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스침들 (김연경 장편소설)

다시, 스침들 (김연경 장편소설)

$14.00
Description
1996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한 작가 김연경의 세번째 장편소설. 『다시, 스침들』은 커피숍 모비딕에 드나들며 서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모비딕의 사장을 포함한 다섯 명의 주요 인물들은 ‘모비딕’에서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번역을 하거나 소설 창작 메모를 한다.
커피전문점을 둘러싼 도시의 일상적 풍경이 제시되고, 커피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취향의 주체들에 관한 고현학(考現學)적인 묘사가 등장하고, 괴테·카뮈·보르헤스의 소설들에서 임응식의 사진 「구직(求職)」(1953)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텍스트들이 작품 곳곳에 스며든다.
커피숍 모비딕은 삶과 소설을 잇고 생성하는 뫼비우스의 띠로서, 근자 보기 드문 참신하고 지적인 상상의 향연을 펼쳐낸다.
저자

김연경

1975년경남거창에서태어나부산에서자랐다.서울대학교노어노문학과를졸업했다.1996년『문학과사회』로등단했고,소설집『고양이의,고양이에의한,고양이를위한소설』,『미성년』,『내아내의모든것』,『파우스트박사의오류』,장편소설『그러니내가어찌나를용서할수있겠는가』,『고양이의이중생활』을펴냈다.도스토예프스키의『죄와벌』,『악령』,『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등을번역했다.현재러시아문학과소설창작을강의하고있다.

목차

1장스침들
2장고래에관하여
3장학구적인그녀를추억함
4장송장을꿈꾸다
5장서정적인그녀와함께
6장버지니아울프의고뇌
7장움직임과상상력

작품해설
김동식어머니의신체와글쓰기의기원에관하여

출판사 서평

『모비딕』은허먼멜빌의장편소설이다.하지만커피숍모비딕에는멜빌의소설책『모비딕』이없다.다만펭귄클래식원본을본따서만든,“책모양의목제장식품”이있을따름이다.
‘모비딕’에자리를잡고취향에따라커피를마시는사람들로는지적장애인정은희,가정주부이소율,번역가변동림,소설가지망생김건우가있다.그밖에도모비딕의직원으로서커피를만드는유서정,국문과교수이자체인스모커이며김건우의엄마인김향안,모비딕바깥을유령처럼배회하는은희정,가슴에구직이라는팻말을붙이고벙거지모자를쓴남자,이소율과정은희의남편등이등장한다.소설은개개인의이야기와스쳐지나가는이들의모습을교차시키며진행된다.
정은희는3급지적장애인이다.십년전에부산의보육원을나왔고,봉제인형공장에서인형에눈알붙이는일을하고있다.‘모비딕’을드나드는동안그녀는임신을하고,부산으로내려가아이를낳는다.
하지만미숙아였던아이는열병끝에숨을거두고,그녀는죽은아이를품에안은채한달여를방황한다.다시B동으로돌아온그녀는‘모비딕’에서캐러멜마키아토를마신다.
이소율은삼십대초반의전형적인경력단절형가정주부이다.여상을졸업한후십년넘게다니던회사를첫아이의육아때문에그만둔다.시어머니에게맡긴아이의육아방식에서이견이불거져퇴사한그녀는이후2년동안육아에전념한다.
아이가어린이집에가있는동안그녀는‘모비딕’에서더치라테를마시며누구의아내,엄마,며느리라는기호를벗고자한다.하지만그와중에덜컥둘째아이가생긴다.둘째를출산한이후다시들른‘모비딕’에서그녀는얼음을뺀더치라테를마신다.
변동림은나이마흔의미혼여성이며러시아문학박사이다.‘모비딕’에서헤이즐넛라테를마시며『죄와벌』을패러디한작품인『라스콜니코프(들),망치를들다』를번역한다.하지만과도한성적인묘사와생체실험적인장면을어떻게번역할지골머리를싸매고있다.
외설적이고폭력적인장면들을번역에서제외해도좋겠는가라는메일을원저자에게보냈지만,아직답신이없다.나중에알게된것이지만원저자는사망했고번역본이출간되기를고대했다는,주변지인의답변을받게된다.
김건우는서른이넘은나이에구청부근의어린이집에서공익요원으로근무하고있다.아침8시,출근전‘모비딕’에들러유서정이타주는샷을하나만넣은연한아메리카노를테이크아웃한다.그는‘파우스트박사의오류’라는제목의장편소설을구상중이지만‘나인투식스’의삶때문에도무지그것을쓸수가없다.
퇴근후담배연기로자욱한원룸에서습관적인웹서핑을하고역시나습관적으로포르노그래피를감상하고,때로는‘모비딕’에들러연한아메리카노를마시며소설창작메모를작성하곤한다.어느날그에게발신인불명의비디오테이프가소포로도착하고,그는옛사랑이었던학구적인그녀를떠올린다.

정은희와이소율은모비딕을드나드는동안임신을한다.임신기간동안에는모비딕에모습을보이지않다가,출산이후에다시모비딕을찾아와커피를마신다.변동림은소설번역을위해서,김건우는장편소설메모를위해서,규칙적으로모비딕에들러커피를마시며글을써나간다.
‘모비딕’을드나드는사람들은,임신을하거나글을쓰거나한다.그들에의해서‘모비딕’은공간화된상징적자궁,달리말하면착상(着床/着想)의공간으로나타난다.‘모비딕’에서는착상(着床)을한사람들과착상(着想)을하는사람들이드나들면서서로를스쳐지나간다.
‘모비딕’은자궁에착상(着床)을한여인들에게는아이의집[子宮]이었고,번역문구와소설구절을찾기위해착상(着想)을거듭하는사람들에게는글자의집[字宮]이었던것.모비딕이라는이름의공간화된상징적자궁에는,수태와글쓰기가공존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