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총합

너의 총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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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수경

2016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자연사박물관」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20년에출간된첫소설집『자연사박물관』은대산창작기금,제12회김만중문학상신인상,제1회익천문화재단길동무문학창작기금의행운을안겨주었다.지난여름부터다가온봄까지경기도마석모란공원의영혼들을만났다.곧그들의목소리를들을수있으리라.

목차

어떻게지냈니
서문밖에서
연희북문
이별
선량하고무해한휴일저녁의그들
나는고인눈물이
눈이내리면그들은―레티마이투에게

해설이상한빛과냄새와적요|오길영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첫작품「어떻게지냈니」는제목부터인상적이다.“어떻게지냈니”라는질문은누가누구에게하는것인가?질문하는쪽과질문을받는쪽을편하게구분하는서술방식에대해이수경은거리를둔다.『너의총합』에서는영화에서사용하는캐릭터의시점숏을교차하는방식을활용한다.그런데영화에서도시점숏의변화를예민하게보지않으면놓치듯이,이미지가아니라글로서술되는소설의경우그런시점의변화는독자가꼼꼼하게작품을읽을것을요구한다.「어떻게지냈니」는신애의시점을따라간다.이작품만이아니라전체적으로『너의총합』에서는중년여성캐릭터를일인칭화자로삼는구성을따른다.삼인칭서술자가있는경우에도화자는주인공의시점과겹치는초점화자로기능한다.「어떻게지냈니」는신애가바라보는“스무살무렵둘이대학에서만난”남편영호,딸윤아,“대학생이된”이름이나오지않는아들을대하는신애의기억과현재,그리고신애의느닷없는죽음을바라보는서술자의시점이뒤섞여서서술되는다소복잡한서술방식을쓴다.

『너의총합』의어조는대체로가라앉아있고서늘한느낌을준다.묘하게도그런서늘한묘사에서가족관계,인간관계의뜨거운정감을독자는느끼게된다.

「서문밖에서」는대학에입학해숙소를찾는아이와엄마의여정을따라간다.사소해보이는소재다.하지만그소재를활용해작가가다루는엄마와아이사이에작동하는세대차이에서발생하는정서적,감각적거리를천착하는능력이뛰어나다.화자인엄마‘나’는아이를보면서동시에자신의마음을돌아본다.‘나’는성찰적이다.자신의감정에대해“단순하고허황된감정”이라고직시하기는쉽지않다.

「연희북문」은앞의두작품과는달리시선을가족밖으로돌린다.하지만화자‘나’의사려깊은시선은비슷하다.작품은작가인‘내’가대학동창의남편이자곧강제출국을앞둔‘그’를찾아가는여정을따라간다.‘그’는“내친구의남편이성연”이다.‘그’를찾아가는‘나’의태도와마음이흥미롭다.마지막문장에서드러나는이시대에남아있는감시의위험은현실감이있다.“어떤경우,아는것만으로도피해갈수없는위험이있던시절을살아본까닭이겠지만,이제이세계에그런종류의위험이사라졌다고확증할수도없었다.”그런이유로화자‘나’는이성연에게궁금한마음을갖고있으면서도섣불리마음을열어놓지도않는다.그런화자의태도를비판적으로볼수도있지만,나는그마음에서려있는시대에대한두려움에공감하면서이해하는쪽으로기운다.이작품에서묘사되는“이상한빛과냄새와적요”는단지집에서만감도는것은아니다.사람관계에도감도는것이다.그필요성을이렇게문장으로전달하기는쉽지않다.이장면이주는감흥은어떤영화의이미지로도그리기힘들다.문학에서만가능한문장의매력이다.『너의총합』은이제는한국문학계에서찾기힘들어진중년여성의시점,아이를키우는엄마이자아내의시점에서세계를감각하고해석한다.

「선량하고무해한휴일저녁의그들」은가정폭력문제에주목하지만,이때의폭력은단지물리적폭력의문제가아니라상대방의감정을헤아리지못하는무지의문제,곧모욕의폭력이다.불안과희망이교차하는가족의분위기를섬세한언어로포착하고있다.

