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봉 (장정희 장편소설)

옥봉 (장정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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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종남벽면현청우(終南壁面懸靑雨) 종남산 허리에 푸른 빗줄기 걸렸네.
자각비미백각청(紫閣?微白閣晴) 이쪽엔 빗방울 날리건만 저쪽은 맑게 개었네.
운엽산변잔조루(雲葉散邊殘照漏) 구름 흩어진 사이로 햇살이 새어 나오니
만천은죽과강횡(漫天銀竹過江橫) 하늘 가득 은빛 댓가지 강을 가로지르네.

_이옥봉, 「비(雨)」
: 허균은 자신의 책 『성수시화』에서 이 시를 보고 감탄하여 평하기를 “기발하고 고와서 분내를 단번에 씻었다”며 자신의 누이 난설헌과 나란히 일컫는 데 주저하지 않음.
선정 및 수상내역
-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저자

장정희

전남영광출생.1995년『무등일보』신춘문예당선,2004년『문학과경계』신인상을수상했다.소설집『홈,스위트홈』,느림에관한여행에세이『슬로시티를가다』,청소년소설『빡치GO박차GO』,『사춘기문예반』등이있다.

목차

괴이한소문
손안의구슬
댓잎에일렁이는바람
우물안의개구리
차라리소실로가겠어요
원앙이짝을지어날아오르다
정신은놀아도,칼날은놀지않는다
재(才)가승(勝)하니
평생의이별,뼈저린한이되어
불우(不遇)한삶,불후(不朽)한시

작가의말
참고자료

출판사 서평

‘2020년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사업선정작인장정희의장편소설『옥봉』은천부적재능에도불구하고비극적인생을살다간조선중기시인이옥봉의이야기이다.조선시대대표적여성시인인허난설헌,황진이,이옥봉.그들은모두주옥같은시를남겼지만,정작그들의내밀한사적생애의자취는하나같이안개저편에흐릿하게가려져있다.그중에서도이옥봉은가장불행하고비극적인삶을살다간여성이다.가혹한가부장제남성중심의세상에서이옥봉의천부적재능은차라리저주받은축복이자형벌이었다.서녀로태어나소실의신분으로살아야했던이옥봉은결국자신이쓴한편의시로인하여사랑하는남편에게서조차버림받은채홀로쓸쓸한죽음을맞았다.

반상(班常)과남녀의구분이엄혹한조선시대.선조때옥천군수를역임했던이봉의서녀로태어난옥봉은어려서부터시짓기에남다른재능을보였다.스스로이름을옥봉(玉峰)이라짓고,소실의삶을살아야한다면학식과인품이뛰어난남자조원의곁에있겠다고결심한여인.중국과일본에서까지천재성을인정받았지만(인조8년인1630년,조원의아들조희일은진하사進賀使로명나라를찾았다가,거기서명의원로대신이소장하고있던서모이옥봉의시집을접하게된다.옥봉의시는조선보다외려대륙에서더크게이름을얻고있었던것이다),여자의목소리가담장을넘으면안된다고믿는시대에그녀의시적재능은오히려발목을옥죄는커다란족쇄가됐다.
뛰어난재능에도불구하고옥봉은조원의소실로들어가사는조건으로‘함부로글을쓰지않겠다’고약조해야만했다.파당의시대에행여여성이집안에해가되거나누가되는글을쓰는것은용납할수없다는이유였다.그러나억울하게누명을쓴이웃을차마외면하지못해대신소장을써주게되면서옥봉은임란직전남편으로부터내쳐지게된다.그후종적이묘연해져어떻게살다가언제세상을떠났는지조차알려진바가없다.

당신들은내게시를‘재앙’이라말하지만,그건틀린말입니다.내게시는오로지나의존재증명이자여자로서,서녀로서,소실로서살아야했던내생의전부를내건발언이고항변이고싸움이었던거지요.하지만나는누구에게도이기려하지않았습니다.나는내가그저죽지않고살아있는사람임을말하고싶었을뿐이지요.그런데도내시가그토록불경했단말입니까?시를짓는일이그토록용납될수없는행위였단말입니까?그렇다면도대체그이유가무엇인가요?왜?왜?내가여자라서요?아니면서녀라서요?그것도아니라면소실이라서요?그랬기에시짓는일따위는하지말았어야했단말입니까?_본문에서

피눈물을꾹꾹눌러담아한자한자써나간시.불행하게살다가비극적으로생을마친여인에게는삶의지팡이가되어준,목숨보다도귀한‘시’가있었다.그녀는불행한시대와비극적운명에휘둘렸으나끝내패배하지않았다.길고긴겨울같았던삶,두서없이흘러가는시간과스러지는육신속에서도옥봉은시린아픔이배어있는귀한시들을남겼다.벼랑끝과같은빈천의늪에서소식없는조원에대한그리움을억누르고고요하게적어내려갔을시.

근래안부문여하(近來安否問如何)요사이안부를묻노니어찌지내시나요?
월백사창첩한다(月白紗窓妾恨多)창가에달빛비치면가슴속한이넘쳐납니다.
약사몽혼행유적(若使夢魂行有跡)꿈속의내몸,발자국을남기게했다면
문전석로반성사(門前石路半成砂)그대의집앞돌길이반은모래가되었을거예요.

_이옥봉,「스스로탄식하다(自述)」.

여염에갇힌채위로는조상을받들고아래로는후사를이으며차별과억압을견뎌야했던500년전여인들의삶.온전하지못했던자신의삶에온점을찍듯눌러쓴시.수백년동안베일에가려있던옥봉의생애가소설의옷을입고작가장정희의손끝에서『옥봉』으로재탄생한다.

처음시를몸에감고물에빠져죽은여인의이야기를접한순간,온몸에소름이일었다.그게사실이든신화적인상상이든중요하지않았다.때는반상(班常)과남녀의구분이엄혹한조선시대.왕실의계보를잇는집안에서서녀로태어나시짓기에뛰어난재능으로자신의이름을스스로짓고,자신의눈높이에맞는남자를선택해그의첩으로살았던여인.하지만여자의목소리가담장을넘으면안된다고믿는시대에여인의재능은커다란족쇄가됐다.(……)온갖사회의족쇄와제약으로입이틀어막히는삶을살아야하는여인들의삶은어떠했을것인가.지금껏여성으로서비교적무탈하게살아왔다고믿는내게불행하게살다비극적으로생애를마친여인의삶은좀처럼감당하기어려운화두였음에틀림없었다.그랬음에도나는운명에고전하였으나끝내패배하지않은여인의삶을대변하고싶었다.여인에게는흔들릴때마다삶의지팡이가되어준,목숨보다귀한‘시’가있지않았던가.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