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사기담 (양진채 장편소설)

변사기담 (양진채 장편소설)

$14.00
Description
말로 놀고 말로 먹고 말로 살던 변사 기담의 이야기!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양진채의 첫 장편소설 『변사 기담』. 인천 출신인 저자가 고향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써내려간 작품으로, 저자의 고향인 인천을 무대로 하고 있다. 무성영화 시절 인천에서 변사로 활동한 ‘기담’이란 인물을 중심으로, 지금은 스러지고 빛이 바랜 그 시절을 풍성하게 재현해냈다. 기담이 변사가 되고, 기녀 묘화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혀를 잘릴 때까지의 과거 이야기와 그의 증손자 정환이 기담의 집에 머무르며 영화를 만드는 현재의 이야기를 균형감 있게 그려냈다.

영화와 변사의 말에 매료되어 변사가 되기를 꿈꾸는 기담. 변사 김익호를 찾아가 변사가 되는 방법을 묻고 변사 시험에 통과하지만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어느 날 김익호가 극장에 나타나지 않자 영화 ‘아리랑’ 연행을 맡게 된 기담은 연행을 완벽하게 해내고 그날 이후 최고의 변사로 이름을 떨치게 된다. 그 후 수수께끼로 가득한 여인 묘화와 사랑에 빠진 기담이 입을 닫고 살아가게 될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데……. 자유공원, 제물포구락부, 조계지, 웃터골, 인천상륙작전 상륙 지점 등 인천의 역사적 명소들이 배경으로 등장하고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그리고 월미도 미군 폭격사건 등 지나간 시대상이 소설과 함께 흘러간다.
저자

양진채

저자양진채는2008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나스카라인」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푸른유리심장』이있다.

목차

변사기담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소설은무성영화시절인천에서변사로활동한기담이란인물을중심으로진행된다.제물포구락부의유리장식장안에종이모형으로자리잡은당시의빛나던건물들처럼지금은스러지고빛이바랜그시절을작가는풍성하게재현해낸다.그시간속에는최고의변사로서말의성찬을벌였던기담의젊음이있고,기녀묘화와의사랑이있다.소설중간중간에등장하는변사의연행을보는재미도쏠쏠하다.현재와과거를넘나드는작가의시선은균형감있고,문장은단단하다.

두가지이야기축이있다.하나는주인공인기담의찬란했던변사시절이야기이고,또하나는기담의증손자인정환의이야기다.기담이변사가되고,연행을하고,묘화를만나사랑을하고,혀를잘릴때까지의과거이야기가소설의충심축이라면증손자정환이기담의집에머무르며영화를만드는현재의이야기가또다른축으로마주보고있다.

영화와변사의말에매료된기담은변사가되기를꿈꾼다.변사김익호를찾아가변사가되는방법을묻고,변사시험에통과하지만기회는좀처럼찾아오지않는다.어느날김익호가극장에나타나지않자영화「아리랑」연행을맡게된기담은연행을완벽하게해내고그후최고의변사로이름을떨친다.

기담은계순이하는말의재미를그때그때적어놓았고,또연행할때적절하게대본을바꾸거나섞어썼다.사람들은김익호변사와어떤차이가있는지명확하게몰랐지만,어쩐지기담의연행을찰지다고느꼈다.기담은무성영화에말을입히는일은한편의영화를완성시키는,화룡점정과같은것이라고생각했다.필름과대본이같이오긴해도상황에따라대본을조금씩바꿀수가있었다.대본을조금바꾸는것이지만그차이는엄청났다.똑같은영화라도어떻게대사를치고광경을설명하고적재적소에서웃음과울음을끌어낼수있느냐가영화흥행의관건이었다.기담은변사가되기위해타고난사람처럼그쪽으로감각이발달했다.그날든관객의반응을보고미묘한차이를잡을줄알았다.게다가그의다채로운음역은마치몇사람의변사가같이영화를설명하고대사를치는것처럼화려하고다양했다.(108쪽)

