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 (박찬순 소설집)

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 (박찬순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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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찬순의 세번째 소설집 『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가리봉 양꼬치」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찬순은 앞서 낸 두 권의 소설집에서 다문화적인 코드와 더불어 혹독한 삶을 견뎌내는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그 생이 쥐고 있는 희망을 담은 소설들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소설집에서도 각자 자기 몫의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그 안에서 희미하게 존재하는 생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신선한 상상력과 단단하고 품격 있는 문장을 바탕으로 빈틈없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박찬순의 소설은 예술과 삶에 대한 고뇌의 시간이 눅여져 더욱 깊이 있는 성찰로 독자를 인도한다.

소설집에는 총 열한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2040년의 낯선 시공간을 배경으로 최첨단 디지털 기기에 몸을 내맡긴 인간의 운명(「달팽이가 되려 한 사나이」)을 펼쳐내기도 하고, 문학이 죽어가는 시대, 다른 언어권에서 한국문학은 무엇으로 소통되는지(「테헤란 신드롬」) 성찰하기도 한다. 이웃나라에서 느끼는 멀미(「레몬을 놓을 자리」)의 정체나, 장소에 숨겨진 존재의 운명(「성북동 230번지」)에 대해 탐구하기도 하고, 애도에 대해(「재의 축제」,「아홉번째 파도」) 이야기하기도 한다. 오직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신천을 허리에 꿰차는 법―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로 구술 소설의 가능성을 시도한 작품도 눈에 띈다.
저자

박찬순

경북영주출신.연세대영문과와서울대신문대학원을졸업했다.2006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가리봉양꼬치」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발해풍의정원』,『무당벌레는꼭대기에서난다』가있다.2011년아이오와국제창작프로그램(IWP),2015년테헤란레지던스작가로선정되었다.2012년서울문화재단,2017년경기문화재단문학창작기금을수혜했다.2014년한국소설가협회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암스테르담행완행열차
테헤란신드롬
재의축제
달팽이가되려한사나이
북남시집오케스트라
성북동230번지
레몬을놓을자리
신천을허리에꿰차는법?소설가구보씨의일일
폭죽소리
아그리파를그리는시간
아홉번째파도

