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열어주다 (멋진 스승들)

딸깍 열어주다 (멋진 스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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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성우제가 말하는 아홉 명의 멋진 스승들에 대한 이야기 [딸깍 열어주다]. 지금 누가 ‘스승’을 말하겠는가. ‘스승이 없는 시대’라고 해야 맞을 테다. 그런데 저자가 들려주는 ‘스승들’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도 생생하다. 페이스북에서 시작한 이 글은 페이스북 독자들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책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저자는 “세월이 흐를수록 무한대로 커지고 깊어지던 스승님들에 대한 감정”을 독자들에게 온전하게 전달해준다.
저자

성우제

저자성우제는경북상주에서태어나서울에서자랐다.양정고와고려대학교불어불문학과및같은대학원석사과정을졸업했다.1989년10월원源『시사저널』에창간멤버로입사해문화부등에서13년동안기자로일했다.출신학교와직장에대해남다른자부심을가지고있는데,그것은순전히그곳에서만난‘멋진스승들’때문이다.2002년부터캐나다토론토에살면서개인비즈니스를하고있으며,시사주간지와미술전문지등에문화예술관련글을써왔다.재외동포문학상소설부문대상(2005)과산문부문우수상(2007)을받았고펴낸책으로는『느리게가는버스』(강2006),『커피머니메이커』(시사IN북2012),『외씨버선길』(휴2013),『폭삭속았수다(제주올레완주기)』(강2014)가있다.

목차

책머리에

#김화영선생님

아,아버지의느낌이이런것이로구나
주제는작게문장은간결하게
30년지나알게된두루마리붓글씨탄원서
대학원생불어가왜그모양이야?
혹시라도너무힘들때있거든sos를보내라

#강성욱선생님

짙은감색양복과하얀색와이셔츠‘간지나는’중년
강박처럼따라다니는말씀“따져보거라”
책구하기,사전찾기등공부하는방법을시시콜콜구체적으로배우다
집에가서샤워하고책보다가자거라
하루10시간이상책상에앉는다는원칙을지키다

#황현산선생님

춘천에가서현산이한테배우고오너라
최고의고수는가장유연한자이다
절묘한해석으로‘딸깍’열어주는느낌을주다

#김준엽선생님

내가고려대에들어간이유
광복군출신총장이나타났다
총장,철야농성학생들을밤새워지키다

#전신재선생님

고교시절부터마음에품고살아온아버지같은어른이었다
너희들은복터진줄알아라
어린제자들에대한믿음과배포
머리가허연사람도소년같은꿈을가져야

#안병찬선생님

그는철저한현장주의기자,엄혹한트레이너였다
혀빼물고개뛰듯뛰어라
쉽게쓰되꽉꽉눌러담아라
사이공함락일곱시간전에탈출한‘기자의전설’
백면서생을기자로만든‘김산의아리랑’프로젝트
협박에서벗어나는방법을배우다.

#김훈선생님

윗사람들과는불편하게후배들과는편안하게
에피소드1
에피소드2
에피소드3
에피소드4

#박이추선생님

에스프레소의충격,보헤미안으로이어지다
커피는지적활동의윤활유입니다
협동농장을꿈꾸던재일동포2세
보헤미안,한적한강원도오지로들어가다
보헤미안이꾸는새로운꿈‘커피협동농장’

#김종성선생님

토론토에서시작한내새로운인생의스승
커피점을열겠다는꿈을접다
통념깨기와발상의전환을배우다
이른아침출근길에옷을사게하는노하우
성우제가망해나가면내가책임진다

출판사 서평

“우리에게는스승이있다”
아홉명의멋진스승들에대한이야기


재작년제주올레완주기『폭삭속았수다』를펴낸성우제씨가이번에는‘멋진스승들’이야기로독자를찾는다.지금누가‘스승’을말하겠는가.‘스승이없는시대’라고해야맞을테다.그런데저자가들려주는‘스승들’에대한이야기는너무도생생하다.가르침과배움의시간이하나하나되살아난다.저자에게만유달리‘스승복’이많다싶지만,사실은우리자신역시잊고있는지도모르겠다.저자의오늘을있게한스승들의자취와가르침을전하는데,정작우리는각자의잊힌‘스승들’을떠올리며읽게된다.저자의섬세하고현장성넘치는어조역시‘멋진스승들’에게힘을싣는다.페이스북에서시작한이글은페이스북독자들의적극적인호응으로책으로만들어지게되었다.이런호응은저자가생각하기에도뜻밖이었다.

