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게 달이 보인다

조금 늦게 달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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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주현의 첫 소설집 『조금 늦게 달이 보인다』는 나는 누구고 삶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게 한다. 원룸에 거주하듯 뿔뿔이 흩어져 각자 나름의 삶을 살아가는 현대적 일상의 한 대목을 치밀하게 그려가며 내가, 우리가 이렇게 살아도 되느냐고 묻고 있다. 김주현은 아무리 파편화되고 뿌리 뽑혔을지라도 현대적 삶을 그대로 보여주며 또 다른 의미를 돌려주려 소설을 쓰고 있다. 소설 쓰기와 삶이 여일한 작가임을 이번 소설집은 잘 보여주고 있다.
「오래된 세월을 걷다」는 비디오 대여점 직원인 ‘나’가 33세 생일날 밤에 홀로 원룸에서 치킨에 캔 맥주를 마시며 펼치는 이야기다. 그 짧은 시간에 인류 최초의 여성 화석과 함께 영화에 나오는 기억상실증 환자나 가난한 토큰 판매원 등 ‘루시’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들을 떠올린다. 그와 더불어 예전에 깊게 사귀다 헤어진 M도 떠올린다. 떠오르는 것을 그대로 서술하는 것과 함께 지금 있는 원룸촌과 동네에서 일어난 일들을 연극 무대처럼 보여주며 현장감을 주고 있다. 인터넷 서핑이나 영화 등에서 본 간접적인 감상 체험의 루시 이야기와 주인공 나의 연애 체험 등의 연상에 현실감을 주며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그렇게 맥주를 마셔가며 “인생, 그거 만만한 거 아니야”라는 주제를 던지고 있다. 그러다 마지막에 “어떤 식으로든 자기 삶을 살았을 것이다. 아주아주 오래전에 두 발로 땅을 딛고 똑바로 걸었던 루시는”이라며 ‘똑바른 자기 삶’을 모색하고 있는 작품이 「오래된 세월을 걷다」다.
「방울 소리 찰랑찰랑」은 잡지 편집자인 주인공 ‘나’가 잡지를 발송하기 위해 봉투를 붙이면서 오래전에 마음을 두었다 헤어져 다시 SNS로 만나고 있는 ‘너’와의 추억이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꿈속에서 본 무당의 찰랑거리는 방울 소리에서 ‘너’가 예전에 기타로 연주하던 「찰랑찰랑」이란 노래 가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저질러요. 그 사람이 좋다면. 같이 살든 뭘 하든.” 한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을 때 무당이 한 말이다. 그러나 다가오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다가가고픈 게 마음 아니던가. 그런 사랑을 추억하며 우리네 삶의 본질을 파고들어 “너무 따지지 말고 늘 먹고 자는 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그러나 반복하여 추어라”는 주제를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 「방울 소리 찰랑찰랑」이다.
표제작 「조금 늦게 달이 보인다」는 2022년 펼쳐졌던 개기월식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소설가인 주인공 ‘나’는 달이 태양으로부터 빛을 받아 반사하듯 “내가 읽은 책, 내가 만난 사람들, 내가 가본 곳들,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태양”이라며 그런 것들의 진실로 소설을 쓴다고 밝히고 있다. 해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아니고 굵직한 서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바닥을 치는 삶을 그리는 건 더더욱 아니었다”고 자신의 소설 세계를 말하고 있다. 그런 것으로 소설이 빛을 발하게 하지 않고 겪은 것만 그대로 반사하겠다는 것일 거다.
「세비지≥어글리」도 소설가인 ‘나’가 월드컵 축구 등을 보며 소설 쓰기에 대해 생각하는 소설가 소설로 읽힐 수 있다. 가족으로부터 미운 오리 새끼 같았던 ‘나’를 아버지는 세비지라 불렀을 것이다. 그런 ‘아버지’와, ‘나’가 사랑했던 남자 ‘그’를 떠올리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그동안 내가 썼던 소설처럼 인물이 직장을 그만두었거나 실연을 했거나 옛 남자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거나 하는 이야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걸 보완하려고 정보에 치우쳤던 건 사실이다”라고 자신의 소설 쓰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서 그런 소설 쓰기와 자신의 삶을 일치시켜나가고 있기도 한 작품이다.
「빨주노초파남보 씨」는 신예 춤 비평가인 ‘나’가 대학 시절 사랑했던 ‘그’의 버나 공연을 보고, 또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펼쳐지는 작품이다. “나야말로 여전히 뭘 찾고 있나 봐. 당신이 버나를 돌리는 시간 동안 난 뭘 했나 싶기도 해”, “그런 게 인생 아니겠어?”란 둘의 대화에 드러나듯 무지개 허상을 좇는 삶과 인생을 둘러보게 하는 작품이다.
「나의 골목길」은 무용가 자료조사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가 학원에서 요가 수련을 하며 떠올린 생각들이 끌고 가고 있는 작품이다. 자아에 대한 애착을 떨쳐버리려 하는 것이 요가인데도 “좀 전의 「타이스의 명상곡」에서 시작된 잡생각이 다른 생각들을 불러 여기까지 왔다”며 생각, 애착의 연상작용으로 시종하고 있다.
「인물 리스트」는 극작가로 막 데뷔한 ‘나’가 동거하던 연상의 여인을 떠올리며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두 사람은 몸을 섞는 사이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쉽게도 헤어져버린다. 소설 속의 소설 같은, 무대와 원룸에서 펼쳐지는 그런 연극, 쇼 같은 현대적 삶의 면면을 그리며 의미를 찾고 있는 작품이다.
「인생은 오렌지」는 연출가 지망생인 ‘나’가 대학 시절 같이 연극을 했던 스튜어디스 애인과 그녀의 이모, 또 그 이모와 관계가 있던 선배 연출가와 스튜어디스 애인 간의 열 살을 훌쩍 뛰어넘는 엇갈리는 사랑을 비추고 있는 작품이다.
「아무도 나를……」은 죽은 아버지의 프리드리히 2세에 대한 논문을 읽고 독일 여행을 다녀온 ‘나’가 독일에서 만난 남자의 음악 공연을 보러 가며 지난 일들을 떠올리는 작품이다. 독일에서 그 남자와의 사랑도 뜻을 못 이루고 떠도는 삶의 콤플렉스가 서자(庶子) 트라우마임을 비추고 있는 작품이다. 뿌리 뽑힌 채, 아직도 알을 깨고 나와 사회에 섞여들지 못하는 현대적 삶의 정체성을 묻는 작품으로도 읽힌다.
저자