작품해설한줄기흐름처럼서희원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박찬순소설에등장하는자아는직업이나나이,주어진상황은다양하지만예술이인간의감각과기억을충만하게하고,이를통해고양된자아의정체성이진정한주체를만든다는신념을가지고있다.「성북동230번지」의‘나’에게‘박태원’의문장은“예기치않은시점에우연히찾아와누군가의생을알수없는방향으로몰아가는미지의어떤힘”(151쪽)으로표현되며,「레몬을놓을자리」의‘나’에게교토라는이방의도시는정지용의시구절이나카지이모토지로의단편「레몬」의문장에서얻어낸감각으로체현되는공간이다.세월호참사를모티브로하고있는단편「아홉번째파도」또한표제가알려주는러시아화가이반아이바조프스키(IvanAivazovsky)의동명의그림을통해동생을잃은주인공의슬픔을구체적으로형상화하고있다.「폭죽소리」의‘나’를대학시절만났던연인에대한회상으로이끄는춘절의폭죽도사실은“인생은불꽃놀이”(243쪽)라는시인의문장이알려주는풍경과내면의상호작용이있기에그렇게감각된것이다.주인공의모습에서작가자신의형상을어렵지않게찾을수있는「테헤란신드롬」이나「신천을허리에꿰차는법?소설가구보씨의일일」은예를드는것이특별한의미를주지않을만큼대부분의구절과에피소드에박찬순이지니고있는예술에대한믿음과신념이담겨있다.
박찬순은공동체내의갈등이나개인적삶의고통에대해서도예술이인간에게감각하게하는조화와감동의측면에서접근하는것이보다효율적인해결책이될거라는믿음을가지고있다.표제작이기도한「암스테르담행완행열차」와「북남시집오케스트라」는이러한박찬순의지향을잘보여주는단편이다.
「암스테르담행완행열차」는“클래식공연기획”회사의중간간부인‘나’가자신이기획한악단의부산공연에참석하기위해기차역에가지만KTX의파업소식을접하고는무궁화호완행열차로발길을돌리는것으로시작된다.평소“속도와시간”에강박적으로매여살던‘나’가완행열차의지루한속도와시간을기꺼이선택할수있게된것은“그해겨울브뤼셀역”에서경험했던“암스테르담행완행열차”때문이었다.“그날밤열차혼선은탈리스뿐이아니”어서브뤼셀역은갈곳잃은승객들로인해아수라장이되어버린다.어쩔수없이암스테르담행완행열차를타게된승객들의감정은각기다른국적과사정과목적지로인해거대한불협화음을만들어내게된다.그곳에서짜증과초조함을느끼던‘나’는각기다른언어를쓰는사람들사이를오가며일종의자원봉사자처럼안내를하고있는‘이리스’를보게되고,“성가신일을마다하지않는”그녀의“시원스러운성격에끌려”그일을함께하게된다.‘나’는난민으로보이는아랍인들에게다가가기차역의사정과대책을알려주려하지만공통의언어가없는까닭에그일은인간에대한선의와표정,그리고몸짓으로가능할뿐이다.의도하지않았던이경험은‘나’에게헛된것만은아니었다.아니“악기박물관”에서우연히만나일정을망각할만큼매혹적인음색을들려준“비올라다감바”(14쪽)의선율에버금갈정도로충만한감각과기억을‘나’에게선사하는경험이되어준다.
「북남시집오케스트라」는포격사건이있었던연평도에서평화와화합을위한클래식공연을진행하는에피소드를담아내고있는단편이다.이작품은베토벤「운명」의4악장이연주되는짧은시간을전경에내세우고있지만,보다의미있게읽어야하는것은연주와포격의환청사이에서끊임없이삼투하는화자의감정과에드워드사이드에대한회상이다.“국적불명의여자”(131쪽)로자신의정체성을규정하고있던음악도인‘나’는‘오리엔탈리즘’으로전세계적인명성을얻고있던에드워드사이드의강의를듣게되고,고정되지않은“한줄기흐름”(129쪽)이라는표현으로자신의정체성을설명하는사이드의모습에매혹된다.‘나’와사이드는개인적으로교류하며서로에대한깊어지는이해와사랑을공유하게된다.실제인물인에드워드사이드는1999년유대인음악가다니엘바렌보임과함께“서동시집오케스트라”를결성하고세계의분쟁지역을돌며화합과평화의메시지를음악적선율로전달하는일을시작했다.‘나’는사이드의유지를이어가는심정으로이를그대로한국의상황으로가져와“북남시집오케스트라”를남한과북한의젊은이들로결성하여포격이있었던연평도에서평화를위한연주회를진행하고있는것이다.극단적인전쟁으로표출되는국가의잔혹한논리앞에서음악을연주하며평화와화합을기원하는사이드와‘나’의실천은,어떤사람들에게는무의미한행위로이해될지모르고,또예술을순수하고고상한차원의것으로만여기는사람들에게는예술이고개를돌리지말아야할저속한행위로여겨질지도모른다.이러한번민은연주되는음악사이사이에들려오는“트롬본의호쾌한소리”(148쪽)를서해최북단의섬을폭격하는포성의환청으로감지하는‘나’의모습에서잘보여진다.박찬순이자신의단편들에서펼쳐내고있는예술에대한지향을단순한예술지상주의로치부할수없는것은그러한신념이현실의상황과끊임없이상호작용하는과정을여과없이그려내고있으며,그안에공동체의일원으로자기에게부과된사회적책무를실천하려는예술가의노력이담겨있기때문이다.

사실예술을삶의지향으로삼는일은자신이속한공동체어느곳에도정주할수없는높고,외롭고,쓸쓸한삶을인간에게선사한다.고고(孤苦)한삶,그리고그자취를적어가는고고(孤高)한문장.박찬순의문장은일상의그순간들을단순히기록하는것에멈추지않고거기에예술적품격과함께생동하는감각을부여한다.하지만박찬순의품격은성공한부르주아의거실에서감상할수있는안온하고행복한감정이아니라자신이선택한삶의불협화음을완전하게자신의것으로감당하고있는사람의의지에서찾을수있는그러한품격이다.삶이불안하고쓸쓸하다고해서불행한것은아니다.자아가느끼는자유는오히려고고한삶에서탄생하는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