“페이스북친구들과교감하면서자연스럽게떠오른생각은,누구에게나스승은있으되스스로찾지못하는(않는)것이아닌가하는것이다.‘스승이없는시대’라고들하지만따지고보면‘스승을잊고사는시대’라는느낌이들었기때문이다.스승없이어찌오늘의내가있을수있는가.자기스승에대한기억이전혀없다면페이스북친구들이지극히사적이고사소한내글에공감할까닭이없다.나는누구나마음속에품고있을그스승들을,아직지워지지않은소소한기억에기대어그리어렵지않게떠올렸을뿐이다.”(6~7쪽)

저자는“세월이흐를수록무한대로커지고깊어지던스승님들에대한감정”을독자들에게온전하게전달해준다.독자들은‘나에게는왜저런스승이없지?’라는생각에저자가한없이부러워질수도있겠다.하지만,우리에게도스승이있다.이책의제목은저자의스승중한분인황현산선생님의에피소드에서따왔다.저자가황현산선생님께“풀리지않는문장을절묘한해석으로‘딸깍’열어주는느낌”을받았던것처럼이책이누구에게나있는스승의‘문’과스승의‘시간’을딸깍열어주리라믿는다.

책속으로추가

황현산선생님

우리가내용을잘파악하지못해쩔쩔매면황선생님은답답해하는대신한마디슬쩍거들어주셨다.그것이열쇠가되어잠긴자물쇠풀리듯문제가해결되는경우가많았다.여러함축된의미를지닌불어단어를우리말로똑떨어지게옮길수있다는것이신기했다.황선생님은그것을절묘하게찾아냈다.
영어의‘in’에해당하는불어의‘dans’을두고우리모두가고민을했다.‘~에’로해도안되고‘~속으로’라고해도말이되지않았다.하나같이머리를쥐어뜯는와중에황선생님이“통해서라고번역해봐라”라고말했다.꼬여있는것같던불어문장이신통하게도잘풀렸다.(90쪽)

황선생님은살갑고친절했다.목소리도다정다감했거니와후배와제자들을대하는태도가남달랐다.발표자가준비부족으로쩔쩔맬때도답답해하거나지적하지않고,적절하게보완해주셨다.보완을해줘도그것이너무나자연스럽게이루어져서,발표자가자존심상해할일은없었다.황선생님은늘웃는얼굴이었으며,짜증이나화를내는법이없었다.우리는그때부드러움의힘을보고느꼈다.그부드러움은실력과자신감,유연성을두루갖춘데서연유하는것이었다.(91~92쪽)

김준엽선생님

자정넘어학생회관건너편에서스피커소리가들려왔다.처음에는경찰이우리에게경고하는줄알았다.가만히들어보니그게아니었다.첫마디를잊지못한다.
“사랑하는학생제군들.나,김준엽총장입니다.”(……)총장은잠시머물다가가실줄알았으나그게아니었다.그분은동이터올때까지그자리에그대로앉아계셨다.총장은“몸조심하고,아픈학생있으면내보내라”는말씀을거의30분마다한번씩되풀이했다.반정부구호를외치지말라거나농성을풀라는말씀은한마디도없었다.밤새그자리에앉아서경찰로부터우리를지키고계신다는확신이들었다.철야농성이정기고연전취소에대한항의를넘어명백한반정부시위로변했기때문이다.(115~116쪽)

오후가되자학교당국이경찰과담판을지었다는소식이들렸다.김총장은몸소밤을새워가며우리를지켰고농성가담자모두가무사할수있도록해주었다.누구를막론하고벌벌떨던전두환정권시절이었다.김총장은홀로거인같았다.
그일은1984년3월학원자율화조치가시행되기전대학에서반정부철야농성을하고도한명도연행되지않은거의유일한사건이아닐까싶다.김준엽총장취임1년후에발생한그사건은그분이4년총장임기를채우지못하고2년8개월만에강제퇴임을당하게된발단이되었던것으로보인다.(117쪽)

