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드벨, 기억의 문을 열면 (김신우 소설집)

윈드벨, 기억의 문을 열면 (김신우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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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01년 매일신문에 단편소설 「면역기」로 등단한 작가 김신우의 첫 번째 소설집. 『윈드벨, 기억의 문을 열면』을 통해 김신우는 인간관계의 딜레마와 딜레마를 넘어서는 관계의 윤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더불어 무엇이 사람의 사이를 훼손시키는가에 대해 탐구한다. 인간(人間)이라는 단어에는 ‘사람과 사람의 사이(間)’라는 의미가 간직되어 있다. 문제는 이 사이 영역이 자주 어떤 권력 관계에 의해 기울어지거나 경직되기도 한다는 점에 있다. 이 소설집의 소설들은 그 순간을, 사소하되 정밀한 일상어를 현미경 삼아 들여다본다. 작품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우리가 늘상 마주하는,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한쪽에게만 너덜너덜해지는 인간관계 속 ‘사이’의 문제를 뼈아프게 실감하게 될 것이다.
저자

김신우

1978년생.2001년매일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면역기」로등단했다.첫소설집을내기까지시간이꽤걸렸지만,다시새로운출발선에서있는느낌이다.

목차

이사
얼굴
나는아무짓도하지않았다
소녀의기도
짐작과는다른일들
콜드

유자
윈드벨,기억의문을열면

작품해설우리의‘사이’를위하여전소영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수록작중「이사」는한사람의삶이그의일상을장악한미시적권력에의해어떻게변해가는지드러내주는작품이다.국회의원비서관인남편영호의곁에서미진은‘비서관의아내다움’을매순간강요당한다.‘-다워야한다’는말은다분히정치적이다.특히타인으로부터흘러드는명령어가될때그것은미시권력의스위치가된다.‘-답다’는것의기준은다분히그말을꺼낸사람의상식에서비롯된것이기때문이다.영호무리의기준에의하면미진은경제적으로도,사회성의측면에서도‘비서관아내’의잣대에미달된존재이다.그리하여그들은“친절과배려를가장하여타인의일상에지나치게간섭하거나지적하고나서”고,미진은가없는피로감을느낀다.그들사이에수직관계,즉한쪽으로만기울어져굳어져가는‘사이’가존재하는것이다.
무례한공동체안에서환멸을느끼는인물의모습은김신우소설의한시그니처라할만하다.안정적인보금자리를장만한후에도편향적이고억압적인관계의공포는계속되고,마음의안전은보장받을수없으며(「나는아무짓도하지않았다」)남편으로인해오래된꿈들을폐기해야할처지에놓여도항변하지못한다(「이사」).적극적으로대항하지않거나,대항할수없다.강력하되보이지않는권력관계를내면화한채살아가거나,그에관해알아차려도저항하지못하는이들의모습은‘아주보통의사람’의모습이다.그래서우리는인물들의마음에우리의마음을겹쳐놓고오래,들여다보게된다.

한편「소녀의기도」에는상실의자국과징후가더진하게드러난다.집단따돌림으로인해오래전스스로목숨을거둔소녀,직접가해자를찾아내겠다는”집요한소망”(114쪽)으로전도사가된소녀의언니,그리고남편에게학대당하는아내인여민이있다.이들의상처는공적으로잘발화되지않는현실의균열들이다.가난이나배제,소외에서파생된문제들은그에대한책임을방기하려는분위기속에서더러개인의문제로축소되거나심상한것으로변질되기도한다.소녀의기도는이희미해진상처들의선명한판화인것이다.
누군가의이야기를‘들어주는’것과그이야기에전력을다해‘응답’해주는것.전도사는여민이마음을열도록이야기를들어주었고필요할때는적당한이야기를들려주었다.동생에대해서도마찬가지였다.아무도듣지않는동생의목소리를들으려했고그것을실현하려했다.끝내그는동생을자살로내몰고여민을살해한범인을밝혀낸다.소녀의기도와여민의바람이전도사의소망과맞물려서로에게‘응답’이되는것이다.우리는여기에서듣고,답하는행위가지닌어떤가능성을확인할수있다.누군가의목소리가또다른누군가에게전해진다는것은,적어도듣는이가말하는이를외면하지않고있음을의미한다.이것은어떤연대의징표가된다.

이런방식으로『윈드벨,기억의문을열면』은사람이사람을기억할때,그리고진심으로이야기를들으려할때인간의‘사이’에는여전히무한한가능성이있음을슬프고다감하게확인시켜준다.그끝에는「밤」과「윈드벨,기억의문을열면」이있다.누구에게도말하지못한고통을아이와함께끌어안고극단적인선택을한엄마유령의목소리를복원해낸「밤」.세월호를비롯한세계의폭력에희생된아이의유령과상실이후유령처럼살아가는부모의목소리를참혹하되애틋하게교차시킨「윈드벨,기억의문을열면」.금세휘발되어버리는이유령들의음성을영원으로복원시킨두편의소설이이소설집에서가장빛난다는것을,구태여힘주어설득할필요는없을것이다.
김신우는『윈드벨,기억의문을열면』을통해만성이되어잊힌어떤진실들을다시들추어내려한다.삶을지옥으로여길지천국으로여길지정하는것은각자의몫이다.다만이즈음더혹독해진인간과인간의‘사이’에서어떤살가운지대를발명하려는김신우의소설집에따르면,이세계는얼마든지다정해질수있는지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