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채영신 소설집)

소풍 (채영신 소설집)

$14.00
Description
『소풍』 은 〈4인용 식탁〉, 〈나는 이야기다〉, 〈말의 미소〉, 〈여보세요〉 등을 수록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

채영신

1969년서울에서태어나이화여대교육학과를졸업했다.2010년실천문학신인상에단편소설「여보세요」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4년단편「4인용식탁」으로‘젊은소설’(문학나무)에선정되었고,2016년경기문화재단전문예술창작지원사업문학분야에선정되었다.장편소설『필래요』(2020)가있다.

목차

4인용식탁
나는이야기다
말의미소
맘스터
소풍
여보세요

작품해설|삶의심연에서건져낸웃음|이경재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2010년실천문학신인상에단편소설「여보세요」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한채영신의첫번째소설집.『소풍』에수록된여섯편의작품은대개폐쇄된공간을배경으로하며,보통의상상력으로는쉽게가닿을수없는극단의지점을향해나아간다.
서로에게아빠를죽였을지모른다는의혹의칼날을겨누는가족(「소풍」)과아내를칼로자르는남편(「4인용식탁」),고양이의항문을순간접착제로막아박제하는여인(「나는이야기다」),어린아이를송곳으로깊숙이찌르는엄마(「맘스터」),중증장애인이음부를벌리고돈을버는사무실(「여보세요」)이있는괴기스럽고참혹한고통의현장.무간지옥(無間地獄)을살아가는채영신소설속의사람들은자신들의고통에대해독특한반응을보여주는데,이른바‘사디즘(sadism)적주체’가되는것이다.이때의사디즘은자신을완전히비워서사회의논리나시스템에따라작동하는기계가되는것을의미한다.세상이‘나’를극단으로몰아붙일때,「맘스터」의엄마는죽어가는아들의목을조르고다른집아이를납치한다.엄마를괴물로만든세상의시스템은납치한아이에게가해지는폭력으로증폭되어되풀이된다.레스토랑유리부스안에갇혀야릇한행동을해보라는주문을받으며살아가는「나는이야기다」의‘나’는세상이자신을유리부스안에가두었듯이,멀쩡한고양이를병에가두어박제하려한다.세상의비정한논리가연약한새끼고양이에게그대로미메시스되는것이다.그러나자신을괴물로만든사회의폭력을그대로자기안에받아들이는순간,이들의자아는사라질수밖에없다.「4인용식탁」역시죽음을통해서만고립에서벗어날수있다는작가의비관적세계인식을보여주는작품이다.“따뜻한밥상을받고자라지못”한그는마찬가지로“빈한한식탁에대한부끄러움”을가슴깊이간직해온아내와함께소외된삶으로부터벗어나려했으나,어느순간그는자신이그토록떠나고싶어했던단절과소외의세계로귀환했다는것을안다.그가열심히자르고있는식탁은다름아닌아내의몸이었음이마지막에드러나는데,그것은아내가가장좋아하던나무로아내를환원시키는일이다.단절과소외가결코벗어날수없는인간의숙명적조건이라면,벗어나는유일한길은죽음뿐일수도있기때문이다.그러고보면모든인간은바로그존귀한단독자적생명으로인하여고독이라는불치의질병을안고살수밖에없다.“나무가이제그만숲으로돌아가고싶어한다는것.그는이해한다는듯고개를끄덕였다.평생을,평생이란시간을이집에서혼자견딜자신이없겠지,너도”라는대목이숙명적조건으로부터벗어나고자하는모든인간의의지를담고있는것으로읽히는이유이다.그러하기에이작품에드러난그의광기는한개인의광기인동시에문명의광기이고,나아가모든인간의광기이기도하다.

「말의미소」는중편분량에걸맞게삶의주름이좀더생생하게살아있는작품이다.이작품에서‘나’가겪는고통은인간사이의이해불능에서비롯된다.대학시절의가장친한친구였던혜승과나는분명한이유도없이서로만나지않고있다.소설쓰기의문제는인간이해의문제와맞닿아있다.혜승에게나를온전히이해시키는것이불가능하듯이,소설을통해세상과소통하는것도‘나’에게는무척이나어려운일이다.“내가당신을다이해할수있을거라고기대하지마.내가당신을속속들이이해했다면당신은글을쓰지않았을지도몰라.그두려움에대해서써봐,부디용기를내서”라고말하는남편역시부부사이에서도이해란불가능하다는것을,그리고‘나’가소설을쓰는이유도바로그이해불가능에서오는것임을분명하게밝히고있다.
「말의미소」에는크리스도네르의동화『말의미소』(김경온옮김,비룡소,1997)가겹텍스트로놓여있다.동전까지탈탈털어모은돈으로『말의미소』의선생님과아이들은비르아켕이라는말을산다.비르아켕은아이들에게미소를짓고,그미소는“아이들에게믿을수없을만큼대단한일”로받아들여진다.그러나그웃음은고통때문에얼굴을찡그린것에불과하다.말이윗입술을콧구멍위까지들어올릴때는,기쁨을나타내기위해서가아니라반대로배가몹시아프기때문에그러는것일뿐이다.아이들이나선생님은그러한사정을알수없었다.이러한이해와소통의어려움,나아가불가능성이동화『말의미소』에는담겨있으며,이러한주제는채영신의소설「말의미소」에도그대로이어지는것이다.
「말의미소」는이번소설집에실린작품에서유일하게희망의작은틈을보여주며끝난다.‘나’는오래전혜승을무작정여섯시간이나기다리다끝내만났던일을떠올린다.혜승은미안하다는말도없이그저반갑게웃으며달려왔고,‘나’도혜승에게짜증을내거나추궁하지않았다.‘나’는그때처럼굳게믿고기다리면“혜승은아무렇지않게나를향해달려올거야”라고생각한다.인간을온전히이해하는것은불가능하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이해하고자하는것만이인간사이의유대를가능케한다는역설이탄생하는것이다.우리는타인을이해할수없지만,그렇기에너그럽게받아들여야한다는역설의윤리야말로웃음을잃어버린말에게웃음을돌려주는유일한방법이었던것이다.
이러한역설의윤리는무간지옥에버금가는날것의고통과자아를무화시키는사디즘적주체를거쳐온것이기에더욱믿음직하다.채영신은근원적인언어를통하여현실과인간의가장어둡고도무시무시한차원을형상화하는데일가를이룬독보적인작가이다.우리가채영신의소설을기다린다면,아마도그이유는그녀의고유성이한개인의차원을넘어인간과문명일반의보편성과맞닿아있는진경을기다리기때문일것이다.『소풍』은그러한기대가결코무모하지않은것임을증명하는아름다운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