전신재선생님

우리가졸업할때선생님도양정고를떠나몇년후한림대교수로부임하셨다.우리는좋아라하며춘천으로내려갔다.입대한다고,휴가나왔다고,취직했다고,결혼한다고,아이낳았다고,유학간다고,외국에주재원으로나간다고보고드리러갔다.새해라고,스승의날이라고,휴가철이라고찾아가기도했다.이유가있어서간것이아니라,일단가면이유는저절로만들어졌다.
어릴때나나이들어서나선생님을만나러가는것이좋았다.“제자들이온다고하면선생님이마음설레며기다리셨다”고사모님이전해주셨다.선생님도우리와같은마음이었으니,제자들과의만남이35년이넘도록지속되었을것이다.
선생님은문예반지도교사로서처음어린제자들을만나,평생지도교사가되어주셨다.우리는그런스승을모시고산다는사실을늘뿌듯해하고자랑스러워했다.선생님은우리가10대어린학생이었을때나,50대장년이되었을때나한결같이대해주셨다.(127~128쪽)

교장은4면짜리고교신문까지폐간되는마당인데,수백명이모이는문학발표회는더큰문제를만들수있으니행사를취소하라고했다.전선생님은강경한교장을오랫동안설득했다.
“여름부터아이들이정성을다해준비해왔다.초대장을들고오는다른학교학생들도많다.문제가생기면내가전부책임지겠다.”
문제가발생했을때,당시삼엄한시국분위기를감안하면지도교사가사표를내는정도로끝날일이아니었다.무대에선어린제자들이한마디만삐끗잘못하면지도교사가모처로끌려가고초를겪을수도있는시절이었다.제자들에대한선생님의믿음과배포가없다면생각조차할수없는일이었다.
선생님은학생들이중심이되어진행하는문예반의전통적인행사에대해서는이렇게지원을하며울타리가되어주셨다.문예반지도교사로서선생님이새로기획하신일은따로있었다.가장중요한일은교지편집이었다.물론형식적으로야문예반원들이편집하는것으로되어있으나,실상은기획에서부터인쇄에까지모든일은지도교사의몫이었다.우리는선생님을도와드렸을뿐이다.
전선생님은교지에게재할것을염두에두고우리에게공동연구를하도록지도하셨다.대학입시와는전혀상관없는‘진짜공부’였다.(140~141쪽)

안병찬선생님

안주간은취재기자들이‘의자에엉덩이붙이고앉아있는꼴’을보지못했다.엉덩이가무겁다며들들볶아서바깥으로몰아내는데취미를붙인것같았다.그분은‘게으름은전파된다’고믿고있었다.그럴기미가조금이라도보이면무섭게몰아붙였다.“혀빼물고개뛰듯”뛰어다니는기자들은두고두고칭찬했다.(……)들볶이는것은취재부서만이아니었다.안주간은내근부서도그냥두고보는법이없었다.당시로서는‘우리를괴롭히려고날이면날마다연구하는사람’같았다.그분은최종마감교정지를단신까지한자도빼지않고읽었다.이미마감이끝나인쇄소에보낸기사의교정지를뒤늦게보고는고치라고할때도있었다.그럴때면제작부서기자들입에서“아~”하고탄식이흘러나왔다.“대세에지장없는사소한것이니그냥갑시다”라는소리는처음에는하지못했다.(166~167쪽)

그러던중에그분을내기자생활의스승으로생각하게한계기가있었다.님웨일스의『아리랑』주인공김산에대해취재하라는명령이떨어졌다.내생애첫번째해외출장이었다.그아이템이1993년추석합병호커버스토리로갑자기결정되는바람에,시간이그리많지않았다.(……)안주간은김산의행적을님웨일스가아닌우리시각으로찾아보겠다는생각을가지고있었던모양이다.그분은나더러베이징과옌벤등에가서김산의흔적을찾으라고했다.『아리랑』에나오지않은김산의행적을발굴해오라는내용이었다.(……)나는안주간이떠미는대로2주동안정신없이뛰어다녔다.바로그첫번째해외출장을통해나는기자로서부쩍성장했다는느낌이들었다.취재하고기사를쓰면서자신감이붙었다.그와동시에안주간의‘잔소리’도잦아들더니어느때부터거의들리지않았다.(179~187쪽)

