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집 (오수연 장편소설)

건축가의 집 (오수연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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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수연의 장편소설. 『건축가의 집』은 한 가계사의 재구성이기도 하지만 나이 먹은 서울 이야기이기도 하다. 유년기의 편린이 산재한 소설은 오수연의 문학 이력에서 가장 깊은 시간대를 탐색한다.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 초반은 한 시대의 종말이기도 했지만 지금 우리 시대의 맹아가 싹트는 시절이기도 했다. 오수연은 이산, 독재, 개발, 안보장사, 기독교, 그리고 저항과 변혁의 선형적인 한국 현대사를 비대칭의 기우뚱한 서사로 재구축해 아주 낯선 결을 만들어낸다. 사실과 상징이 기묘하게 섞이는 화법은 오수연 소설의 고유한 특징이고, 주술적 시선에 대한 실험은 한층 무르익고 있다. 무엇보다 40년 먹은 딱딱한 자아를 버리고 어린 화자의 불투명한 감각에 밀착한 시선은 이 소설의 주술적 리듬과 결합하여 예감과 징후의 세계로 출렁이게 한다.
저자

오수연

1964년서울에서태어났다.1994년『현대문학』장편소설공모에『난쟁이나라의국경일』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1997년소설집『빈집』(강)을펴냈다.이후2년간인도에다녀와서연작소설『부엌』(이룸2001/강2006개정판)을펴냈다.2003년‘한국작가회의’의이라크전쟁파견작가로이라크와팔레스타인에다녀왔으며,2004년보고문집『아부알리죽지마―이라크전쟁의기록』(향연)을펴냈다.2006년팔레스타인현대산문선집『팔레스타인의눈물』(아시아)을,2008년팔레스타인과한국문인들의칼럼교환집『팔레스타인과한국의대화』(열린길)를기획,번역하여펴냈다.2007년연작소설『황금지붕』(실천문학),2012년장편『돌의말』(문학동네)을출간했다.한국일보문학상,거창평화인권문학상,아름다운작가상,신동엽창작상등을받았다.

