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코르네유를진지하게공부하기시작한것은라신의비극에대한논문으로학위를받은이후였고,프랑스고전주의문학을가르치는선생이된이상어쩌면당연한일이었다.그러나그것말고사적인이유도있었다.라신의비극을물들이고있는장세니슴신학의비관적인간관,세계관이내삶에주는부정적영향에서벗어나고싶었던것이다.학부시절,교과서수준의해설서들을지침삼아가장유명한비극몇편만가볍게읽고코르네유작품의특징으로받아들였던,그리고라신의비관주의를부각시키기위해나자신의논지에끌어들이기도했던그의영웅주의적인간관,낙천적역사관이그런바람에부응할것같았다.(……)이후생각지도않게꽤긴시간동안코르네유에파묻히게되었는데,역설적이지만그것은코르네유의4대비극이내‘기대’를배반하였기때문이다.
누구나그러듯이,나는그의걸작으로일컬어지는4대비극부터다시찬찬히읽기시작하였고,거기서영웅주의적인간관과낙천적역사관이아니라,‘영웅’을생산하는각편의상황이출구없는비극을향해점점더암울해져가는것을보았다.전통적평가속의코르네유와다시읽은코르네유사이의그런간극이나를그의초기희극들로이끌었다.한편으로는아직남아있던나의사적‘기대’가그의초기‘희극’들로눈돌리게하였고,다른한편으로는초기작들에서차후걸작들의배아를발견할수있다면4대비극에대해새롭게갖게된내관점의시금석이될수있겠다는다른기대가생겼기때문이다.
이책은그런과정이남긴결과물이다.17세기초,근대적도시가되어가는파리의번화가를배경으로한량청춘남녀의사랑을그리는초기희극들역시연인들의결정적결별로귀결됨으로써나의개인적‘기대’를저버렸다.하지만그기대를만들어낸나의바람이완전히무위로돌아간것은아니다.누군가‘사막의고아’라고불렀던라신의작품들은우리를그의억눌린자아를대변하는불운한인물의숙명에몰입하고동참하게만든다.이렇게말하는것이가능하다면,그는자기투영적작가다.반면,코르네유는관찰자적작가다.그는희극에서나비극에서나인물간의관계와상황에서비롯되는인물각자의입장,태도,행동을객관적으로바라보게만든다.(……)다른두번째기대로말하자면,그의희극과비극사이의연결점을확인하고코르네유를다르게읽을수있는가능성을제시할수있었다는점에서성과가아주없지는않았다고생각한다.물론그성과는앞선연구자들의업적과조언,그들이자극한문제의식을바탕으로작으나마내몫의‘다름’을얹은것이지만말이다.”-‘책머리에’에서
“대부분의사람들처럼나도4대비극을통해코르네유와만났다.이책의말미에보론(補論)으로붙인졸고「코르네유4대비극의진화」는위에서밝힌입장에따라,4대비극각각의극행동과인물구조를살피고,그를통해네작품의진화를기술해본시론(試論)이다.「『폴리왹트』를어떻게읽을것인가」는『폴리왹트』에대한두브로브스키의분석을일례로위에제기한문제들을구체적으로짚어본것이다.4대비극을공부하는동안나는코르네유적상황,코르네유적관계라고부를수있을만한일관성과,거의의식적이라고할만큼논리적인진화를보았다.그리고흔히들말하는‘행복한결말’,‘미래로열린시간’,‘섭리적역사’등과는다른결론에도달하였다.바로이점이나로하여금코르네유초기희극으로눈돌리게하였는데,그이유는다음과같다.
첫째,나의4대비극읽기가통설과다른결론에이르렀다면,그의전작품을놓고보았을때그런결론이정당한가,다시말해‘총괄적’인가는4대비극전과후의작품들을통해서입증되어야한다.
둘째,그의첫작품『멜리트』부터코르네유가보여준독창성은,두브로브스키의말처럼,그의초기희극들을“직업의규율이나문학적적합성(biens?ances)의요구에의해통제받지않은(……)자발적(spontan?es)작품들”로볼수있게한다.그러므로코르네유의본래적이고근본적인특성을뚜렷이드러내주리라는가설을세울수있다.
셋째,그독창성은위에서언급했듯이,현실적배경,단순한줄거리,인간관계와심리에집중된관심에서먼저드러나는데,이는벌써,역사적사건을중심으로,그것이야기한위기(p?ril)속에서인물들의심리적갈등과관계의변화를탐구하는그의비극과구조적으로동일하다.
