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모를 부는 화요일 (김가경 소설집)

몰리모를 부는 화요일 (김가경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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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가경의 첫 소설집 『몰리모를 부는 화요일』.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보리수 여인숙〉이,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홍루〉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가경은 2016년에 단편 〈첫눈〉으로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김가경은 마름질된 세상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타자를 우리의 감성과 지성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우리 시대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작가다. 더구나 김가경이 그려내는 타자는 무플론이나 몰리모를 부는 사내처럼 참신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문학적 상상력을 동반하여 등장하기에 그 의의가 더욱 크다.
저자

김가경

저자김가경은1965년충북진천에서태어났다.동아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학과석사과정을졸업했다.2009년부산일보신춘문예,2012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6년부산소설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다이아몬드브리지
라인블록
몰리모를부는화요일
배회의기술
보리수여인숙
비둘기를키우는시간
여가를즐기는방법
첫눈
홍루
회생수련기

작품해설무플론과함께살기이경재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김가경이중요하게생각하는것은우리사회에‘없는자’로간주되는수많은타자들을불러내는방식이다.김가경이즐겨설정하는소설의배경인허름한바닷가의모텔(「다이아몬드브리지」),“꼬질꼬질한여인숙”(「보리수여인숙」)혹은사라져가는기지촌(「홍루」)등도타자의환기라는주제의식과긴밀하게맞닿아있다.
등장인물들도이사회의교환논리로부터한발짝벗어나있기는마찬가지이다.「다이아몬드브리지」의그는경찰견조련사로일하며셰퍼드를조련하다자신을지키기위해할수없이짱돌로셰퍼드를내리찍다가그모습이인터넷에퍼져직장을잃게된다.이후에는조련생활십여년만에동물학대죄로조련협회에서제명까지당한다.그는나중에자신이조련한개를죽게만들었다는누명을뒤집어쓴다.
「홍루」는이국적인제목처럼,우리사회의동일자와는거리가있는타자들의이미지로가득한작품이다.‘홍루(紅樓)’는늙은기생의방이라는뜻으로주인공명자와비슷하다.명자는P시의외국인거리에서외국인을상대하는클럽로즈에서일한다.예전에는미군들이드나들었고,미군들이떠난이후에는러시아선원과상인들이주로드나든다.이작품에는명자의연인인이반,명자와함께일하는나타샤,홍루의중국음식요리사와같은이국적인인물들이많이등장한다.이것역시도우리와다른존재들에대한관심을크게환기시킨다.
「몰리모를부는화요일」의남자는드물게도단독성을체현한존재이며,어떠한비교로부터도벗어난아토포스(atopos:어떤장소에고정되지않은것,정체를알수없는것)에해당한다.그는강태공과같은사람으로,야시장에서짝이맞지않는신발을팔고있다.남자는돈과착취의세상반대편의기호들로둘러싸여있다.피그미족들이숲의정령을위로할때분다는몰리모역시지금세상의교환체계에서는그의미를확보하기어려운것이다.피그미족들은이방인을받아들일때그들의재산이나권력이아니라,바로걷는모습을통해판단한다.‘너’는남자가연주하는몰리모에서“벚꽃잎도날리는모습을보”며소설은끝난다.이제‘너’는돈을딸보다도연인보다도소중하게생각하는사람들사이에서새로운세상을발견하게된것이다.이작품의여러타자적기호들인피그미족,몰리모,짝짝이신발,남자등은시대의지배적인가치를내면화한사람들의저항과는다른,그자체로선명한타자성의실체라는점에서그의미가더욱크다고할수있다.
「첫눈」은김가경식사랑이무엇인지를보여주는작품이자,추방된타자가다시우리의삶에내속되는감동의순간을보여주는작품이기도하다.이작품에는세탁소에서일하는그와산후조리원에서영양사로일하는그녀가등장한다.둘은모두어린시절의상처를지니고있다.상처는첫눈의이미지로감각화되고있는데,이때의첫눈은세상의고통스러움에눈뜨는첫번째통과제의를의미한다.이작품의마지막에또다시첫눈이내린다.이때의첫눈은어린시절에내리던첫눈과는완전히다른느낌으로충만하다.어린시절의첫눈이세상의비정함으로가득했다면,지금내리는첫눈속에는타인을받아들인자만이누릴수있는아름다운희망의속삭임이담겨있는것이다.

김가경소설의가장독특한점을꼽자면,동물이빈번하게등장한다는사실이다.이러한동물은서로닮아가는세상의강력한힘을증명하기도하지만,때로는닮아가는세상의새로운탈주선처럼기능하기도한다.
동물이이가공할폭력적세상과맞닿아있음을증명하는사례로사용되는것은「비둘기를키우는시간」에서분명하게확인할수있다.그녀가마술사와동거하며보게된비둘기들의모습은이시대의인간들과크게다르지않다.비둘기의간을다른비둘기의먹이로삼는장면은이소설집에서삶의끔찍함을나타내는최고의강렬도를지니고있다.날개의셋째마디가잘려져마술사의방을벗어날수없는비둘기는‘닮음의쇠우리’를벗어날수없는우리시대인간들의초상이기도하다.
「홍루」에도밀크스네이크종의뱀이중요한자리를차지하고있다.한때명자가자기삶의정착지가될것이라고기대했던러시아인이반은뱀을명자에게남기고떠난다.이뱀의먹이는새끼쥐로서,탈피를하기위해서는냉동먹이가아닌살아있는쥐를먹어야만한다.이러한뱀의생리는약육강식의인간사회와그다지멀어보이지않는다.「첫눈」에서도사무장이엽총으로쏘아숲으로떨어진비둘기는그녀와동일시되어세상의무서운폭력성을드러내기도한다.
그러나「배회의기술」에서는무플론이라는동물을통하여우리와는다른얼굴,감각,사유를자연스럽게떠올리도록한다.무플론은치와와도무서워할정도로순하고여린존재로등장한다.이러한무플론은우리사회어디에서도환영받지못한다.목장에서데려온무플론을아내는집에받아들이지않으려한다.무플론은공동텃밭을엉망으로만들어동네사람들의원성을산다.
소설집에실린열편의소설은자본의논리만이지배하는세상의폭력과고통을찬찬히보여준다.「배회의기술」만보더라도일자(一者)의독재로부터벗어날공간은어디에도없다.옥상의조그만텃밭마저도성과와경쟁의장이되고마는것이다.이러한쇠우리에자그마한균열의흠이라도내기위해서는타자의존재가무엇보다절실하다.그것은현대사회에필요한최소한의숨구멍이자,새로운세상을앞당기는“고수레이랑”(멧돼지같은유해동물들을위해방치하여탄생하는이랑)이될수도있다.무플론은무용지용(無用之用)의가능성으로암시된다.
김가경은단일한가치만이존재하는무미하고무의미한세상에윤기와온기를불러일으키고자한다.그것은이시대가멀리멀리쫓아버린“비밀로서의타자,유혹으로서의타자,에로스로서의타자,욕망으로서의타자,지옥으로서의타자,고통으로서의타자”를다시불러오는일이기도하다.김가경이창조해낸서늘한감미로움속에떠오르는여러존재들은바로그타자의문학적재현이라고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