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편하게 (허택 소설집)

언제나 편하게 (허택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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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소설가이자 치과의사로서 병든 이들의 아픈 자리를 살펴온 허택의 네번째 소설집 『언제나 편하게』에는 다양한 ‘몸의 소리’들이 담겨 있다. “사람의 입속을 조용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살아온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그의 말처럼, 과연 그의 작품 속에는 치과의사로서 사십여 년 동안 들여다본 헐고, 붓고, 썩고, 닳고, 깨진 삶의 파편들이 가득하다. 허택은 그 몸의 소리를 통해 얻은 통찰을 소설이라는 갈래를 통해 풀어내며 세상을 읽어내려간다. 건강에 대한 작가의 자의식은 사람과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장되고, 정신의 공허와 문명의 결핍이 건강의 상실이라는 몸의 사태를 통해 이야기된다. 이때 소설이란 그간 그가 의사로서 지속해온 진료 행위의 심화이자 확장이다. 치유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둘은 공통점을 지닌다.
저자

허택

2008년『문학사상』신인상에단편소설「리브앤다이」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리브앤다이』『몸의소리들』『대사증후군』,5인중편소설집『선택』,8인테마소설집『1995』가있다.2017년제22회부산소설문학상,2018년제18회부산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언제나편하게
피가흐림후맑음
습진이만든병
허무,끝
1995년의결
어처구니없게도,그러나
끝나지않는싸움
찰나의연극

발문|무명한사랑의방법|전성욱

출판사 서평

이번소설집에이르기까지허택소설에서심화되어온주제는신체적,사회적몸의건강이다.사회가급진적인발전을이룩하면서유명한삶을좇게된수많은무명한이들의몸이허물어졌다.성공한여성으로서아름답고우아한젊은시절을누렸던「피가흐림후맑음」의‘나’가심근경색으로죽음의문턱까지몰리고,「습진이만든병」의남자가도둑질도,얌체짓도가리지않는도덕적파탄자가된것도바로그유명의욕망때문이다.정신적,신체적건강을상실한몸의마지막은죽음일수밖에없다.「허무,끝」의화자는자신의여자를빼앗은친구에게복수를하고,아내를겁탈하는위악을저질렀다.원망이쌓인그의몸과마음은균형을잃었다.어떤행동으로도이미틀어진균형을바로잡을수없기에그는허무의끝에서투신을선택한다.「찰나의연극」속교차로삼중추돌사고로사망한두사람은,늘피해의식에사로잡혀외부의압력에취약한삶을살던이들이었다.그들이끝내스트레스와압박을더이상견뎌내지못하고내적으로붕괴된순간에,즉안팎의균형과조화가무너진찰나의순간에사고가발생했다.「끝나지않는싸움」은균형이파괴된실상을양손의대립이라는독특한상상력을통해그려낸다.선한의지를가진왼손과악행의충동을제어하지못하는오른손.한몸에있는두손이이처럼분열된것은사회의냉기가사람을허기지게만들었기때문이다.냉기가허기를낳고,허기가쌓여독기가된다.오른손이저지르는악행을이길수있는힘은오직온기,즉사랑이다.36.5도사람의온기가사회의건강을회복하기위해필요한핵심이다.표제작인「언제나편하게」의화자인여자는앞선화자들과는달리,자신에게불어닥친시련과고난을거쳐사랑과생명의가치에눈을뜬사람으로그려진다.멈추지않고이어진불행의끝에서그녀는자신에게치명적인상처를남긴전남편과도편하게마주할수있을만큼단단해진다.그녀는그렇게성장한윤리적주체로서존재하고자한다.

『언제나편하게』는질병이만연한시대를치유할수있는존재가과연무엇인지에대해살펴본다.서로를착취하는상황을넘어자기자신을착취하는지경에까지이른현대사회는사람의몸과마음을처참하게무너뜨린다.피로와슬픔을견디기위해더욱해로운것을찾는역설적인악순환이반복되고,그러다가때때로젊은사람이때이른죽음을맞이하기도한다.그살풍경의틈에서치유자의역할을하는이들이있다.온기를잃은채오른손을휘두르는사내에게온정을베푸는「끝나지않는싸움」의보육원할아버지와꽃집할머니가그러하고,서로다른입장에서살아온두친구의대립을중재하는「1995년의결」에나오는주점의할머니가그러하고,교통사고로죽은자들의영혼을애도하는「찰나의연극」의교장선생이그러하다.「어처구니없게도,그러나」속외할머니는가장뚜렷하게자애로운치유자의면모를보여주는인물이다.격무에지쳐역류성식도염까지앓게된외손녀를불러들여건강을회복시키는그녀는치유자로서존재하는현로(賢老)의전형이다.시드는생명을정성껏가꾸고,성난것들을너그럽게누그러뜨리고,아파하는것들을애처롭게보듬어안는존재들앞에서성나고모난것들은날카로운기세를꺾지않을수없다.

꽃잎들위이슬이햇살따라영롱하게반짝인다.천사들의보석처럼영롱하다.숨이막힐정도로빨갛다.순결하게빛나고있다.바람결따라흔들리는햇살에담긴장미꽃잎들이찬란하다.(「허무,끝」,105~106쪽)

이러한건강한세계,충만한마음으로서로를사랑하고저마다의생명이약동하는아름다운자연의세계,꽃과나무와바람과햇살이조화롭게어우러진세계를잃어버린우리는문명을얻은대가로건강을생각하는것을잊었다.『언제나편하게』에는생명이소멸되어가고,몸과마음이훼손되는불인한세계를건강한세계로되돌리고싶은작가의간절한마음이깃들어있다.그간절한마음을실은바람이소설집곳곳에서불어온다.바람은생명의숨결이다.그것은죽어가는것들을되살린다.『언제나편하게』는지치고다친이들에게후-하고생명의숨결을불어넣으려한다.그것이허택이소설가로서회복을지향하는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