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밸런스 (김민주 소설집)

화이트 밸런스 (김민주 소설집)

$14.00
Description
200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탱고」, 201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신의 자장가」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민주의 첫번째 소설집. 『화이트 밸런스』 속 인물들은 상처받은 이들이다. 폭력의 희생자이고 불의의 사고를 당했으며, 가까운 사람들을 잃거나 믿었던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다. 김민주는 그들의 상처를 응시하고, 거기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에 주목한다. 어떤 상처를 받았으며 그 상처가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그리하여 가까스로 다다른, 어떤 빛을 보여준다.
저자

김민주

대구가톨릭대학교철학과를졸업하고상명대학교소설창작학과석사과정을마쳤다.2009년매일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탱고」,2010년문화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당신의자장가」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3년프로젝트소설집『쓰다참,사랑』에참여했고,2016년제7회김만중문학상은상과2019년제10회천강문학상우수상을수상했다.

목차

너의목소리
당신의자장가
세상의모든고백
아주가는실한가닥
웨이테이하안
부에나비스타탱고클럽
끝과시작
화이트밸런스

작품해설|슬픔의공동체:회복과재생|김나정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김민주의언어는단단하다.고통에처한인물의상황을담담하게보여주고,인물의내면을파헤쳐들어간다.고통의연원을끈질기게추적하며,인물이외면한진실을기어코들이민다.교통사고,성폭력,유기와결별,상실을겪고삽시간에망가진『화이트밸런스』속인물들의삶은그럼에도불구하고살아야할이유는무엇일까,라는근원적인질문을떠올리게한다.
‘화이트밸런스’는빛의색온도를조정하여촬영물을보정하는것을뜻하는말이다.조정되고변형되어실제와는멀어진,진짜와가짜의구별이무의미해지고진실이랄것이희미해진그런상황에서표제작「화이트밸런스」는과거에벌어진한사건을중심으로,폭력의기원을파고들어가그근저에자리잡은위선과자기합리화의메커니즘을밝히는데까지나아간다.트라우마적사건에대한차분한서술은사건의원인과의미에대해거리를두고바라보게하고,되레슬픔을도드라지게만든다.
트라우마는시간이지나도아물지않는다.상처받은사람이상처에서놓여나기란쉽지않다.오래된상처는흉터가되어그사람의일부로자리잡기때문이다.상처의기억,그에대한대응방식은그사람의정체성이된다.상처에사로잡힌사람은‘나’로살기보다는상처로산다.과거에고착되어정체된삶은도돌이표만찍는다.
마음의상처는몸의고통이되기도한다.『화이트밸런스』속인물들은기습적인통증,불규칙한심장박동,호흡곤란등에시달린다.생명의위협을수반하는이러한증세는그러나‘병명’으로언어화되지못한다.‘나’는분명히아프지만,언어로표현되지못하기에남들에게이해받지못한다.따라서고통은철저히고독하다.「당신의자장가」의‘여자’는세상에서가장무서운얼굴을한가면으로자신을가리고,「아주가는실한가닥」속유리공예가인여자는“어떤충격에도부서지지않을,단단하고튼튼하게보호해줄갑옷”을만들듯유리를달군다.「너의목소리」의‘나’는인간을믿지못하고,부모와양부모,여자에게거듭버림받은기억이있는「세상의모든고백」의네오는자신의감정을차단시켜버린다.「끝과시작」의여자는가짜연인,가짜결혼식하객행세를하며살아간다.그녀가만든세계는모두거짓이다.

자신의상태를똑바로바라보아야만변화가가능한것이지만,상처를직시하는일은곤혹스럽다.김민주의소설은인물이자신의상처때문에가해자로돌변하게된다는슬픈진실까지나아간다.“나는그녀를외면했다.나는이미한번깨진적이있었고,깨진마음은날카로운뼈가되어가까운누군가를또찌르고말았다.”(「아주가는실한가닥」)이런고통스러운직시는타인에게상처를주지않기위해서는자신의상처에서벗어나야한다는아픈깨달음을준다.

한편,인물들과비슷한슬픔을지닌또다른이들이등장하기도한다.「너의목소리」속,교통사고로연인을잃은‘나’와아들을잃은노파는닮은꼴이다.그들은함께길을가며애도의과정을치러낸다.노파는‘곡비’처럼자신의슬픔으로내슬픔을울어준다.공명하는사람들은슬픔의공동체로맺어진다.자신과비슷한일을겪은사람을만나고위로를받는다.「당신의자장가」에서폭행을당한‘나’와동생을잃은‘윤’도상처로묶인다.이러한슬픔의공동체는사람들과다시연결되는계기를만들어준다.「웨이테이하안」(신세훈의시「베트남엽서」중‘웨이테이하안’)의화자는상처를겪고도살아남은‘탐할머니’에게서살아갈힘을얻게된다.「당신의자장가」의‘여자’는상처받은침팬지순이를끌어안고“내가널지켜줄게”라고다독여준다.

『화이트밸런스』가아픔에대해말하는방식은그자체로의미가있다.속에만있던상처를끄집어내야만치료는시작된다.고통스럽지만모호했던것들에형체를주고언어를줌으로써비로소자신의상처를바라볼수있게된다.글쓰기가상처를딛고회복의바탕을마련해준다는것은이런까닭에서이다.
다친사람들은제둘레에벽을쌓는다.울음을삼켜주는벽,나를숨겨주는벽,아무도침범하지못하는벽으로자신을보호한다.밖으로나가려고몸부림치기도하지만,벽은쉽사리무너지지않고,그들은부딪쳐서번번이튕겨나온다.그러나몸부림으로벽의존재가생생하게드러나는것이다.벽이있다는걸더이상은외면하지못하게된다.인물들은자신을막는벽을단단히응시한다.벽의연원을헤아리며,벽을쌓아올린마음을바라본다.파묻어두었던얼굴이드러난다.고통으로일그러진마음이모습을드러낸다.벽쪽으로한발짝다가선다.벽속의얼굴을어루만지면한줄기빛이스며든다.그순간,벽은거울이된다.상처에서빛으로가는,이고통의과정을묵묵히지켜봐주는김민주의소설은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