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황영경의 소설집 『미나카이 백화점이 있던 자리』는 기본적으로 회고의 시점이지만 한국 근대소설을 중심에 놓고 논의된 식민지 시대 도시문화사, 여성주의 등에 관한 근래의 담론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흔적이 역력하다. 그만큼 성실한 취재와 조사, 고민이 수반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설이란 무엇이고 또한 어떻게 써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관한 집요한 물음과 탐구의 자세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터다.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 담론에 편승한 클리셰적 결말이나 구태의연한 선형적(linear) 플롯으로 수렴되지도 않는다. 과거 문화적 유행이나 풍속에 대한 향수 어린 재현이나 굴곡진 현대사에 관한 그렇고 그런 알레고리 역시 찾아볼 수 없다. 회고 및 자전적 형식임에도 오히려 과거와 현재, 소설과 현실, 소설과 소설 간 경계를 부단히 교란하는 서술 방식과 구성을 취하고 있다. 작가가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고백하는 과정에서 소설에 관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본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
「밤 깊은 마포종점」, 「미나카이 백화점」, 「열두 살의 『선데이서울』」이라는 은례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느슨한 연작소설 구성의 삼부작은 그리하여 더욱 인상적이다. 그중에서도 「밤 깊은 마포종점」에서 1968년 은방울자매가 발표한 가요 「마포종점」이 이 단편의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화자 은례의 외할머니 이은분 씨가 되뇌곤 하는 그 노래의 오인된 가사 “갈 곳 없는 이 거리”는 의미심장하다. 유년 시절 친정 식구로부터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노래와 그림 같은 예술적 재기에 있어서 남다른 소질을 보였던 은분 씨는 시가와 결탁한 중신아비의 농간으로 뜻하지 않게 재취 자리에 시집을 오게 되었다. 뒤늦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그야말로 한량인데다 한때 축첩까지 자행한 남편 한동필의 수발과 뒤치다꺼리에 여념이 없었으며 셋이나 되는 전처 소생 자식들을 거두어 건사하는 한편으로 육 남매를 낳아 그중 넷을 장성시키는 삶의 역정 속에서 그녀가 마음 붙이거나 갈 곳은 그 어디에도 없는 ‘거리’가 되고 말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밤 깊은 마포종점」, 「미나카이 백화점」, 「열두 살의 『선데이서울』」이라는 은례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느슨한 연작소설 구성의 삼부작은 그리하여 더욱 인상적이다. 그중에서도 「밤 깊은 마포종점」에서 1968년 은방울자매가 발표한 가요 「마포종점」이 이 단편의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화자 은례의 외할머니 이은분 씨가 되뇌곤 하는 그 노래의 오인된 가사 “갈 곳 없는 이 거리”는 의미심장하다. 유년 시절 친정 식구로부터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노래와 그림 같은 예술적 재기에 있어서 남다른 소질을 보였던 은분 씨는 시가와 결탁한 중신아비의 농간으로 뜻하지 않게 재취 자리에 시집을 오게 되었다. 뒤늦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그야말로 한량인데다 한때 축첩까지 자행한 남편 한동필의 수발과 뒤치다꺼리에 여념이 없었으며 셋이나 되는 전처 소생 자식들을 거두어 건사하는 한편으로 육 남매를 낳아 그중 넷을 장성시키는 삶의 역정 속에서 그녀가 마음 붙이거나 갈 곳은 그 어디에도 없는 ‘거리’가 되고 말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나카이 백화점이 있던 자리
$14.00