목차

홍수
건축가의집
제비가강물에배를씻듯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관상대가생긴이후로최대의폭우가내린다.한강이홍수로범람하자삼남매는어머니와발바리쎈을남겨두고이모네집으로대피한다.재난상황,전국민의일사불란한대응체제에서이탈한어머니는침수위기의집을지키고있다.2년전쯤어머니는‘건축가의집’을사들였다.자식들과옹송그리고살던작은한옥은상습침수지역이었고,아버지가십오년가량월급을빼돌렸다는사실을알게된어머니가내린결단이었다.이사갈새동네에서가장근사한그집은초록색비대칭지붕과아치형이음매를가진,건축가가심혈을기울인작품으로,보통건축물만으로도수습되기만하면평균가로,일이년안에동네앞으로도로가나면갑절로,어머니가들인투자금의4배이상상승할것으로확실히예정되어있었다.
이런집에사는사람이라면마땅히소유해야할승용차를고려하여건축가가대문을널찍하게설계한것이야고무적이었고,문짝의재료로고급스러운원목을선택한것도지당했다.그런데그크기의원목문짝은기둥에붙어있기에는너무무거워서별도의보강장치와특수기술자를필요로했다.대문문짝은몇달이나대문기둥에걸쳐져있었다.건축가의또하나의실수라면,부실공사였다.서있는것은기울고누워있는것은내려앉고,맞닿아있는것은벌어졌다.건축가‘김선생님’이‘그작자’로‘또라이’로,마침내어른이고공대를나왔음에도‘저능아’로불리기까지가대문에문짝이붙기보다빨랐다.어머니가스스로건축가되어집을마저짓는동시에수리하고,또개조해나갔다.건축가의집에2년사는동안1년반남짓공사중이었고,육영수여사가총에맞는걸TV로봤을때,어머니는포기했다.더이상공사를할수없었다.
두대의이삿짐트럭.언니와오빠는시내로이사를가고어머니와막내정아는학교근처의셋방으로이사를간다.발바리쎈은건축가의집에남았다.정아는발바리쎈을만나러몰래건축가의집을찾는한편판자촌에사는은희라는친구네집을드나들게된다.판자촌사람들은재개발로이사를가고산동네는도려내져간다.
자식들이커가면서부터주눅들까봐아무리쪼들려도셋방살이는안했다던어머니는우울증진단을받는다.오랜만에한자리에모이게된가족.의사는환자를더이상혼자두지말라는경고를한다.다시빚에동동떠서이사를가게된일가족.이사는이렇게도가게되는거였다.안팎이손발이맞지않더라도,둘다대책이없어서.아버지는주변머리가없고어머니는혼자있을수가없었다.
전학을앞두고한반의미애네옆집에서살인사건이일어난다.미애네동네는학교에서건축가의집과반대방향이었다.그런데정아는살인사건이났다는미애네옆집이꼭건축가의집같다.전학가기전쎈과은희에게인사를해야했던정아는건축가의집쪽으로간다.길을잘못든줄알았던정아는세로로쩍잘린산을마주친다.수년전부터일이년안에난다,난다하던도로가드디어나고있었다.그런데도로는동네앞으로개천을따라나지않고,동네뒷산을관통하여산줄기를깎아내고동네앞을비껴가려는것이었다.개천에새로놓인다리로커다란공사트럭들이줄지어오가고있었다.
산줄기의반쪽면이깨끗이잘려나갔다.그리고그것과함께판자촌이사라졌다.이끼낀돌로동그랗게둘러싸인샘도,집뒤에서혼자투덜대며부스러져내리던흙벽도,미끄럼틀처럼매끄럽게다져진흙길도사라졌다.거긴허공이었다.누군가거기있었다는흔적조차없고,앞으로도영원히거기에는그누구도있을수가없었다.
베란다에서왼쪽으로제1한강교가보이는시영아파트에이사한남매의집이있다.하루에도몇번씩독가스같은구린내가습격해오는곳.할머니는폐암말기진단을받아서울의병원에입원한다.할머니의유일한조력자는아버지도아닌,교회여전도회다.그들이바라는것이있다면할머니의‘아멘’단한마디였지만할머니는동조하지않는다.손자들이코빼기도안비친다는욕을들어먹지않을만큼만어머니는제자식들을동원한다.그전에할머니의가래를뺀다든가하는궂은일은미리해놓았으며,그동안에집에달려가느슨해진살림을조여놓고왔다.막아야할일이생길때마다그랬듯어머니는자신을던져막았다.
일본의외할머니가위독하시다고기석이외삼촌이연락을해온다.하지만어머니는급보를전해듣고도알겠다고만답하고별다른행동을하지않는다.열흘도안돼외할머니가돌아가셨다는소식이온다.정아는어머니에게일본에왜안갔는지,큰이모인요시코상이왜이북에있었는지를묻는다.세남매는이제까지요시코상이어머니의말대로해방직후에죽은게아니라월북한거라고쑥덕거렸던것이다.여남평등이아니라어디까지나남녀평등이라교육했던어머니.몸을둘로쪼개도모자랄판국에어머니는틈틈이딸교육에공을들였다.어머니는여남평등,딸속에자라날지도모를무엇인가,요시코상과비슷한어떤면을스스로창작한희한한이름을붙여서부쉈다.딸의기억속에있을코딱지만한셋방도부쉈다.자신의과거에서가족의이산을초래했던참담한실패도부쉈다.요시코상은탈선이고불행이었다.요시코상은건축가의집이었다.요시코상은여남평등이었다.
결국할머니는힘없이‘아멘’을뇌까리고천국에가시고,기독교식으로장례가치러진다.중학교2학년이되면서반이갈린도경이가정아에게만나자는약속을하지만정아는나가지않는다.정아는나흘뒤신문기사를발견하고도경이네집을찾는다.사업실패로도경이아버지가가출한사이생활고를비관한도경이의어머니는두자녀와동반자살한것이었다.정아는도경이의책상에서수첩을집어들고나와온종일그랬듯이무작정걷는다.1979년12월12일군인들이한강다리를막아귀가하던어머니가강건너에서헤매고있다는전화가걸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