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보다 낯설고 먼 (김연경 장편소설)

우주보다 낯설고 먼 (김연경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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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연경의 장편소설 『우주보다 낯설고 먼』은 자전소설이자 성장소설이다. 1970년대생인 저자를 통해 소위 ‘X세대’라고 일컬어지는 세대의 성장담이 사실 그대로 담백하게 펼쳐진다. 버스 안내양, 채변 봉투, 머릿니, 쥐와 바퀴벌레가 있는 가난의 풍경부터 성문종합영어, 하춘화, 박완서에 이르는 그 시대의 문화 코드들이 꼼꼼하게 소환된다. 흘러간 시간과 사람과 사물의 이야기를 보존하고 기억하려 한다는 점에서 『우주보다 낯설고 먼』은 우리의 과거에 관한 일종의 ‘아카이빙’이자, 소설 속 마지막 장의 제목처럼 ‘가난과 희망의 기록’이다.
저자

김연경

1975년경남거창에서태어나부산에서자랐다.서울대학교노어노문학과를졸업했다.1995년‘대학문학상’소설부문에당선되었고,1996년『문학과사회』로등단했다.소설집『고양이의,고양이에의한,고양이를위한소설』『내아내의모든것』『파우스트박사의오류』,장편소설『고양이의이중생활』『다시,스침들』등을펴냈다.도스토옙스키의『죄와벌』『악령』『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파스테르나크의『닥터지바고』등을번역했다.현재서울대학교에서러시아문학과소설창작을강의하고있다.

목차

덕유산자락에서
황령산자락에서
1984년,다람재
다시,황령산자락에서
꿈꿀권리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거창시골마을,전쟁이터져“빨갱이들이읍내까지내려”온상황에서아이가태어난다.그아이는유숙이의남편이자훗날‘성득상회’사장이되는김준호다.유숙이는딸셋을낳아야아들을낳는다는점쟁이의점괘에따라,딸둘을낳고유산으로아이하나를잃은뒤에아들을낳았다.
더나은삶을기대하며,거창골짜기를벗어나부산으로향한김준호가족은집들이게딱지처럼닥지닥지붙어있는동네에서새로운시작을준비한다.유숙이와김준호의“꽃봉오리”같은두딸연수와연희,천방지축인막내아들형우는이미“무한대로열려있는시간”을향해빠른속도로자라나기시작했다.그속도를감당하기위해낯선도시에서김준호는환멸을견디며일자리를찾아방황했고,점차어려워지는사정을견디지못해유숙이는어린아들을등에업고더싼집을얻기위해다리품을팔았다.첫째연수는외가친척이있는거창으로돌아가고,아직어린연희는이모집에맡겨지고,막내형우는시장노점생활을시작한부모를따라시장바닥에서자라났다.식구들과떨어져거창에서육개월을지내는동안연수는훌쩍성장했다.『알프스소녀하이디』『빨강머리앤』『걸리버여행기』와같은동화책도처음읽어보았다.마냥어른인것처럼보이는고등학생이모를동경하며,이모를따라‘장래희망’을꿈꿔보고,남학생과별난우정을나눠보기도했다.손톱에봉숭아물을들이며소녀들끼리소곤거리는‘첫사랑’이라는단어가그렇듯이유년의연수가겪은것들은모두낯설고향기로운세계였다.방학을맞아다시가족이있는부산으로돌아가는길,연수는자신이어떤시기를빠르게질러왔음을실감하며마치우주를건너가는것만같은단절감을느낀다.

빼곡하게들어찬높은건물,화려한색깔의세련된버스와택시,큼직한트럭과자동차,알록달록복잡한간판,양갈래로끝없이이어지는가로수……어느덧어스름이내려도시의불빛이한껏멋을부렸다.불과네다섯시간만에연수는자신이어마어마한세월의강을건너왔음을깨달았다.(……)연수는엄마손을꼭쥔채다시한번,이놀라운단절에대해생각했다.오늘아침만해도다람재에있었는데,오전만해도거창읍에있었는데이제그곳은동화속의머나먼나라가,저신비한우주안드로메다은하가되어버렸다.아주짧은순간이지만어쨌든굉장히낯선느낌이었다.그게시간의느낌이었다.

거창,부산,서울을오가며성장하는김준호가족의발자취를따라『우주보다낯설고먼』은40여년의시차를가로질러현재의우리에게로다가온다.몇차례의흥과망을반복하고,더넓은집에서다시낮고좁은집으로이사를거듭한끝에다시일어서서‘성득상회’를차리기까지,김준호일가는땅바닥을포복하듯하루하루를근근이살아낸다.그러는사이아이들은부지런히각자의꿈을꾸며초등학생이,중학생이,고등학생이된다.『우주보다낯설고먼』은언제어디서든자라나는아이들의이야기이자,숱한고난에도굴하지않고삶을살아내야만했던,어떻게든생계를꾸려나가며버텨야만했던어른들의이야기이다.
김연경이‘우주보다낯설고먼’과거를그려내는방식은‘문제적개인’이겪는고난과성장을통해무언가를논평하는것이아닌,이들의에피소드들을차근차근쌓아삶의애틋한풍경을담백하게보여주는것이다.그저“굉장히낯선”“시간의느낌”을있는그대로감각하는일이다.누군가에게는그리움의대상이기도할,지극히한국적인70~90년대풍경에대한애정어린시선을드러내며작가는소박했던우리의과거에대해이야기한다.지나가버린,잃어버리고잊어버린,그래서낯설기만한기억의조각들을찾아가져오려한다.그렇게과거와현재는시간이라는선위에서하나로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