김주현

서울에서태어나서울여대독어독문학과를졸업했다.2008년『21세기문학』에단편소설「오래된세월을걷다」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6년경기문화재단창작지원금을수혜하며단편모음집『인생은오렌지』를출간했다.뚜벅뚜벅,작품을써나가는한편자유에디터로도활동하고있다.

목차

조금늦게달이보인다
인생은오렌지
빨주노초파남보씨
세비지≥어글리
나의골목길
방울소리찰랑찰랑
인물리스트
아무도나를……
오래된세월을걷다

해설삶과쓰기가여일한작가가드러낸현대적삶의현전양상|이경철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오래된세월을걷다」는비디오대여점직원인‘나’가33세생일날밤에홀로원룸에서치킨에캔맥주를마시며펼치는이야기다.그짧은시간에인류최초의여성화석과함께영화에나오는기억상실증환자나가난한토큰판매원등‘루시’라는이름을가진여성들을떠올린다.그와더불어예전에깊게사귀다헤어진M도떠올린다.떠오르는것을그대로서술하는것과함께지금있는원룸촌과동네에서일어난일들을연극무대처럼보여주며현장감을주고있다.인터넷서핑이나영화등에서본간접적인감상체험의루시이야기와주인공나의연애체험등의연상에현실감을주며이야기를끌어가고있다.그렇게맥주를마셔가며“인생,그거만만한거아니야”라는주제를던지고있다.그러다마지막에“어떤식으로든자기삶을살았을것이다.아주아주오래전에두발로땅을딛고똑바로걸었던루시는”이라며‘똑바른자기삶’을모색하고있는작품이「오래된세월을걷다」다.

