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카이 백화점이 있던 자리

미나카이 백화점이 있던 자리

$14.20
저자

황영경

2002년농민신문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2년경기문화재단출판지원금에선정되어소설집『아네모네피쉬』를출간했으며,2015년경기문화재단전문예술창작지원에선정되어신작모음집『경계의도시』(공저)를펴냈고,신문칼럼연재를모아산문집『그사람그무늬들』을출간했다.현재대학에재직중이다.

목차

밤깊은마포종점
미나카이백화점
녹두장군을닮은사람
워싱턴광장의수지이모
열두살의『선데이서울』
헛발
오이지
귀래

해설전력(前歷/全力)의소설들|조형래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밤깊은마포종점」,「미나카이백화점」,「열두살의『선데이서울』」이라는은례라는인물을중심으로한일종의느슨한연작소설구성의삼부작은그리하여더욱인상적이다.그중에서도「밤깊은마포종점」에서1968년은방울자매가발표한가요「마포종점」이이단편의중요한모티브가된다는것은말할필요도없다.특히화자은례의외할머니이은분씨가되뇌곤하는그노래의오인된가사“갈곳없는이거리”는의미심장하다.유년시절친정식구로부터넘치는사랑을받으며자랐고노래와그림같은예술적재기에있어서남다른소질을보였던은분씨는시가와결탁한중신아비의농간으로뜻하지않게재취자리에시집을오게되었다.뒤늦게속았다는사실을알고분통을터뜨렸지만이미돌이킬수없는기정사실이되어버렸다.그야말로한량인데다한때축첩까지자행한남편한동필의수발과뒤치다꺼리에여념이없었으며셋이나되는전처소생자식들을거두어건사하는한편으로육남매를낳아그중넷을장성시키는삶의역정속에서그녀가마음붙이거나갈곳은그어디에도없는‘거리’가되고말았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
「미나카이백화점」은은분씨의딸이자‘나’의어머니세대한정임을중심으로한단편이다.하지만이제노년에이른정임을중심으로한일가에관한회고담의형식을취하고있다는점에서「밤깊은마포종점」과는다소결을달리한다.즉화자가은분씨와외할머니집에관한기억에입각해복원하고있었던생기넘치는원초적구체성의세계대신역사적현실및리얼리즘이얼마간자리해있다고해도좋다.그래서인지정임이가장빛나던시절에관한회고는미나카이백화점이라는역사의장소를매개로이루어지며학교와직장등에서노래에관한재능과일본어능력으로두루인정받았던식민지시기의여러기억과주로관련되어있다.
삼부작의마지막,그러니까은례자신의이야기가되는「열두살의『선데이서울』」은앞서두편의소설과는별개의,다소독립적인에피소드로이루어져있다.은례는평소존경해마지않았던담임정상진선생이사실방과후비밀과외를운영하면서거기에속한부유한집아이들을편애해왔다는사실을확인하게되는것을계기로유년의순진무구한세계인식으로부터빠져나오게된다.이러한일련의사태는‘나’에게있어서세상은동화의원리가곧이곧대로관철되는곳이아니고,선망의대상이었던담임에게도더없이교활하며추악한면모가있다는사실을결정적으로확인하는계기가된다.즉세상의이면내지는어른의세계가확실히있다는사실을인식하게된것이다.이제‘나’는결코이전으로돌아갈수없다.이상과명분으로가지런한동화나학급문고,외삼촌의시사/문예잡지가아닌,『선데이서울』의선정적인B급뉴스가환기하는요지경속속물의세계에탐닉하게된것은바로그래서이다.
『미나카이백화점이있던자리』에수록된단편들에는그러한존재들에관한애착어린수사가관통하고있다.「오이지」에서난치병으로사망한지인이자에세이스트은숙언니의유고를정리하여출간하고자하는‘나’의소박하지만애정어린결의는이와관련하여의미심장하다.「귀래」의사라진여승에대한집요한관심역시예사롭지않다.과거에사라진이들이우리가살아가고있는현실속에갑작스럽게소환되어버린계기에관한이야기인「헛발」같은단편도있다.
하지만애수로일관하고있는것은아니다.「녹두장군을닮은사람」의경우한국전쟁및고도성장기를관통하는농촌사회의비관적인현실이가감없이그려지지만어쩐지백석의시나김기림의「길」을연상시키는고향과유년시절에관한담담하고도온정적인노스탤지어의분위기로충만하기때문에그저암울하게만느껴지지않는다.또다른가작(佳作)「워싱턴광장의수지이모」는일반적으로한국현대사의치부로여겨지는소위양공주출신의이모들에관한단편이다.하지만“인생은엔조이야”라는자신만의금언에입각하여굴곡많지만결코위축되지않는삶을살고자해온수지/김선자이모의면모에는실로예사롭지않은유머와생기로충만하다.한때휘황찬란하게번성했으되지금은쇠락한고랑포마을처럼어딘가처연한구석이없는것은아니로되,과거의그녀들은지금여기에서생생한색채와질감을가진,결코‘억울하지만은않은’모습으로복원된다.이처럼『미나카이백화점이있던자리』는작가황영경이전력(全力/前歷)을다하여추구해온소설의본령이바로지금은없는그들이‘있던자리’를생명력넘치는모습으로되살리는데있다는사실을우리에게말해준다.

■추천사

황영경의소설에는한시대를관통해온사람들의이야기가있다.근세사속에서캐낸인물들과더불어좀더가까운후인들을불러들이는회고의서사는시대를초월하는존재들의실상을그리고있다.「밤깊은마포종점」에서화투장을펼친채노랫가락을흥얼대며고달픈생을건너가는여인들의풍경은스산한초겨울저녁을연상시키지만반면에따스한기류가흐른다.화투짝을맞추면서읊조리는노래한소절에,살아감의고됨과생의비의를녹여내는인물들은낙관과달관의경지를보여준다.「귀래」에나오는속계(俗界)와선계(仙界)사이에있는마을‘중촌’이함의하듯이인물들을빚어내는작가의시선은겸허하다.
황영경작가의문장은속이꽉찬가을배추이거나잘여문호두속알맹이처럼단단하고감칠맛이난다.아름드리나무를휘어감는덩굴식물같이끈덕지고,때로는잘벼린비수같이예리하면서도은유와상징이풍부하다.단편미학의장점이랄수있는그유려하고격조있는문장의작품을읽으면,절대진실의식감이잠든세포를두드려깨운다.결코,가볍지않은이번소설집을통해독자는깊은강의고요와강바닥을흐르는물살의강인함을느낄수있을것이다._유시연(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