춤……이책은이세상에존재하는모든것을재료로하여지어진,수없이많은방과복도의미로가있는,한채의웅장한집이다.이집에서는성과속이서로에게스미고초월과내재가한몸안에깃든다.오래된과거와낯선최근,정신의형이상학과육체의통속이기웃거리고,촌철의잠언과세태에대한장황한디테일이섞인다.아니,그것들의출렁임이거룩함의핵심이라고시인은말하는것같다.미학은위나아래,어느한지점이아니라그사이,그사이의존재방식인출렁거림에서나온다.
이제겨우,아주조금알겠다.육화야말로거룩함의진면목임을반복적으로끈질기게내세우는이예술가의진면목을.김정환이야말로‘영혼의유물론자’이다.-이승우(소설가ㆍ조선대문창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