해월관에서인력거가도착하고기담은마음에품고있는여인묘화와만난다.기생명선과영화관에오곤하던유리를닮은여자.그녀가어린시절에자신과묘한인연으로얽힌사실을알게되면서기담의마음은더욱거세게끓어오른다.그러나묘화는수수께끼로가득하다.기담은창영동에서묘화를보지만그녀는아니라고거짓말을한다(묘화는은인인영국인맥코넬을도와식민지조선의독립운동에가담하고있다).둘은그것때문에크게싸우게되고잠시헤어진사이묘화도기담을향한자신의마음을깨닫는다.
술에만취해해월관을찾아간기담은묘화와화해를하고묘화도조금씩마음의문을연다.한편묘화는조직의모임에서웃터골영화상영회를제안하게되고,그로인해큰고민에빠진다.

꼭영화상영이어야하지는않지만영화상영이최선의방법인것도사실이었다.그제안을하기전에고민을안한것은아니었다.기담에게자신이누구인지어떻게살고자하는사람인지터놓아야했다.영화연행을하기는커녕자신을거짓말쟁이로생각할수도있을것이다.대의보다는사랑에눈이멀어이일을수락할수도있다.아니이일로그가떠나간다면어떻게할것인가.무엇보다도그가이일때문에다치길원치않았다.어찌될지모르는일이었다.그러나한번은맞닥뜨려야하는일이었다.날이갈수록묘화는도대체뭐라정의내리기어려운감정들에휩싸였다.기담을잃고싶지않았고,자신의모든것을감추지않고기담에게보이고싶었고,자신을사랑하는것처럼이나라에대해서도눈뜨길빌었다.(226쪽)

영화연행밖에모르는기담은오직묘화를위해그일을수락하게되고거사의날은다가온다.무료영화상영으로어린아이부터노인까지많은사람들이웃터골에모인다.그날기담은자신의인생에서최고의연행을하게되고,관객들로부터열렬한호응을받는다.

기담은낮에일부러부평에있는자전차포까지가서공기클락숀을구했다.서용호변사처럼가랑이사이에그것을집어넣고방귀소리를낼생각이었다.변사가되고지금까지관객위에서려고했던자신이부질없다는생각이들었다.그런것은중요하지않았다.영화를보러온사람들이충분히영화를즐기고여흥을함께할수있으면되는것이다.채플린의희극적인모습을,실수를,표정을잊을수없는것은그가가장낮은자리에내려와그들의아픈삶을건드렸기때문이라는생각이들었다.그게아니더라도오늘은다른어떤날보다흥겹고즐거운축제가벌어지는날이되길원했다.
(259~260쪽)

그날일어난폭동으로경찰서장은결국기담을가두게되고,병원에서눈을뜬기담은자신이말을제대로할수없다는사실을깨닫게된다.

아!누가노래를부르나.누가노래를부르나.그만노래를끝내다오.지금에는모든것이다저주일뿐이다.행복에웃고,희망에성장하며사랑에노래부르고,예술의광명에살아가던모든것이인제는다허사였다.두눈의광명이사라지던그때로부터나의생애의전부는모두파괴되고,지금에는다만암담한적막이휩싸고있을뿐이다.오,일체의고통이여,슬픔이여!나를더괴롭게굴지마라!지금내가찾으려는것은영원한망각이다.(276쪽)

말로놀고말로먹고살던기담은결국입을닫아버리고묘화를떠난다.세월은흐르고무성영화가유성영화로그리고지금의휘황찬란스펙터클한영화로변모하기까지어떤것도기담을흔들지못한다.축축한갯가냄새로둘러싸인공간에깊이가라앉아있는기담의고독은단단하기만하다.오랜세월입을닫고살아온기담에게어느날묘화의편지가도착하고,영화를만들겠다며기담의집에눌러앉은증손자정환은변사흉내를내며기담을자극한다.정환의영화에대한열정은결국기담의과거를불러들이고기담을움직이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