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욕망의 시간

감정과 욕망의 시간

$20.02
저자

남다은

저자:남다은
영화평론가.1978년출생.연세대학교인문학부를졸업하고동대학원비교문학협동과정석사과정을졸업했다.2004년『씨네21』영화평론상으로등단했다.현재인디포럼프로그래머다.  

출판사 서평

서문에보다상세히밝혔지만,내게영화비평은‘무엇을쓸것인가’에서‘영화란무엇인가’라는물음을지나‘영화에어떻게닿을수있을까’,‘내게영화란무엇인가’라는화두로이행하는과정이었다.그렇게질문이이동하는동안,적어도내게는판단하고규정하는일보다질문의미로를돌아다니는일이훨씬더절실하고흥미롭게느껴진다는사실도깨달아갔다.영화가열어준세계의결들을힘껏긍정하고싶다는마음이커질수록,현실의언어로설명가능한표면적서사가아니라,서사로포섭되지않지만분명거기흐르거나고인영화적공기를호흡하고싶다는갈구도강해져갔다.그리고그모호한공기가세련된이성적사유의틀로는도저히접근하기어려운감정과욕망의결들과관련된문제임을어렴풋이느끼기시작했다.그세계의감정과욕망의결들에대한응답이비평이라면,나의글이나자신의감정과욕망을들여다보는데서출발하는건당연한일이었다.물론그런태도가종종편협하고지나치게사적이며때로는거친비평을낳는다는사실도경험적으로알게되었다.영화에대한주석이되기를거부하고그영화에나만의길을새겨넣기위해애쓰는일은애초에성공할수없고어쩌면주제넘은욕망의산물일지모른다.하지만영화를겪은나를다시바라보고,그런내가살아가는이세계의시간을다시감각하는과정없이영화를보는일이가능할까.적어도내게그런일은더이상불가능하다.
-‘책머리에’에서

‘영화를산다’는것

그의글을읽고나면이런인상이남는다.이사람은다짜고짜영화와부딪힌다.혹은영화의육체가자신의육체에부딪히는순간을거의무방비상태로맞이한다.혹은영화를보는동안그영화를살아버린다……남다은에게영화를본다는것은모종의신체적사건혹은두육체의접촉사고와도같은것이다.그의평론은대개그충돌이자신이육체에남긴감각과감정의흔적에서시작한다.‘나는’으로시작되는문장으로가득한그의글은그래서종종해석이라기보다고백처럼느껴진다.그는일반론을쓸생각도체계를세울생각도없는것같다.다만자신의글이한편한편의영화들을살아낸개별자의흔적이면충분하다고믿는것같다.
이건평론가에게위험한선택이다.나의감각과감정을어떻게확신할수있는가.그영화와의접촉으로발생한흔적이라해도,어떻게그감각과감정이그영화에속한것이라고믿을수있는가.그것은혹시나도알지못하는나만의기호(嗜好)가,혹은내무의식에잠든모종의상처가텍스트의사소한세부와만나과민반응한증상은아니었을까.우리는이질문이두려워텍스트와의사이에일정한거리를마련하고나의감정을숨긴채텍스트의자질에만몰두하려한다.감정을드러내는순간에도그것을텍스트의자질이초래한객관적효과의자리에묶어두려한다.
남다은은두려워하지않는다.그는그두려운질문앞에서그래도어쩔수없다고말할것이다.한편의영화를살고나서그세계를살아낸자신의육체말고어디서시작하겠는가,라고되물을것이다.그출발점은위험하지만절박하다.물론그는지금일기를쓰고있는게아니다.자신의감각과감정의흔적을들여다본뒤그는방향을바꿔텍스트안으로돌진한다.그리고자신의육체를건드렸던것의정체를탐색하기시작한다.방향전환과진격은빠르고맹렬하다.
그는이야기와캐릭터에비밀이있다고생각하지않는다.탐색자로서의그의질문은대개이런것들이다.카메라는왜하필그자리에서그앵글로바라보는가.인물은왜그상황에서그런표정을짓고그런몸짓을취하는가.왜이숏은다른자리가아닌여기에놓여있는가.무엇보다,왜이장면은있고그장면은없는가,등등.
말하자면그는자신의육체를건드린영화의육체를평론의언어로다시어루만지려는것이다.정연하고균형잡힌전개는없다.그는이론에도계보학에도기대지않고이질문과저질문사이를좌충우돌하며나아간다.그가닿으려는곳은그세부들이마침그자리에있어비로소분만되는돌연한아름다움혹은감정의심연혹은정념과도취의순간이다.함께영화를보던우리가의식하지못한채지나쳤을지도모를그마술적순간으로,그의평론은우리를다시데려가려는것이다.
안전한영화,모든요소가제자리에정확히배치되어효과적으로의미를생산하는영화가그의관심을끌지못하는건당연한일이다.그가살기를원하는영화는예컨대이런문장에서읽을수있다.“사회적조건의프레임안에서의운동이아니라,그걸깨부수는퇴폐와향락의한순간.내가이송희일의영화에서언제나기다리는감정과욕망은그런것이다.”그렇다고그가감정적으로격렬한영화를사랑한다고오해해선안된다.그가기다리는것은사건에대한반응이라는조건화된감정이아니라사건들사이에서사건들위로솟아오르는충만과심연의감정이미지이다.그의목적지는다름아닌시네마틱한순간이다.
자신의육체에남겨진감각과감정의흔적이라는절박하지만위험한출발점,계보학과이론의지도(地圖)없는좌충우돌과우여곡절의여정,마술적인것으로밖에드러나지않는시네마틱한순간이라는목적지.곳곳에실족의위험이도사린여정을,우아하게유영하는돌고래보다는물살에역행하는연어의몸짓으로그의비평은나아간다.누군가그의어떤견해에동의하지않더라도,그의평론이우리시대의영화들에대한더없이절박하고뜨거운응답이라는사실을수긍할것이다.
따로언급하고싶은글이있다.그것은[보이후드]에대한평이다.거의모든평론은분석의편의를위해영화의수많은요소들을공간적으로재배치하는상상의공정을거친다.영화의시간성을공간적으로도해하는것이다.하지만이글은영화의흐름을고스란히따라가며겪은충만과상실의체험기이다.‘영화를산다’는것을비유적인의미에서가아니라글의육체가실현한다른사례를기억하지못하겠다.나는[보이후드]라는영화가아니라,이글이영화라는육체의시간성에응답하고있다고생각한다.
이것이모범적평론이될수있는가,라고그는자문하지않는것같다.실족하고방황하고목적지에이르지못한다해도,영화보기가시간의일이고몸의사건이라면평론도그래야한다고남다은은믿는것같다.그무모함이아름답다.
-발문허문영(영화평론가)「‘영화를산다’는것」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