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전상국 중단편소설 전집 5권
전상국 소설에서 가장 큰 줄기를 이루는 것은 한국전쟁의 상흔이다. 잘 알려진 대로 전상국의 작품 세계는 한국 현대사의 가시적 사건들로부터 보다 근원적인 문제들로 심화, 확장되어왔다. 곧 전쟁의 가시적인 폭력성과 분단 문제는 고향을 상실한 근대적 주체의 뿌리 찾기 혹은 정체성 탐색의 과정으로 심화되고, 집단주의와 이념적 맹목성과 같은 근원적인 사회악에 관한 소설적 궁구(窮究)와 비판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주제 의식의 확장 과정에서 「우상의 눈물」을 비롯한 일련의 소설들이 교육 현장을 배경으로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국가 장치의 작동 방식을 폭로하고 있다면,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피난과 이산, 아버지의 죽음과 고아가 된 자식 등 전쟁이 불러온 비극적 가족사를 다루는 소설들로 묶어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작품집에서 인물이 겪는 고통의 원인으로 전쟁을 직접 지목하는 소설은 서너 편뿐이다. 이는 전쟁에 대한 유년기 체험 세대의 인식적 특수성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전상국에게 전쟁의 상처는 소재의 차원을 넘어 전후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의 실존적 조건이자 근원적 고통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물질적 토대가 빠르게 변모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공고한 전통적 가족 이데올로기와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는 고통받는 인간 스스로 제 고통의 심부에 접근하는 것을 까다롭게 만든다. 원인을 가늠하기 힘든 고통 앞에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식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최선은 원인을 찾아 이해하고 해소하는 것이겠지만, 때로 인간은 고통 자체에 매몰되거나 굴복할 수도 있으며, 환상을 통해 진실을 회피하거나 다른 것에 책임을 전가하기도 한다. 전상국의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전상국은 그러한 인물들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족 소설의 형식을 통해 고통의 심연을 계보학적으로 따져 묻는다. 그 물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잊힌 상처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며 상처 너머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고통의 심부에 닿게 될 것이다. 이 소설들이 여전히 문제적이라면 작가가 던진 물음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물질적 토대가 빠르게 변모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공고한 전통적 가족 이데올로기와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는 고통받는 인간 스스로 제 고통의 심부에 접근하는 것을 까다롭게 만든다. 원인을 가늠하기 힘든 고통 앞에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식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최선은 원인을 찾아 이해하고 해소하는 것이겠지만, 때로 인간은 고통 자체에 매몰되거나 굴복할 수도 있으며, 환상을 통해 진실을 회피하거나 다른 것에 책임을 전가하기도 한다. 전상국의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전상국은 그러한 인물들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족 소설의 형식을 통해 고통의 심연을 계보학적으로 따져 묻는다. 그 물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잊힌 상처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며 상처 너머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고통의 심부에 닿게 될 것이다. 이 소설들이 여전히 문제적이라면 작가가 던진 물음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날개 (양장본 Hardcover)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