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사방연속무늬 (류소영 소설집)

내 인생의 사방연속무늬 (류소영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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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류소영의 세번째 소설집 『내 인생의 사방연속무늬』에는 생이 비루하다고 되뇌면서도 거기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는 인물들이 있다. 작가는 혼돈의 순간들을 마주할 때 그들이 감당해야 했던 감정을 한 올 한 올 건져내고 그 이면에 자리한 냉혹한 현실을 감지하게 한다. 이것은 류소영이 『피스타치오를 먹는 여자』(문학동네, 2001)와 『개미, 내 가여운 개미』(작가정신, 2013)에서부터 이번 소설집에 이르기까지 지켜온 발화 방식이다. 경쟁을 종용하는 사회, 부나 학벌로 인간에게 계급이 매겨지는 세계,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관료주의 시스템의 부조리들. 『내 인생의 사방연속무늬』는 거대한 세상의 모습과 사소한 개인의 모습을 동시에 담아내는데, 움츠린 사람들의 상처 입은 내면을 통과할 때 문제의식은 비로소 선명해진다.

부당한 것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지 못할 때, 굴욕을 당했다고 느낄 때, 삶이 모욕적이라 느낀 순간들에 항의하지 않았을 때 개인을 사로잡는 무력감은 사방연속무늬의 환영으로(「내 인생의 사방연속무늬」), 불면증(「밤에 잠이 오지 않는 은미 씨」)으로, 병적인 우유부단함(「그 무엇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주영 씨」)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의 고통의 원인에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부조리한 시스템과 관행이 있다. 아무도 회의하지 않아서 지속되어온, 지속되어 굳어지고, 굳어지다 못해 부식된 권위주의적 권력은 선량한 사람들에게 치명상을 입히곤 한다. 기간제 양호교사인 은미 씨는 무고한 어린 생명을 앗아간 선박 사건이 일어난 후 더 예민해졌다. 경직된 틀에 순순히 갇혀서는 안 된다는 마음과, 학교에서의 삶을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이 부딪혀 파열음을 낸다.
학교는 광장에서 획득된 민주주의가 사회 저변에 스며들 수 있도록, 지난 역사가 내면화한 부당한 가치들이 있다면 후세대가 그것을 알아차리도록 돕는 곳이다. 하지만 주영 씨에 따르면 그곳은 현실이 불합리해도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곳에 불과했다.
저자

류소영

1973년부산에서태어나서울대소비자아동학과와같은대학국어교육과를졸업했다.1994년『시와시학』겨울호에시로등단했으며,1997년『문학동네』하계문예공모에소설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피스타치오를먹는여자』(2001),『개미,내가여운개미』(2013),문학에세이『시대의얼굴,절망과희망사이』(1998)가있다.

목차

내인생의사방연속무늬
그녀의초승달
마흔,십일주년결혼기념일,레스토랑
밤에잠이오지않는은미씨
우울한남규씨
알뜰한명희씨
시간이더디흐르는듯싶은동우씨
그무엇도쉽게판단할수없는주영씨
말의행간을생각하고싶지않은혜수씨

작품해설|모두가알지만아무도모르는,무늬|전소영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부당한것에대한분노를터뜨리지못할때,굴욕을당했다고느낄때,삶이모욕적이라느낀순간들에항의하지않았을때개인을사로잡는무력감은사방연속무늬의환영으로(「내인생의사방연속무늬」),불면증(「밤에잠이오지않는은미씨」)으로,결정장애(「그무엇도쉽게판단할수없는주영씨」)로모습을드러낸다.그들의고통의원인에는쉽게무너지지않는부조리한시스템과관행이있다.아무도회의하지않아서지속되어온,지속되어굳어지고,굳어지다못해부식된권위주의적권력은선량한사람들에게치명상을입히곤한다.기간제양호교사인은미씨는무고한어린생명을앗아간선박사건이일어난후더예민해졌다.경직된틀에순순히갇혀서는안된다는마음과,학교에서의삶을포기할수없다는마음이부딪혀파열음을낸다.
학교는광장에서획득된민주주의가사회저변에스며들수있도록,지난역사가내면화한부당한가치들이있다면후세대가그것을알아차리도록돕는곳이다.하지만주영씨에따르면그곳은현실이불합리해도적응해야한다는것을알려주는곳에불과했다.

내가‘사회’를가르친다고는하지만,실은우리가‘두개의사회’에살고있는건아닐까싶어집니다.보고싶은것만보고,듣고싶은것만듣는사회에서‘현실을보는눈’따위가다무슨소용이랴싶기도하고요.(193쪽)

사회교사로서,즉냉혹한입시시스템의수행자이자관행에따라학생들을통제하는관리자로서행동하는동안주영씨의마음속에있던목표나다짐,윤리는어느새무색해졌다.비슷한맥락이「우울한남규씨」의남규씨에게서도발견된다.지리멸렬한교사의삶을견디기위해그가택한방법은‘걷는일’이었다.한때는광장에서젊은날을보내기도했으나,“개인적노력으로겨우몇밀리미터의바퀴를굴리는것말고는개선의여지가없”(114쪽)는시스템으로인한절망을견디기위해선“걷고걷고또걸었고,가끔은심장이터지도록달”(117쪽)릴도리밖에없었다.「말의행간을생각하고싶지않은혜수씨」의혜수씨역시6월행렬의끄트머리에선적이있다.그러나고등학교교감으로재직하며혜수씨가느낀것은“이서글프고지긋지긋하고불쌍한의전의세계를쉽게벗어나지못할지도모른다”(208쪽)는예감이었다.민주화운동의경험을지닌이른바86세대가교사가되어그이후의자기삶을냉정하게성찰하는두소설의서사들은자못의미심장하다.1980년대후반이후한국사회가정치적민주주의의길로접어들었지만그것이일상의민주주의로이어졌는지,그래서온전한의미의민주주의사회가실현되었는지차갑고단단하게물어오는것이다.

「알뜰한명희씨」는소설집의‘아무개씨’시리즈들중유일하게두인물의유대를보여주는작품이다.사십대교사인명희씨는주어진틀에균열을내려고노력하며전통이라불려온학교의관행과거리낌없이대립하는인물이다.명희씨와비슷한또래인‘나’는그런명희씨에게조금씩이끌리고있다.관성이된전통과관행을뒤흔드는명희씨의유난함과과민함이꼭필요한곳이학교이고,그것이유난함과과민함으로인식되지않아야할곳이또한학교였다.명희씨의이야기를듣다가‘나’는목이탄다.하나의올곧은마음이,다른마음을끝내외면할수없는불편한진실쪽으로움직이게하는마지막장면에서우리는이소설집의전제가되는어떤믿음과마주하게된다.
은미씨등이그러하였듯출구도없고유연하지도않은사회구조나제도안에갇혀자신의삶이녹슬어가고있다는사실을참담하게확인하는순간이누구에게나올수있다.또,어쩌면한번쯤모종의사방연속무늬를,그뒤편에서기이하게아른대는어떤비정상성을발견하게될지도모른다.
다만우리가그무력감과실망감을끌어안고일상으로터벅터벅걸어들어갈때,우리의작지만날선목소리들이공명하며조금씩커질때,불투명한세상안에흩뿌려진투명한진실조각이문득빛을발할수도있는것이다.그래서『내인생의사방연속무늬』속인물들은,한여름오후공기처럼눅눅하게내려앉는환멸을견디며끝내살아간다.살아가는일을속절없이괴로워할수있는그들만의날카롭고다정한감정이소설집을내내일렁이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