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문서정 소설집)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문서정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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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5년 『불교신문』에 단편소설 「밤의 소리」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문서정의 첫번째 소설집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버려짐’이라는 삶의 비극을 이해하려는 안간힘이자, 그 안에서 작동하는 인간 욕망의 복잡성을 정면으로 응시하려는 소설적 성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서정의 소설 속에는 남겨지고 버려진 인물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온갖 상처와 오명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한다. 문서정은 그렇게 ‘버려짐’이 비극의 드라마로 고착되지 않고 생존의 기술로 전복되며,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으로 열릴 수 있는 지점을 집요하게 찾아간다.
저자

문서정

부산에서태어나경주에서성장했다.영남대학교국어교육학과를졸업했다.『전북일보』와『전북도민일보』신춘문예에각각수필이당선되었다.2015년『불교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밤의소리」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5년에스콰이어몽블랑문학상소설대상,2016년천강문학상소설대상을수상했다.2018년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수혜했고,2020년스마트소설박인성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레일위의집
밤의소리
눈물은어떻게존재하는가
개를완벽하게버리는방법
밀봉의시간
지나가지않는밤
나는유령의집으로갔다
소파밑의방

작품해설/버려진이들의도시,그리고생존법/최선영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2015년『불교신문』에단편소설「밤의소리」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한문서정의첫번째소설집.『눈물은어떻게존재하는가』는‘버려짐’이라는삶의비극을이해하려는안간힘이자,그안에서작동하는인간욕망의복잡성을정면으로응시하려는소설적성찰의이야기이다.
문서정의소설속에는남겨지고버려진인물들이있다.그런데이들은온갖상처와오명에도불구하고내일을살아가는방법을모색한다.문서정은그렇게‘버려짐’이비극의드라마로고착되지않고생존의기술로전복되며,새로운가능성의공간으로열릴수있는지점을집요하게찾아간다.

수록작「개를완벽하게버리는방법」과「밀봉의시간」에는흉터를가진이들이행하는필사적인외면의시도가담겨있다.은성은옛연인이일방적으로맡겨놓은조카와개를떠나보내기위해“과거청산프로젝트”(106쪽)에착수하고(「개를완벽하게버리는방법」),‘나’는연인이자운동권선배였던K와의기억을이십여년동안“완벽하게밀봉”(139쪽)한다(「밀봉의시간」).이들은버려짐의상처를겪었다는점에서공통적이다.버려짐을겪은이에게무언가를버린다는것은경험의지혜이자,“생존해야한다는본능”(116쪽)이다.그러나과거가끈질김을과시하듯개를버리려는은성의계획은번번이실패하고,옛기억들을잊기위해처절하게노력해온‘나’역시상처를비집고새어나오는그것들과고통스럽게마주하게된다.
과거가주는고통에도불구하고현재를살아가야하므로,문서정의소설은버려진이들이맞이하는새로운국면,또다른타자들을향한대처법으로나아간다.그중하나가“공격적수비”(45쪽)다.“격렬하게저항하지않으면,먼저공격하지않으면슬픔은머리카락처럼자라나고,불행은밤처럼점점짙어”(60쪽)가기때문에“누구든나를치면피범벅이되도록곱절로되갚아준다”(53쪽)는것(「밤의소리」).상처로점철된이들에게이보다확실한생존법이있을까.한편「소파밑의방」의수현은분노로가득찬공격적수비를넘어선다.자신의불안을위로해주는유일한존재였던소파를팔기로하고,“내일부터는지금과는다른날이시작될것이란상상”(258쪽)을하며눈을감는다.버려짐의분노와불안에함몰되지않는,그런내일을맞이할새로운방법을궁리해보는것이다.
문서정의소설여러편을아우르는공간인K시에는“이혼녀에,신용불량자에,한정치산자”(176쪽)의삶을견뎌내야하는예련(「지나가지않는밤」),남편의갑작스러운자살과그가남긴빚에도망치듯넘어온선경(「나는유령의집으로갔다」)이있다.사회에서버려진개인들의단위로구획된도시K시.최소한의단위로쪼개진공간안에서자신과같은유령들을벽너머에둔채살아가야만하는인물들간의접촉,즉‘곁’은내일을위한일종의생존법이다.이‘곁의생존법’은벽너머의남자가어느새벽예련을와락껴안는방식으로,그리고자살을시도하는집주인혜진을선경이구하는방식으로구현된다.
사랑일필요까지는없고연대는거창하다.‘곁’이란유령이아니기위한최소한의온기이기에더소중하다.버려진이들이버려진이들에게곁을내어주는것.이새로운생존공동체에의해K시를덮고있던유령의안개는점차걷힌다.이런맥락에서「지나가지않는밤」의예련이왕의미라곁에서잠을부르는장면은인상적이다.죽은이에게마저찾아내려는실낱같은온기는생존을위한최후의,그러나끈질긴호흡과같다.

버려진이들의세계,그리고그들의생존가능성을이렇게열어둔채문서정의소설은처음으로돌아간다.‘버려짐’의조건이‘버림’임을기억하며,왜그들은버려져야했는지우리에게질문을던지는것이다.질문의끝엔「레일위의집」이있다.한때매료되었던여인인수영을거리로내쫓고,이년후나타난노숙자살인범이수영임을짐작하고서도외면하는서준.이소설의의의는이야기를‘버려짐’이아닌‘버림’으로귀결시키는구성에있다.버려진이들의비극엔따져마땅한외부의원인이있으며,그원인을인식하는이상버려진이의세계는불편한균열을지속한다.이균열은표제작「눈물은어떻게존재하는가」로이어진다.S를혐오하면서도욕망하며자신들만의판타지를부여하는남자들의유희방식,“이상야릇한설렘”(86쪽)에서빠져나오지못하는그들의타자화된시선을비웃듯십팔년만에나타난S는‘나’의앞에서낯선의미의눈물을흘린다.한때사람들의앞에서수시로흘리던S의눈물은투명한감정표현법이었으나,이제‘흐흥’이라고가볍게웃을뿐인그녀에게눈물은생존을위해서가아니면차마흘리기힘든삶의무게가되어있다.이런S의생존법은‘나’에게슬픔이라는눈물의순수한존재방식을일깨운다.

모든이가각기다른하루를살아가는것처럼,그하루에딸려오는생존의모양도천차만별일것이다.생존이라는지극히현실적인단어에의외로강하게얽힌건감정일지도모른다.때문에현대의생존을말하는데에소설만큼적확한매체는없다.그런의미에서문서정의소설들은반갑다.『눈물은어떻게존재하는가』속내일을살아나갈인물들은,어찌할바모르며눈을떴다가오랜망설임끝에침대밖으로걸어나가는,살면서한번쯤은찾아오곤하는유난히밝은아침같은순간을희망하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