김훈선생님

김국은회사에서벌어지는비루한꼴을그냥보아넘기지못했고,사직서제출이라는가장극단적인방법으로자기의사를표시했다.김국이못견뎌했던특정사안에대해후배들역시못견뎌하기는마찬가지였다.자기밥줄을끊어가며항의하는선배를,그항의에공감하는후배들이되돌아오게하려고애를쓰는것은당연한일이었다.
김국은윗사람들과는불편하게지내고,후배들과는편안하게지내는스타일이었다.그런까닭에,그연배로는드물게편집국후배들과많은대목에서공감대를형성하고있었다.쉽게말하면,말잘통하는선배였다.새로운매체인『시사저널』기자라는직업인으로서의기본적인태도및자세와관련해말이잘통했다.우리회사특유의기자문화가있었는데,김국은그문화에공감하고함께만들고때로는이끌어주던선배였다.(199쪽)

김국은선배로서한솥밥을먹으면서도후배들,최소한나같은후배를가르치려고하지않았다.그대신글로든행동으로든그는본인스스로무엇을보여주었다.특히비루하고비겁한꼴은보아넘기지못했다.그세대선배중에비루한것을비루하다고내놓고말한거의유일한분이었다.때로는너무직설적이어서우리를당혹스럽게만들기도했으나,은연중에후배들에게큰영향을끼친것이있었다.최소한나는그렇게생각한다.그가말했던바로이것.
“타협할수없는것과타협하지않았다는것.”(217~218쪽)

박이추선생님

커피교실에나가기시작하면서나로서는이해가안되는것이하나있었다.보헤미안주인은커피교실이열리는시간이면커피교실‘학생’들을일반손님보다우대했다.음악을껐고,손님에대한서비스보다는커피교실에더열중했다.커피교실강사로직접나서기도했다.누가커피교실열어달라고의뢰한것도아니고커피교실로수익이생기는것도아닌데,커피와커피에관한지식ㆍ정보까지제공하면서왜그렇게정성을쏟을까싶었다.
커피교실에서만나‘사장님’이아닌‘선생님’으로부르는것이더자연스러울무렵이되어나는평소궁금해했던것에대해물어보았다.
그때두가지이야기를들었다.그분이커피와인연을맺고살아온내력과커피의좋은점을세상에알리고자하는꿈에관한이야기였다.박이추선생님은커피에대해이렇게말했다.
“커피에는사람의정신을일깨우는에너지가들어있다.그에너지는사람에게활력과생기를만들어준다.”
나는활력과생기를만들어준다는말이좋았다.(233쪽)

“이제좀편히사시지,왜쉽지않은일을새로시작하려하느냐”고물었다.박선생님은말했다.
“나는늘꿈을꾸었다.꿈을실현하기위해하나씩하나씩준비하는삶을살아왔다.그렇게사는것이제대로된삶이아닌가,나는그렇게생각한다.”
그분이꾼꿈들은현실로옮기기에거의불가능해보이는것들이었다.서울에서의기득권을모두포기하고강원도로터전을옮긴것하나만봐도그렇다.돈을목적으로하는비즈니스와는거리가먼행보였다.그러나그분으로인해강릉이커피도시로변모했듯이,그분이새롭게꿈꾸는커피협동농장도좋은결실을맺을수있으리라나는믿는다.(249~250쪽)

김종성선생님

선배님은비즈니스를운영하면서남들이갖고있는성실함과적극성,창의적인사고외에남다른덕목을하나더가지고있었다.발상의전환혹은통념깨기이다.나는성공의키워드인바로이것을배워야했다.선배님은보통사람들이비즈니스를하면서갖게마련인통념과습성을깨고,사안에역으로접근하기도했다.
통념대로라면가게에오는손님은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