「방울소리찰랑찰랑」은잡지편집자인주인공‘나’가잡지를발송하기위해봉투를붙이면서오래전에마음을두었다헤어져다시SNS로만나고있는‘너’와의추억이이야기를이끌고있다.꿈속에서본무당의찰랑거리는방울소리에서‘너’가예전에기타로연주하던「찰랑찰랑」이란노래가사가떠올랐기때문이다.“저질러요.그사람이좋다면.같이살든뭘하든.”한사람을마음에두고있을때무당이한말이다.그러나다가오면멀어지고멀어지면다가가고픈게마음아니던가.그런사랑을추억하며우리네삶의본질을파고들어“너무따지지말고늘먹고자는것처럼조금씩조금씩,그러나반복하여추어라”는주제를떠오르게하는작품이「방울소리찰랑찰랑」이다.

표제작「조금늦게달이보인다」는2022년펼쳐졌던개기월식을소재로한작품이다.소설가인주인공‘나’는달이태양으로부터빛을받아반사하듯“내가읽은책,내가만난사람들,내가가본곳들,이모든것이나에게는태양”이라며그런것들의진실로소설을쓴다고밝히고있다.해서“묵직한메시지를전달하는것도아니고굵직한서사가있는것도아니었다.바닥을치는삶을그리는건더더욱아니었다”고자신의소설세계를말하고있다.그런것으로소설이빛을발하게하지않고겪은것만그대로반사하겠다는것일거다.

「세비지≥어글리」도소설가인‘나’가월드컵축구등을보며소설쓰기에대해생각하는소설가소설로읽힐수있다.가족으로부터미운오리새끼같았던‘나’를아버지는세비지라불렀을것이다.그런‘아버지’와,‘나’가사랑했던남자‘그’를떠올리며자신의정체성을찾고있는소설이기도하다.“그동안내가썼던소설처럼인물이직장을그만두었거나실연을했거나옛남자를우연히만나게되었거나하는이야기를벗어나지못하고있었다.그런걸보완하려고정보에치우쳤던건사실이다”라고자신의소설쓰기를객관적으로바라보고있다.그러면서그런소설쓰기와자신의삶을일치시켜나가고있기도한작품이다.

「빨주노초파남보씨」는신예춤비평가인‘나’가대학시절사랑했던‘그’의버나공연을보고,또그와이야기를나누며펼쳐지는작품이다.“나야말로여전히뭘찾고있나봐.당신이버나를돌리는시간동안난뭘했나싶기도해”,“그런게인생아니겠어?”란둘의대화에드러나듯무지개허상을좇는삶과인생을둘러보게하는작품이다.

「나의골목길」은무용가자료조사아르바이트를하는‘나’가학원에서요가수련을하며떠올린생각들이끌고가고있는작품이다.자아에대한애착을떨쳐버리려하는것이요가인데도“좀전의「타이스의명상곡」에서시작된잡생각이다른생각들을불러여기까지왔다”며생각,애착의연상작용으로시종하고있다.

「인물리스트」는극작가로막데뷔한‘나’가동거하던연상의여인을떠올리며펼쳐지는이야기이다.두사람은몸을섞는사이였지만어느날갑자기쉽게도헤어져버린다.소설속의소설같은,무대와원룸에서펼쳐지는그런연극,쇼같은현대적삶의면면을그리며의미를찾고있는작품이다.

「인생은오렌지」는연출가지망생인‘나’가대학시절같이연극을했던스튜어디스애인과그녀의이모,또그이모와관계가있던선배연출가와스튜어디스애인간의열살을훌쩍뛰어넘는엇갈리는사랑을비추고있는작품이다.

「아무도나를……」은죽은아버지의프리드리히2세에대한논문을읽고독일여행을다녀온‘나’가독일에서만난남자의음악공연을보러가며지난일들을떠올리는작품이다.독일에서그남자와의사랑도뜻을못이루고떠도는삶의콤플렉스가서자(庶子)트라우마임을비추고있는작품이다.뿌리뽑힌채,아직도알을깨고나와사회에섞여들지못하는현대적삶의정체성을묻는작품으로도읽힌다.

■추천의말

‘인생연극’에서투른작가가다시보인다.오래전부터작가는소설을붙들고본인과동일시하기를포기하지않아왔다.소설쓰기의원칙이삶의원칙과어긋나지않는세계에눈을두고깊은천착을보이고싶어한다.그러므로순수를지향하는태도가소설에서빛난다.그리고우리소설에서연극을무대로한소설의전형을이루는드문경우를승화시킨다.이경우도매우드문데,여기까지이끌고온사실이경이롭다._윤후명(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