넷째,코르네유자신도「극시의유용성과그부분들에관한논설」에서,“희극과비극,이두시가구별되는것은두시가모방하는인물들과극행동의위엄(dignit?)에서뿐”이라고말한다.그뿐아니라,아리스토텔레스가희극인물들이가져야할특징으로제시하는‘천함’‘추함’‘결함’‘기형’따위와는거리가먼,도시귀족들의말과행동을재현한점을자기희극의특장점으로내세운다.
다른어떤언어에서도찾아볼수없는이런종류의희극이보여주는새로움,귀인들의담소를그려보이는자연스러운문체때문에아마도그렇게놀라운행운을누릴수있었을것이다.사람들은그때까지,어릿광대하인,식객,허풍선이,박사님등등의우스꽝스러운인물없이웃기는희극을본적이없었다.
다시말해그는희극인물들과비극인물들의차이(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는대립적이기까지한)를줄이고동질성을확대하고있는것이다.
다섯째,두번째희극『과부(LaVeuve)』의「독자에게」에서는희극을이렇게정의한다.
희극은우리행동과우리담화의초상화일뿐이다.초상화의완벽함은닮음에있다.이런원칙에입각해서,나는내배우들의입에그들이재현하고있는인물들이처한자리에서(emleurplace)말하였음직한것만을놓아주려고,그리고그들이시인들처럼말하는게아니라귀인들로서말하게하려고노력한다.
희극인물들을도시귀족으로승격시켜비극인물들과의거리를좁힌코르네유는여기서다시희극인물들을‘우리’로치환한다.이일반화,보편화의경향과아울러,‘그림’,‘초상화’같은비유들에담긴리얼리즘,작가가자기자신에게부여한객관적위치,그로인해무대와객석사이에도자연스럽게생기는감상의거리(distance)등을환기하는위의예문은그가희극에서,즉‘연극’이라는특수한장르의구조안에서,비극이다루는역사적사실보다더‘직접적인체험’의‘철학적변용’을시도하고있음을보여준다.
여섯째,그런점에서코르네유의초기희극들은그가말한것처럼미숙하다는의미에서의‘습작’이아닌,인간과인간사에대한그의체험과관찰이,‘그즉각적인힘을하나도잃지않은채’연극이라는특수한형태에담기며인간적삶에대한‘형이상학’으로구체화되는‘시작(試作)’으로볼수있다.그러므로그의초기희극들을통해그형이상학을규명하는것은,그자신이이미얼마간경계를흐려놓은희극사이클과비극사이클사이에연결고리를만들고,코르네유의전작품이그리는‘혁신과연속’,진화와일관성속에서그의초기희극들이차지했어야할정당한자리를찾아주는일이될것이다.
우리는위와같은가설과희망에의해,그리고희극에대해코르네유자신이내린정의에충실하게,극행동의구조,인물들의행동과담화,그들사이의관계및그들이부딪치는장애와갈등에중점을두고,한편으로는인간적사실들을바라보는코르네유특유의관점을,다른한편으로는그의희극이제시하는당대인간상의특징들을살펴보려한다.
그리하여이책의내용은,코르네유수용의역사와이연구의방향을밝힌서설,이연구의각론으로서,그의희극들을발표순으로분석하며그진화를살펴보는I.코르네유희극의진화과정,총론으로서,거기서도출되는인간상을동시대문학및역사사회적흐름속에서살펴보는II.코르네유희극에나타난근대인의초상,그리고I,II에서전개한연구내용을최종정리하고,코르네유에관한최근연구들을제시하여이어져야할과제들을짚어보는결어:마무리와전망으로이루어진다.
덧붙여4대비극에대한연구들중두편(「코르네유4대비극의진화」「『폴리왹트』를어떻게읽을것인가」)을보론으로담는다.위에서언급했듯이이두논문은희극연구의필요성을일깨우고방법론을재고하게하여초기희극연구로이끌었다.이연구의서막같은글이기도하면서,한편으로는희극과비극의연결점을드러내주기도한다는점에서여기에보충하여싣는다.”-‘서설’에서
“코르네유의희극들은“풍속에대한풍자와는거리가먼”사랑의심리학,즉심정의비밀을다룬다.결국시대적변화속에서형성된새로운인격을정의하고자하는것이그의탐구의목표라는뜻이다.(……)코르네유가긴세월줄곧매달렸던희극들을이처럼그의인간탐구,세계탐구로간주할수있다면그의희극들에관한연구를시작하며밝혔던바,우리가찾으려던코르네유의전작품을관통하는‘근본적동질성’은바로이‘낮은수준의개인성’에서부터찾아지리라는것이다.”-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