「나는고인눈물이다」는시어머니를요양원으로보낸‘나’가시어머니의삶을돌아보면서반추하는여성의삶이고갱이를이룬다.그리고아들준이,준이아빠의죽은여동생선이의이야기가끼어든다.앞의작품들이화자가바라본동세대,혹은아래세대의이야기를전한다면「나는고인눈물이다」는윗세대로시선을돌린다.가족구성원각자의이야기는다른가족에게는“낯설고이상한그러나꼭그렇지만은않은이야기”다.가족이라는것이그런것이아닐까?가족은매우익숙한관계이지만「나는고인눈물이다」가보여주듯이때로“낯설고이상한”관계이고,왜이상한지를묻고생각해보면“꼭그렇지만은않은”관계다.이런착잡한가족관계의양상을이정도로서늘하게드러내는작품도드물것이다.

마지막작품「눈이내리면그들은」은다른작품과다르게한국인가족관계의문제를다루지않는다.한국으로이주해와서후천적으로한국인이된사람들을다룬다.화자‘나’와“마이투,한국이름은소라”의관계가서사의요체이다.이주여성마이투는한국에온지십오년이지나한국국적의소라가되었다.「눈이내리면그들은」은마이투혹은소라같이한국남성과결혼해한국에온여성들의숨겨진이야기를드러낸다.작가로설정된‘나’는특히그재현의한계에민감하다.여기에는작가본인의음성이겹쳐들린다.

“잘알지도못하고써서미안해요.”
그러나나는소설속이주노동자‘아불’을떠올리며소라에게미안하다고했다.아불은나의상상속에서만존재하는방글라데시청년이었다.이름도,나이도,국적도,죽음도모두만들어진것이었다.늦은밤이나새벽에창밖에서들려오던이주노동자들의낯선언어와노랫소리를들으며쓴소설이었다.나는한번도그들가까이에가본적이없었다.(177~178쪽)

유가은은자신이하는글쓰기작업의한계를의식하면서도”그들가까이에“가보려고하는불가능한,하지만소중한노력을시도한다.어쩌면이런태도는소설을포함한모든글쓰기에필요한태도다.그렇기에이작품의마지막구절이마음에강한인상을남긴다.“한번안아볼까요?유가은선생님……아름다운소라가내게말했다.”(186쪽)

뛰어난작품은이렇게단하나의문장으로인물사이에작동한정념을표현한다.소설집『너의총합』은그런정념을매우신중하고사려깊게표현하는보기드문성취다.

추천사

이수경의소설은나에게낮은목소리로묻는다.어떻게지내느냐고.신념을마음에품은채뜨거웠던세월을지나고,이제는누군가의부모가되어밥벌이에연연하면서,떨어뜨린타인의볼펜따위는돌아볼겨를도없이경쟁에치인채겨우겨우살아가는아이들을지켜보면서,대체어떻게오늘을견디고있느냐고.그리고또말한다.좋은데정착한멍게는자신의뇌를먹어치운다고.어쩌면나도스스로나의뇌를먹어치우며늙어가고있는것은아닌지섬뜩해진다.과연나는좋은데정착했을까?늙고병든누군가의어머니가노동조차못하게하는이매정한세상에슬퍼하고낙담하고있는데,먹고살기위해이국으로온노동자들이스스로목숨을끊거나맞아죽고있는데?뇌를먹어치우지말라고,여기소리조차내지못하는설운영혼들이있다고,이수경의소설은자꾸만내게말을걸어온다.가만히아픈자들의마음을어루만지는이수경의소설이참따습다.세상에보태는작은온기한점,그래,이런게소설이지.
_정지아(소설가)

이수경의『너의총합』은질문의소설이다.‘어디로가야할지알수없을때몸이돌아서는최초의방향은무엇으로결정되는가.’모두들불확실한미래와뉴노멀에열중하는지금,이수경은별사탕같은질문이자존재증명을위한퀴즈하나를소설속에숨겨두었다.우리는무엇을따라사는가.길이보이지않을때어디를보는가.이수경은지나온과거와현재의세계가하나의가능성으로연결되어야한다고믿는다.그리고아직오지않은것이무엇이든,얼마나가혹하든,묵묵히지켜보고있는사람들을만나고대화한다.그래,이수경의말대로무엇이든멈춰있는것은없다.가능성이사라졌다고해서끝나는것도아니다.세상은아직미완이므로희망과연결은필요하다.
_강영숙(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